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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낄 수 있는 힘

박종화 목사의 가정사역-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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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집은 골목과 접한 빌라를 끼고 들어가 그 빌라 뒤쪽에 있는 4층 빌라 중에 2층이다. 창문이 지면에 닿은 지층까지 합하면 3층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안방과 옆의 건넛방 모두 창을 열면 앞집 벽만 보인다. 빛은 잘 안 들어오지만 다른 층 사람들의 목소리는 앞 집 벽에 반사되어 잘 들어온다. 여름날 저녁으로 향하는 오후에는 30도를 웃도는 정오의 더운 날씨가 조금 수그러져 대부분의 집들이 창문을 열어 놓는다. 


아랫집 창문도 열려 있었고 어린 딸에게 야단치는 엄마 목소리는 확성기를 입에 댄 것처럼 쩌렁쩌렁 울린다. 거의 1시간 동안 들리는 높낮이 없는 일관성 있는 소프라노 소리에도 아이들 목소리는 들리지 아니했다. 그러나 엄마의 말에 의하면 아이가 엄마에게 한 말이 무엇이었는가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내가 뭐가 무서워, 학원 선생님이 무서워? 내가 더 무서워?…누가 학원에 가지 말라 했어?…80점이 뭐야? 왜 이렇게 공부를 안 해?” 이 아이는 어제 앞집의 담과 우리 빌라 사이에 깔개를 펴고 그늘진 좁은 공간에서 친구 두 명과 함께 뒹굴며 책을 펴 놓고 놀고 있었다. 


아마도 공부와 숙제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책을 펴 놓았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깔깔대고 노래하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책이 펴진 이유야 어떠하든 시멘트로 만들어진 좁은 바닥과 둘러쳐진 담도 깔깔대며 웃고 떠드는 아이들의 행복한 소리를 막지 못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엄마는 자기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의 사건을 유추하고 상상해 심리여행을 떠나 보도록 한다. 그녀는 현재의 자신의 자녀들처럼 어렸을 때 자신의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았으며 그러므로 자신의 감정을 마비시키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실제의 감정이 숨고 거짓 감정으로 대체됐다. 자신의 상처에 대한 분노를 자녀를 공부시키는 것으로 합리화시켜 쏟아내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러한 엄마의 분노 폭발에 대하여 부모 이상화를 통해 자신들에 대한 잘못으로 받아들였고 엄마에 이어 자녀들도 내면에 수치심을 갖게 되는 악순환이 세대에 걸쳐 반복됐던 것이다. 가족관계에서 가장 해로운 것은 생각 없이 감정적으로 반응함으로써 생긴다. 그러나 그 감정이라는 것이 현재의 진정한 자신의 감정이 아닌 오염된 감정 즉, 거짓 감정이라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오염된 감정은 과거에 받은 상처로 마비된 감정이요, 진정한 감정을 억압기제에 의하여 숨겨 놓고 대체 된 역기능적인 감정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오염된 감정은 교묘하게 수치심을 가리는 도구로써 부모의 권위가 사용되어질 때 자주 나타난다.


아랫집 아이의 '엄마가 무서워요'라는 말은 아이가 가져야만 할 인간의 기본적인 힘 중에 하나다. 엄마는 단지 아이의 현재 느끼는 참 감정에 엄마는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나를 무섭다고 해? 네가 나처럼 큰 고통을 당해 봤어? 너를 위해서 내가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데 나에게 무섭다고 할 수 있어? 너마저도 나를 무시해?’ 등의 왜곡 된 사고(思考)로 자신의 수치심이 건드려지며 내제 된 분노를 자녀에게 터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가 자신의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처럼 엄마의 분노가 아이의 감정에 상해를 입힌다.


‘느낄 수 있는 힘’은 선택하고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결단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한다. 또한 희망과 가능성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 에너지인 ‘상상할 수 있는 힘’도 준다. 그리고 ‘알고자 하는 힘’을 통해 가족체계를 순기능적으로 만들어 성숙한 사람이 되게 하여 견고한 가족의 토대를 마련해 준다.


대부분 상처 입은 부모는 어떤 상황에서 갑자기 분노를 터뜨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러한 분노는 일관성이 없기에 아이들은 불안하며, 아이들은 자신의 동일한 행동에도 부모의 다른 반응으로 혼란스러워하며 어찌 대처해야 할 바를 모르고 부모의 일관성이 없는 통제에 휘둘려 무감각해지며 감정에 상해를 입게 된다. 그러므로 성숙한 부모가 되기를 바라고 아이들이 치유되기를 바라는 부모라면 자신의 분노의 감정이 일어날 때 마음속으로 ‘STOP’을 외치자. 그리고 현재 상황과 자신의 수치심을 건드리는 옛 상처와 연관된 감정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학원을 가지 않았다면 먼저 그 이유를 물어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었다면 처음에는 야단을 치는 것보다 주의를 주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됐을 때 엄마와 아이가 동의 할 수 있는 적당한 페널티(Penalty)를 부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규칙은 일관성 있게 지켜져야 한다. 그렇다면 엄마는 아이에게 분노할 필요도 없고, 아이가 엄마에게 불안에 떨고 감정에 상해를 입을 필요도 없게 된다. 


기능적인 가족관계에서 ‘죄책감’은 우리의 양심을 형성하는 에너지가 된다. 이러한 양심은 서로의 자아경계선의 침범여부를 확인하는데 도움이 된다. 만일 자신이 타인의 자아경계선을 침범했을 때 죄책감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러한 감정은 양심이 작동하여 자신의 과도한 행동을 멈추게 하거나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게 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도록 바로잡는 기능을 수행하게 한다. 서로에게 건강한 자아경계선을 지키면서 교류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서로를 배려할 수 있고 다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건강한 ‘죄책감’과 건강한 ‘수치심’은 우리가 유한하고 제한된 존재임을 알게 한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허용해 주며, 자신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자신의 부족함을 숨길 이유도 없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일에 수치심을 느낄 필요도 없다.


나도 아내와 함께 결혼 초창기에 아랫집보다도 아마 더한 분노를 서로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표출했었다. 어제 아들이 자신이 어렸을 때의 두려움을 이야기했고, 싸우는 엄마 아빠 사이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누구의 편을 들 수도 없었다고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했다. 당시 부부싸움 후에 아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려는 아내 앞에서 나는 아들의 고통을 짐작하고 걱정하지 말고 엄마 말씀 잘 듣고 잘 다녀오라고 이야기했었다. 이는 내 기억이 아니라 아들의 입에서 나온 기억이었다. 그동안 나는 틈틈이 자녀에게 너희 잘못이 아니라 내 잘못이었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날마다 사랑한다는 표현과 함께 포옹을 해 줬다. 아이들의 표정은 점점 밝아졌고 과거의 고통에 직면해 스스럼없이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을 내보이게 된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과 상처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상처가 치유됐다는 긍정적인 신호다. 


아랫집 엄마도 아이가 ‘엄마가 무서워요’라는 말이 긍정적으로 들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박종화 목사
빛과사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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