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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회에서 사역을 할까?

교회를 세워갈 불씨-1

목회자들이 자주 보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조회수가 가장 많은 게시판 중의 하나는 청빙게시판이다. 우리 교단의 총회 홈페이지도 예외는 아니다. 목회자청빙 게시판의 평균 조회수가 가장 많은 편이다. 그만큼 어느 교회에서 사역할 것인가 하는 것은 목회자들의 큰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사역하는 교회를 떠나 다른 사역지를 찾는 이들도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교회들도 새로운 목회자를 구할 때 신문이나 SNS의 청빙공고를 통해서 목회자를 구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것이 됐다. 특히 요즘 시대는 청빙과정에서의 투명성과 공평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그러한 과정을 이상하게 여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자기가 바라던 교회나 사역지에서 청빙공고가 나오면 요구되는 제출서류를 준비해 제출하게 되는데, 교회들은 엄청난 지원서류 더미에 시달리게 된다.


필자도 한 교회에서 목회하다가 사임을 하고 떠나려고 할 때에 목회자 청빙공고를 냈었던 적이 있는데 무척이나 많은 지원서류를 받아봤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서류를 제출하신 분들 중에서는 전화까지 걸어 이러저러한 것을 문의하기도 하고, 자기를 선택해달라고 부탁하는 분들까지 있었다. 독일에서 사역할 때도 주변의 한인교회들이 목회자를 청빙하는 과정을 여러 번 보았는데 먼 이국땅의 자그마한 한인교회에도 지원자가 그렇게 많이 몰려든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목사로서 사역하면서 어느 교회에서 사역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관심사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참 안타까운 것은 많은 목회자들이 교회의 조건들을 가장 먼저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회의 규모, 책정된 사례비의 금액, 사택이나 차량 등의 제공되는 것들, 성도의 숫자 등이 가장 우선적인 조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신학교 다닐 땐 찬송가 323장의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 … 아골 골짝 빈들에도 복음 들고 가오리다. …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감사하며 섬기리다”라는 가사를 눈물 흘리며 찬송했는데, 이젠 이것저것 가리고 따지는 일이 많아졌다.


내 사역을 돌아보면서 한 가지 감사한 것은 내가 청빙공고를 낸 교회에 지원서를 내서 부임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교회진흥원에서 사역하다가 처음으로 담임목사로서의 사역을 하려고 할 땐 이곳저곳에 지원서를 냈던 적이 있었다. 그러던 중 알만한 한 대형교회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교육목사를 맡아달라는 청빙을 받았다.

 

그 요청에 응하려는 때에 울릉도의 한 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와달라는 청빙도 받게 됐다. 앞으로의 전망이나 조건만 인간적으로 따져본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대형교회의 교육목사로 가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내게 고민하게 하셨고, 기도하게 하셨다. 아내와 함께 기도하면서 내린 결론은 하나님의 뜻에 따르자는 것이었고, 매일 새벽기도회에 나가 기도하면서 “행정 처리가 완료되어 먼저 연락해오는 교회로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것으로 알고 선택하자”고 결정했다. 그리고 하루 차이로 울릉도의 교회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첫 담임목사로서의 사역을 울릉도에서 시작하게 됐다. 두 교회가 같은 날 행정 처리를 했지만, 울릉도에서는 사무처리회에서 통과되자마자 내게 연락을 한 것이었고, 대형교회에서는 그 다음 날 행정 간사를 통해 내게 연락해온 것이었다.


이때부터 나의 사역지는 하나님께서 결정해오셨다. 물론 누구나 하나님께서 결정하신 사역지로 보내어져 사역하는 것이지만, 내가 아무리 잘 준비해도 내 길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목회 사역을 해나가면서 교회를 알면 알수록 교회의 사역은 하나님께서 중심이 되어 이끌려져 가야 한다는 강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알아보고 결정하기보다는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곳이 어디인가에 먼저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건 다른 이들에게도 강요할 것이 아닌 나만의 생각이지만,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결정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청빙지원서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를 청빙하겠다고 할 때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마음을 주시면 필요한 서류를 제출할 수는 있겠지만, 내가 스스로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그래서 그 결단 이후로 어느 교회에도 청빙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제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나를 울릉도에서 대전에서의 교회 개척으로, 대전에서 독일의 한인교회로, 독일에서 지금은 김포에서의 교회 개척으로 인도하셨고, 이러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긴 적이 없다.


어느 교회에서 섬길 것인가? 매우 중요한 관심사임이 분명하지만, 내가 앞서가기보다는 하나님을 온전히 바라보면서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면 하나님께서 가장 필요하신 곳으로 인도해가신다. 그래서 오늘도 찬송한다.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 목회자로 부름 받은 우리 모두가 마음을 다해 고백해야 할 찬송이다.

안창국 목사
라이트하우스김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