산자락 밑에 부지를 매입하고 교회를 건축하면서 어떻게 강단을 꾸밀까 고민하다가 교회 강단 뒤를 유리벽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배 땐 스크린으로 가리웠다가 예배 후 스크린이 올라가면 바로 매봉산이 보이니 세상을 향해 나가라는 메시지도 있다.
대형 유리 벽면 밖으로 이름 모를 나무 한그루가 심겨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나무인데 제일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몇 해 전 너무 웃자라 목을 잘랐더니 이제는 무수한 곁가지들로 숲을 이룬다.
새벽 예배 후 스크린이 올라가면 유리벽 밖으로 그 무수한 나뭇가지가 온 유리벽을 덮는다. 한 달 전 유리벽 높이로 올라온 가지들을 모두 잘라 나무 아래 쌓아 놓았다.
엊그제 비 개인 후 우연히 그 나무를 바라보다가 내 눈을 의심했다. 지금이 초여름인데 그 나뭇가지에 붙은 나뭇잎들이 벌써 붉은 빛을 띄고 있질 않은가? 어린자식 산에 묻고 내려오는 부모의 심정 일까? 그 나무는 지금 울고 있는 게 틀림없어 보였다.
새벽기도 하다가 유리 벽면 나무를 바라보다가 이웃으로 이사 갔다고 교회를 떠난 교인들이 하나 둘 생각났다. 아직 젊은데 중년의 나이에 암 투병으로 병상의 침대에 누워있는 성도들도 생각났다. 하나 뿐인 자식이 학교 가질 않고 방황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부모의 안쓰러운 모습도 떠오른다.
선천적으로 병약한 모습으로 태여 난 어린 아들을 위해 직장도 포기한 엄마의 말없는 미소도 생각난다. 수년 째 신앙생활을 중단 한 남편을 위하여 새벽마다 옆자리에서 눈물로 기도하는 집사님의 방언기도 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처연하다.
다윗처럼 이성옥 시인은 자신은 눈물 항아리라 했다. “난 눈물 항아리 비워도 비워도 어느새 가득 고여있는 눈물항아리. 죽을 영혼 만나주신 주님께 드리는 감사의 눈물도 내 인생의 주인되신 주님을 찬양하며 드리는 눈물도 주님 원하심에 다 순종치 못함에 드리는 죄송한 눈물도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도 폭포수같은 눈물도 가슴 뜨거운 눈물도 외롭고 서러운 눈물도 가슴 찢어지게 아픈 눈물도 모두 다 담겨진 눈물항아리”
지금은 창문을 열면 온통 밤꽃 향내가 온 세상에 진동한다.
김용혁 목사/대전노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