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교회는 전국적으로 부교역자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4년 신학대학원 신입생 충원 현황(대학 알리미)을 보면, 7개 신대원 평균 충원율은 85%였으며, 7개 신대원 중 총신대와 장신대 두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대원은 정원 미달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반적으로 주요 교단의 신대원 입학생이 줄고 있어 향후 목회자 수급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은 평신도 사역이 이제 하나의 보완책을 넘어, 한국 교회의 중요한 과제이자 거부할 수 없는 사역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평신도 사역에 대한 목회자와 출석교인의 인식을 비교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만 19세 이상 기독교인 남녀를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조사했으며 표본 오차(무작위추출을 전제로 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교회 10곳 중 4곳, “교육부서 설교 평신도가 담당”
시무교회에 교회학교가 있는 교회 목회자들에게 ‘누가 교육부서 설교를 하는지’를 물은 결과, ‘모든 부서에서 목회자가 설교한다’ 61%, ‘평신도가 설교하는 경우’ 39%로 10개 교회 중 4개 교회는 실제 평신도가 교회 부서 설교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신도 사역에 대한 목회자 평가를 주요 사역별로 살펴본 결과, ‘별 문제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모든 항목에서 60% 이상이었다. 전반적으로 평신도 사역에 대한 목회자의 수용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교역자 유무와 관계없이 평신도 사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목회자의 경우 ‘교역자 유무와 상관없이 평신도 사역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응답이 84%에 달해 동일 항목의 성도 응답률(45%)을 크게 앞섰다.
향후 부교역자 청빙, ‘더 어려워질 것’ 86%
담임목사 대상으로 최근 전임 전도사나 부목사를 모집했을 때 상황을 물었다. 그 결과, ‘지원자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83%로 압도적이었고, ‘지원자가 있다’라는 응답은 17%에 불과했다. 교역자 청빙 전망에 관해서도 대다수(86%)의 목회자는 부교역자(전도사, 부목사) 청빙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응답해 비관적 전망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목회자, ‘평신도가 교육부서 설교할 수 있다’ 78%
성인 예배 설교, 성경 강의, 신앙 지도, 심방 등 목회자의 주요 10개 사역을 제시한 후, ‘목회자만 할 수 있다’, ‘평신도도 할 수 있다’ 중 선택하게 했다. 그 결과, 목회자들은 출석교인보다 전반적으로 평신도의 사역 참여 가능성에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10개 사역 중 6개는 목회자의 절반 이상이 ‘평신도도 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평신도 사역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 사역’은 ‘심방’(88%)이었고, 이어 ‘새가족 교육’ 82%, ‘교육부서 설교’ 78% 등의 순이었다.
한편 성도들은 ‘새가족 교육’ 72%, ‘신앙 지도’ 65%, ‘심방’ 64% 등의 순으로 ‘평신도도 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두 집단 모두 ‘장례식 집전’과 ‘성인 예배 설교’ 등 일부 영역은 평신도가 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강했다.
교회 10곳 중 4곳, 교육부서 설교 평신도가 담당!
교회학교가 있는 교회 담임목사를 대상으로 평신도의 교육부서 설교 실태에 대해 확인해 보았다. ‘누가 교육부서 설교를 하는지’를 물은 결과, ‘모든 부서에게 목회자가 설교한다’ 61%, ‘평신도가 설교하는 경우’ 39%로 10개 교회 중 4개 교회는 실제 평신도가 교육부서 설교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 규모별로 보면 교회 규모가 작을수록 ‘평신도의 교육부서 설교 비율’이 높았다.
중·소형교회
‘사역자 없다’ vs 대형교회 ‘훈련된 평신도 있다’
교육부서 설교를 평신도가 하는 교회의 담임목사에게 교육부서 설교를 왜 목회자가 하지 않는지 물었다. 그 결과, 목회자 과반(51%)이 ‘교회 규모가 작아서 담당 목회자를 청빙할 수 없어서’를 꼽았고, ‘훈련된 평신도가 있어서’ 28%, ‘목회자를 청빙해도 오는 사람이 없어서’ 17% 순이었다.
교회 규모별 응답 이유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교회 규모가 작을수록 ‘교회 여건상 담당 목회자를 청빙할 수 없어서’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500명 이상’ 대형교회는 ‘훈련된 평신도가 있어서’라는 응답이 높은 특징을 보였다.
목회자 60% 이상, ‘주요 목회 사역, 평신도가 해도 돼’
목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요 사역별 평신도가 사역해도 ‘별 문제 없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모든 항목에서 긍정률이 60% 이상으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평신도 사역에 대한 목회자 수용도가 높은 편임을 보여준다.
가장 높게 응답한 사역 영역은 ‘새가족 교육’으로 74%였고, 이어 ‘전 교인 기도회 인도’ 69%, ‘성경 강의’ 69%, ‘신앙 지도’ 67% 등의 순이었다.
그렇다면 목회자들은 평신도에게 어떤 교역자 역할을 맡길 수 있다고 고려하고 있을까? 가장 많이 꼽힌 사역은 ‘심방’(79%)이었고, 이어 ‘새가족 교육’ 74%, ‘교육부서 설교’ 63%, ‘영적 지도’ 46% 등의 순이었다.
반면 ‘성인 예배 설교’ ‘결혼식 주례’ ‘장례식 집례’ 등은 10% 미만으로, 해당 영역은 여전히 목회자 고유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신도의 목회사역 준비 1순위, ‘신학 훈련’
평신도에게 교역자 역할을 맡긴다면, 교회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목회자와 성도 간 응답률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으나 순위 면에서는 일치했다. 두 집단 모두 ‘평신도에 대한 성경 교육이나 기초적인 신학 훈련’(1순위)을 가장 우선적으로 꼽았다. 이어 ‘교회에서 평신도 사역에 대한 공감대 형성’ ‘교회 성도들의 전반적 이해와 협조’는 각각 2순위로 응답됐다. 이는 모두 ‘동료 성도들의 이해와 공감대’라는 동일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목회자 84%
교역자 유무 상관없이 평신도 사역 강화해야
담임목사들에게 교역자 유무와 관계없이 평신도 사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교역자 유무와 상관없이 평신도 사역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응답이 84%에 달해 동일 항목의 성도 응답률(45%)을 크게 앞섰다. 이는 앞선 ‘평신도의 교역자 역할 대체’에 찬성하는 목회자들의 적극적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반면 성도들은 ‘교역자만 충분히 있다면 구태여 평신도가 교역자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는 응답이 48%, ‘교역자 유무와 상관없이 평신도 사역을 강화시켜야 한다’가 45%로, 의견이 팽팽히 나뉘는 양상을 보였다. 성도들은 아직 교역자 중심의 사역 구조에 익숙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 교회 사역까지 감당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장하는 교회일수록 평신도 사역 강화 의견 높아
‘교역자 유무와 상관없이 평신도 사역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응답은 일부 특성에 따라 응답률 차이를 보였다. 목회자의 경우 ‘향후 교인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성장하는 교회일수록 평신도 사역 강화에 대한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성도의 경우에는 신앙단계가 높을수록 평신도 사역 강화에 동의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점이 주목된다.
평신도의 교역자 역할 대체 가능성에 대해 목회자의 79%가 찬성한 반면, 성도는 55%만이 동의해 인식 차이를 보였다. 또한 평신도 사역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목회자는 84%가 ‘교역자 유무와 무관하게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성도는 ‘교역자만 충분하면 굳이 필요없다’는 응답이 48%로 더 많았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이는 목회자는 평신도를 사역 동역자로 인식하고 있으나, 성도는 여전히 교역자 중심의 구조에 익숙하고 사역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간극을 줄이는 것이 평신도를 교회 내 사역으로 이끄는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범영수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