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데이터연구소가 뉴욕지역교회협회 의뢰로 실시한 ‘미주 한인교회 청소년 신앙 실태조사’ 결과, 미주 지역 한인 청소년들이 한국 청소년보다 신앙적으로 성숙하고 정신적으로도 더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024년 9월부터 2025년 1월까지 미국 동부 지역 한인교회 청소년 16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신앙성장 요인, ‘공동체 경험’ 중심
한인교회 청소년의 신앙성장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요인은 ‘집회/수련회’(58%)로 나타났고, 이어 ‘교회 예배/설교’(22%)가 뒤를 이었다. 반면 한국 청소년은 ‘교회 예배/설교’(60%)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는 한인 청소년들이 또래와의 관계, 현장 중심 신앙 체험을 통해 신앙을 형성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신앙에 영향을 준 인물도 차이를 보였다. 한인 청소년은 ‘교회 목사/전도사’(53%)의 영향이 가장 컸고, ‘어머니’(43%), ‘교회 친구/선후배’(37%)가 뒤를 이었다. 반면 한국 청소년은 ‘어머니’(50%), ‘목회자’(44%) 순으로 나타났다.
신앙성숙도와 전도 의욕도 앞서
자신의 신앙 수준을 묻는 질문에서는 한인 청소년의 29%가 높은 신앙단계(3~4단계)에 있다고 응답한 반면, 한국 청소년은 23%에 그쳤다. 특히 신앙 1단계(신앙의 삶 적용 미약) 응답률은 한국 청소년이 52%로 한인 청소년(18%)보다 현저히 높았다.
전도 경험도 두드러진다. 지난 1년간 전도를 시도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한인 청소년이 62%로, 한국 청소년(43%)보다 19%p 높았다. 평균 전도 시도 인원도 각각 4명과 3명으로 차이를 보였다.
정서적 건강 측면에서도 한인 청소년이 한국 청소년보다 더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거의 매일 피곤하거나 에너지가 없다’(한인 27% vs 한국 45%), ‘학업 흥미 감소’(한인 30% vs 한국 46%), ‘자살 고민 경험’(한인 4% vs 한국 11%) 등 모든 항목에서 한국 청소년의 부정적 응답이 더 높았다.
신앙형성 배경, ‘가정과 교회 문화 차이’ 반영
한인 청소년의 81%가 모태신앙으로 응답했으며, 부모 모두 기독교인이라는 응답도 77%에 달했다.
이는 한국 청소년의 모태신앙 비율(58%)과 부모 모두 기독교인 비율(62%)보다 높은 수치다. 예배 형태 선호도 역시 ‘현장 예배’를 선택한 비율이 한인 청소년 94%, 한국 청소년 80%로 집계됐다.
예배 만족 요인에서는 한인 청소년이 ‘친구들과의 교제’(41%)를 가장 높게 꼽았으며, 한국 청소년은 ‘찬양’(28%)과 ‘말씀’(24%)에 대한 만족도가 고르게 나타났다.
향후 지금의 교회에 계속 출석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한인 청소년 62%, 한국 청소년 66%로 집계됐다. 나머지 약 30~35%는 ‘교회를 옮기겠다’, ‘신앙을 떠날 수도 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을 보여 다음세대 정착률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정체성과 문화, 한인 청소년의 자긍심
응답자 중 64%는 스스로를 ‘한국인과 미국인 모두’라고 인식했으며,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응답은 23%, ‘미국인’은 7%였다. ‘한국인 혈통이 자랑스럽다’는 응답은 87%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목회자와 공동체 중심의 사역이 한인 청소년의 신앙 형성과 정서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단순한 예배 중심 접근을 넘어, 청소년들이 또래와 리더와의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수련회, 소그룹, 멘토링 등의 공동체 기반 사역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 청소년의 높은 정서 불안정 지표는 입시 중심 사회문화의 부작용을 드러내며, 교회가 위로와 안식의 공동체가 돼야 할 시급성을 환기시킨다.
범영수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