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왕수인 곧 왕양명(王陽明)은 “하늘에 새가 나는 것은 막을 수 없으나 우리의 머리 위에 새가 둥지를 트는 것은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오늘날 세상사를 볼 때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나아가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종말이나 특권층들이 양심의 선악판별과 의지의 결단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데도, 새의 둥지를 뒤집어쓰고 고통을 겪는 감옥에 가도 둥지를 깨뜨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몽고의 침략으로 이민족의 원나라 통치가 끝날 무렵 홍건적을 무찌르고 등극한 주원장이 세운 명나라의 밝은 “明”자는 280년 후 만주족의 누르하치에 짓밟혔고, 300년 뒤 신해혁명으로 “淸”나라는 종지부를 찍는다. 明 나라 말 주자(주희)의 높은 이론과 중원의 학문에 통달한 왕양명이 병부상서에 올라 개혁을 진언한 결과 당시 오랫동안 정권을 장악한 내시의 세력에 몰려 투옥되고 40대의 매와 곤장을 맞았다.
그러나 후일 왕양명을 알아본 안화왕은 환관장 유근을 길거리에 내쳐 주살하고 백성에게 시체고기를 쪼개어 은 한전에 팔았다. 그간 쌓은 뇌물을 조사하니 금 24만개, 은 500만개, 보석 두 말 등등 헤아릴 수 없었다고 했다. 명나라의 멸망은 내시들이 공모하여 허수아비 왕을 새워놓고 주색잡귀의 연락에 빠지게 한 후 정권을 잡아 매관매직에 가렴주구로 양민의 원성을 쌓은 것이 원인이었다.
아로요 청문회를 보고
작년 초 필리핀 선교 여행 중에 TV에 나오는 의회의 청문회를 영어 자막으로 주시해 보았다. 부친의 후광을 등에 업고 대통령이 되었던 아로요 전 대통령은 연금 상태에 있었고, 대신 여자 비서실장이 나와 업무 이행(implement)을 추궁 받는데 어떤 질문에도 “오리발”을 내미는 대답을 했다.
자기가 무슨 권한으로 대통령의 허락 없이 이권청탁이나 압력행사를 하겠으며 돈을 받은 것도 모두 시킨대로한 것 밖에 없다고 대답하고 아로요에게 떠넘기는 것을 보았다. 여자가 엄컴한 남자, 너구리같은 도심을 다 살필 수 있었겠나? 더구나 정권말기에 한 껀 해먹자는 성향을 어찌 막았겠나? 생각하면서 다음 몇 가지 역사적 교훈을 음미해 본다.
짐은 국가이다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절대군주로 63년간 엄청난 권력과 명예 그리고 호화사치에 묻힌 삶에 “La moi etat” (짐은 국가이다)라고 까지 말했으나 결국 피비린내 나는 프랑스 혁명의 동인되었고 그가 80세에 죽었을 때 명성에 걸맞게 웅대한 성당에서 화려한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그의 관 옆에 한 개의 촛불만이 밝혀져 있었으나 마시용 사제는 장례식을 시작하면서 손을 내밀어 그 촛불마저 꺼버렸다. 그리고는 “다만 하나님만이 위대하시다!”(Only God is great)라는 말로 집전을 시작했다.
폭발한 민중의 분노는 먼저 바스티유 감옥을 1789.7.14일에 점령했으나 죄수는 7명으로 국사범은 하나도 없었다. 베르사이유 궁전이 시민혁명군에 의하여 접수되어 루이 16세는 드디어 굴복하고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이 선포되었고, 나폴레옹 시대가 등장한 그도 또한 루이 14세의 뒤를 잇는다. 63년 절대군주로 80세에 죽으면서 5세의 어린이에게 왕위를 넘긴 결과처럼, 세인트 헤레나 섬의 유배지에서 고독히 죽어간 코르시카 섬 청년의 종말을 본다.
맹세할 필요가
일본이 높이 평가하는 인물로 도구가와 이에아스(德川家康)는 조선정벌에 실패한 도요토미 히데요시(?臣秀吉)를 이어 소위 에도시대 곧 막부정치를 꽃피워 훗날 200년 유신시대의 열매를 맺게 한 일본역사의 위인이다. 중신회의를 열고 대신들의 고견을 자유롭게 피력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마스다이라 보부나스(松平信綱)는“새로운 국가를 세우는 마당에 뇌물은 나라를 망치는 근원이니 다 같이 우리는 뇌물을 받지 않도록 결심합시다!”고 열변을 토했다. 이에 중신들은 모두 옳은 말이라고 감격의 맹세를 했다. 그런데 단 한 사람 아베 다다아끼만은 싱글싱글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정의 파의 한 사람이 화를 내면서 “어째서 아베 영감은 맹세를 않소?”했다. 이때 아베 중신은 천천히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결심입니다. 굳게 맹세하십시오. 그러나 이 사람은 뇌물같은 것은 처음부터 손톱만큼도 생각한 적이 없으니 이제 새삼스레 맹세할 필요가 없는 줄 아오!”
선한 양심은 어디에
독일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고향땅 쾨니그스버그 밖의 먼 곳을 나가본 일일 없으며 그의 유명한 저서 순수이성비판 (Critique of Pure Reason), 실천이성비판 및 심판의 비판을 저술하여 총체적 철학세계를 집대성하여 우리에게 소개했다.
그는 우리의 이성은 세가지 관심사가 있다고 했다. “첫째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하는 철학적 인식의 문제이며, 다음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인간의 윤리적 문제이고, 셋째는 ‘무엇을 소망 하는가?’로 종교적 문제이다”라고 했다.
그는 또 순수이성비판에서 “깜낌한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처럼 우리의 마음속에 선한 양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한 양심”을 가지고 제 정신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차츰 줄어드는 것은 “양심이 화인맞아서”(딤전4:2)일 뿐만 아니라, 예수님께서 예언하신대로 종말의 징조중 하나로서 “불법이 성하므로 많은 사람의 사랑이 식어지리라”(마24:12)이며, “악은 악인에서 난다”(삼상24:13),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엡6:12)의 발악이므로 “악에게 지지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롬12:21)로 말씀하셨다.
삼베 포대기의 교훈
이조 500년의 귀감인 황희 정승이 죽어 중신 조객이 찾아왔다. 그들은 모두 놀라다 못해 경악했다. 초가집 오두막에 시신을 안치하였는데 그 시신을 덮은 삼베 포대기가 짧아 황희 정승의 이마가 보이고 또 두 발이 밖으로 나와 조객들인 3정승 6판서와 중신들이 보기에 너무 민망했다.
조객들은 삼베 포대기를 바로 덮지 말고 삐딱하게 대각선으로 덮으면 이마와 두 발도 가려지게 된다고 간언했으나 사부인은 대답했다. “생시에 정승께서 비뚫어진 것은 못보시고 언제나 바르게 하고 사셨는데 비록 시신이라 모른다고 해서 비뚫어지게 포대기를 덮으면 고인의 인격과 삶에 역행하란 말씀이요!” 저는 어릴 때 부친께 들은 얘기를 지금껏 간직해 왔다.
한동안 침례신문에서 서로 맞은편에 기고하여 재미있게 글을 통해 대화를 했는데 이제는 국사에 중책을 맡아 바쁘시지만 선조인 황희 정승의 청백리의 정신은 물로 주님의 삶과 교훈을 가슴 깊이 담고 오늘 이 패역하고 불법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의 병폐를 수술하고 치료하여 밝고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 봉사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명국 목사
증경총회장 BWA전 부총재
예사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