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은 인권 사상의 구조와는 다르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하나로 정리할 수 있다. 십계명의 안식일 계명(출20:8~11)은 유엔세계인권선언의 신앙의 자유를 향유할 권리(제18조)와 휴식과 여가의 권리(제24조)로, 부모공경의 계명(출20:12)은 노후보장에 대한 권리(제25조)로, 살인금지 계명(출20:13)은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제3조)로,
간음금지 계명(출20:14)은 결혼의 자유권(제16조)으로, 도적질 금지 계명(출20:15)은 노예금지(제4조)와 재산의 소유권(제17조)으로, 위증금지 계명(출20:16)은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제8조)와 공정한 재판권(제10조)으로, 이웃에 대한 탐심금지의 계명(출20:17)은 사생활의 보호권(제12조)과 사회적 안전보장권(제22조)으로 비교 가능하다.
(3) 희년과 인권
레위기 25장은 희년에 관한 규례를 담고 있다. 희년의 규례는 고대 어떤 사회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매우 독특한 사상이다. 이는 경제 분배의 정의를 통한 사회정의 실현의 원형을 보여 주는 제도이다. 동시에 오직 하나님만이 이 땅의 주인이시며 여호와만이 이 땅의 주권이 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제도이다.
희년의 법은 함께 구속 얻은 형제 사이의 근본적 평등과 대단결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경제적 사회복지 보장제도로 제시되고 있다. 희년은 노예에게 사면을 선사했고, 가난한 자들이 빚으로 감당할 수 없었던 토지와 경제적인 부채에 대해 사면해 줬다.
이 희년 법은 가진 자들의 토지 소유의 무한한 팽창을 금지하고, 빚으로 잃었던 집을 되찾고, 무겁고 괴로운 부채에서 해방되고, 절망적인 노예상태에서 벗어나 자유와 평등을 향유하는 사회를 이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희년 법은 자유와 평등을 향한 인권 보장을 지향하고 있는 사회적인 법이라 할 수 있다.
2) 신약성서의 인권
(1) 예수 그리스도와 인권
성서에 나타난 인권사상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어떻게 실천되었는가? 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지닌 인간관에 대해 살펴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예수님은 인간을 피조물 가운데 가장 소중한 존재로 인정하셨다.
마태복음에 보면 이러한 예수님의 인간관이 분명히 드러나 있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을 바꾸겠느냐”(마16:26) 잃어버린 양, 잃어버린 동전, 돌아온 탕자의 비유 등은 한 생명을 정말 소중히 여기시는 예수님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마가복음 5장에 보면 돼지 2,000여 마리를 희생하면서까지 귀신들린 청년을 고쳐주신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사건을 보면 예수님이 수많은 물질보다도 인간의 생명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시는지 알 수 있다.
예수님은 오늘날의 인권선언이라 할 수 있는 이사야 61장을 인용하면서 출애굽 사건을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해방 사건이 신약 시대에도 지속적으로 연속성이 있음을 선포한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눅4:18~19) 예수님의 사역의 첫 주제는 가난한 자, 포로된 자들과 눈먼 자들, 눌린 자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이들은 로마에 의한 지배와 팔레스타인 자체 내의 종교적 체제의 이중적 억압 속에 있던 사회적 약자들이다. 이들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들을 누리지 못한 채 사회적 평등권을 유린당하고 있었다.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에 대해 예수님은 깊은 관심을 가지시고 이들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선포하시고, 자신이 이 땅에 온 목적을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 가운데 가장 귀중한 것은 인간의 존엄이기에 어떤 이유로도 인권의 침해는 부당한 것임을 선포하신 것이다.
마태복음 9장 35절에 보면 예수님은 모든 마을을 두루 다니며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셨고, 또 병자와 허약한 사람들을 고치셨다. 이는 예수님은 해방의 영성을 가지고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은 인간들이 죄와 질병,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살기를 원하신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11:28~9)고 선포하셨다. 마태복음 5장과 누가복음 6장에 나타난 산상설교에서도 예수님의 사역은 자유와 해방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수님은 마가복음 10장 45절에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이 섬김을 받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목숨을 많은 사람들의 대속물로 내어 주려는 것이라고 말씀하고 있다. 요한복음 13장에 보면 예수님은 손수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섬김의 철학은 마태복음에 좀 더 인권적인 선언으로 구체화된다. “이방인의 집권자들이 저희를 임의로 주관하고 그 대인들이 저희에게 권세를 부리는 줄을 너희가 알거니와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아니하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 종이 되어야 하리라”(마20:25)
예수님이 추구하는 정신과 삶은 인간의 자유권과 평등권이 이 땅위에 실현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수님이 수많은 사역 속에서 사람들의 질병을 고쳐주며 치유의 기쁨과 함께 그들에게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하신 사역의 초점은 그들 모두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 가운데서의 사역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김종걸 교수 / 침신대 신학과(체계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