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새로운 사역의 확장을 꿈꾸는 ‘일터목회’

신재철 목사
좋은나무교회

직장 말고 목회만 하고 싶지만
일터 사역의 고충을 물어오시면 망설이지 않고 피곤함을 이야기합니다. 아무래도 일터에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기에 아파트 업무와 목회를 함께 한다는 것은 고단합니다. 그래서 일하는 목회자는 전통적인 목회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전통적인 교회 형태로 모임을 시작하며 개척했다면 저는 일찍 나가떨어졌을지 모릅니다. 조금 더디지만 하나씩 만들어가며 일터 목회의 단점을 상쇄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고충은 사람들의 인식입니다. 목사가 일하며 교회 개척한다는 말을 들으면 반응이 크게 엇갈립니다. 현대에 어울리는 목회라며 박수를 보내주시는 분도 있지만 믿음을 평가당하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를 신뢰하지 않는 목회자가 돼버립니다. 종종 저도 겪었기에 주변에 일하는 목회자들이 왜 숨어서 일하는지 이해가 됩니다. 한 번은 대형교회의 미자립교회 후원 사역에 지원했다가 마음 아픈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일하는 목사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일하는 목회자는 어떻게 해서든지 교회와 가정을 지키고 싶어 고생을 자처한 사람들입니다. 아껴주고 위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른 일하는 목회자의 경우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당장 심방이 급한데 직장에서 나갈 수 없는 경우, 성도의 가정에 장례가 났는데 목회자가 급히 집례하지 못하는 경우, 목회자도 성도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스럽게도 저는 시간 조율이 자유로운 편이라 아직은 곤욕스러운 일이 없었습니다. 


일하는 목회자로 살며 보람도 있습니다. 개척하고 2년 연속 헌금 1위를 기록했습니다. 신앙생활 25년 만에 처음 겪는 일입니다. 사실 ‘웃픈’ 이야기죠. 개척 교회 출석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넉넉하지 못합니다. 형편도 어렵고 마음의 여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분들 곁에 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개척하지 않았다면 함께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늘 우리 교우들에게는 뭐라도 더 해드리지 못하는 마음에 미안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일터를 통해서 좋은나무교회가 자라고 있다고 믿고 있기에 기쁨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요즘 종종 먼 산을 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이거 10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능력이나 자신감만으로 결코 개척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듭니다. 그래서 큰 계획도 없습니다. 성도를 사랑하며 공동체의 필요를 채워가며 하루, 일주일, 한 달을 살아갈 뿐입니다. 지치고 고단해도 다시 일어나서 달려갈 뿐입니다. 가끔은 엉뚱한 상상도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은혜받은 독지가 한 분이 나타나 제게 매달 100만 원을 헌금할 테니 일하지 않고 목회만 집중하시라는 제안이 온다면 어떨까. 말도 안 되는 생각에 도리질 치며 다시 현실로 돌아옵니다. 다른 생각 안 하고 계속 지금처럼 살아가는 것이 계획이라면 계획입니다.


신앙이 없던 아이가 초등학교 때 저를 만나 기타를 배웠습니다. 그 아이가 자라서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그 친구가 앞으로 목회자가 될지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알 수 없지만 제게는 귀한 열매입니다. 그 청년이 수학을 잘해서 입대하기 전에 저의 중학생 아들 과외를 얼마간 해주기도 했습니다. 아들이 그때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청년이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어. 교회가 사역자의 삶을 책임지기 점점 더 어려울 거야. 너도 일하며 목회할 수 있어. 수학을 계속 공부해봐. 학원 강사든 과외든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과 경력을 쌓아. 나처럼 힘든 일 안 하면 좋겠다.”
택배, 택시, 노동 현장에서 많은 목사님들이 수고하고 있습니다. 노동의 가치를 평가하면 안 되겠지만 육체노동을 겸하며 사역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다치거나 피로감에 목회를 포기하는 분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픕니다. 젊은 목회 후보자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자신의 능력과 경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일터에 계신 모든 목사님의 삶을 응원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