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음악시간 밖에 많은 비가 내리거나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여느 선생님과는 달리 깔끔한 용모의 음악 선생님은 클래식 음악이 뭔지도 모르는 까까머리 중학생들을 눈 감으라 하시고 이 곡을 감상하게 하셨다.
시인과 농부 Poet & Peasant (Dichter und Bauer)는 주페-Franz Von Suppe (1819~1895, 오스트리아, 작곡가. 지휘자)가 칼 엘머의 대본에 의해 1864년에 작곡, 초연한 오페라타의 제목이다. 지금은 서곡만 관현악의 명곡으로 자주 연주되고 있다.
곡의 진행은 느리고 엄숙한 멜로디가 밝아오는 새벽을 깨우고 곧 이어 전원의 아침 햇살을 연상시키는 바이올린 곡이 잘 자고 일어난 이불 속의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갑자기 빠른 행진곡이 한 여름 밤 무섭게 쏟아지는 폭우와 같이 격정적인 분위기로 급반전된다. 그리고 다시 잔잔한 호수의 수면 같은 왈츠가 전개되고 그 호수에 거대한 폭포가 떨어지는 듯 행진곡의 빠른 템포는 듣는 이의 숨을 멈추게 하고 아쉬움으로 끝난다.
어제 비전센터 3층 철근 공사장에 올라가 봤다. 아직은 어지러이 널려진 현장이지만 내 마음은 벌써 이 눈높이에서 앞산을 바라보며 이 곡을 감상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어떤 색깔로 어떻게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나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대형 액정 TV에서 이런 관현악단의 연주실황이 공연되는 것도 멋있을 것 같고, 언제 맡아도 행복한 카푸치노 커피 향이 온 방안에 가득하면 더 좋을 것 같다.
꿈꾸는 것은 돈이 안 들어서 언제라도 좋다.
김용혁 목사 / 대전노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