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기독교 역사 속 자연에 대한 이해 2

탄소중립-9
박성철 교수
서울성경신학대학원대학교

고대 교부 시대의 자연 이해에 큰 영향을 미친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는 ‘신국론’에서 발견되는 바와 같이 천지창조를 시공간과 질서의 창조로 인식했기에 이전의 교부들에 비해 ‘하나님의 질서 안에 있는 자연’에 집중했다. 물론 그의 자연 이해는 단순하지 않다. ‘삼위일체론’에서 한편으로, 그는 자연과 같은 피조물이 하나님의 뜻을 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기에 그 사명을 다한 후 버려진다고 생각했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인간이 “선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자연을 사용하거나 개발할 수 있지만 이성을 가진 인간이 자연을 마구잡이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그는 ‘고백록’에서 인간의 원죄와 타락을 강조하면서도 하나님의 피조물인 자연이 여전히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음을 분명하게 밝힌다: “당신을 멀리 떠나 당신을 대항해 스스로 교만해지려고 하는 모든 것은 당신을 잘못 모방한 것이 됩니다. 그러나 그들은 당신을 잘못 모방하는 그 행위에서 당신이 바로 모든 자연을 만드신 창조주시라는 것을 시인하고 있으며 어디로 가든지 당신을 전혀 떠나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고백하게 됩니다.”


또한 자연의 질서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우리들의 하나님, 나는 천사들이 하늘의 높은 곳에서 당신을 찬미하고 당신이 이룩해 놓으신 해와 달, 별들과 빛, 하늘의 하늘, 하늘 위에 있는 물(시 148:1~5), 이 모든 것이 당신의 이름을 찬양하고 있음을 보고 나는 이보다 더 좋은 세계를 원하지 않습니다. … 위에 있는 존재가 아래에 있는 존재보다 더 좋으나 모든 피조물이 함께 화합해서 존재한 것이 위에 있는 존재가 홀로 있는 것보다 훨씬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종교개혁 시대에도 하나님의 질서 안에 있는 자연은 중요한 신학적 주제였다. 마틴 루터는 여러 저서에서 세상의 창조와 자연의 보존을 강조했다. 1536년 ‘칭의에 관하여’에서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하나님은 그가 만든 것이 무엇이든 보존하신다. … 자연은 날마다 부패되고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피조물을 변하게끔 만드셨기 때문이다. … 그러나 하나님은 창조하신 것을 보존하신다.” 자연의 보존에 대한 가르침은 ‘소교리문답’에서도 발견된다.


장 칼뱅은 ‘창세기 주석’을 비롯한 여러 저서에서 하나님의 질서를 강조하며 자연의 가치를 재정립했다. 그는 1542년 교리문답에서 자연을 “하나님을 볼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거울”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창세기 주석’에서 상호적인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강조했다. 자연은 인간에게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간을 양육하며 섬기는 존재이다. 인간은 자연에 포함되지만 동시에 “소우주”이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땅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셨지만, 그 권한은 땅을 하나님으로부터 받았다는 인식이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칼뱅은 창세기 1장 28절의 명령(“땅을 정복하라”)을 문자적으로 해석하지 않았고 관리자의 측면에서 자연을 돌보는 것으로 이해했다. 더구나 인간은 자연을 지배할 수 있는 권한을 타락으로 인해 상실했다. ‘기독교강요’에서 칼뱅이 일용한 양식을 넘어 욕심에 따라 구하는 것을 인간의 도착(倒錯)이라고 규정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인간의 왜곡된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자연을 착취하는 것은 자연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인정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박성철 교수
서울성경신학대학원대학교



총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