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상황성(맥락성, contextuality), 상이점, 그리고 다양성
‘상황성’ 또는 ‘맥락성’이란 목회상담자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내담자의 문제 서술은 그 내담자의 경험이 해석된 결과로서 나타난 것이며, 그 해석은 그 내담자가 처해있는 상황 안에서 이해되어야만 올바른 문제 진단과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육신을 통하여 스스로 인간의 상황 안으로 들어오신 것처럼, 목회상담자는 내담자의 입장과 문제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를 위해서 그 내담자의 상황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경청은 한 개인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이야기하는 이와 듣는 이 모두를 구체적이고도 명백한 상황에 직면하도록 하는 목적도 있다.
후기근대주의(포스트모더니즘)는 모든 인간이 같은 발달과정을 겪는다고 주장하는 인간발달이론과 같은 보편적 이론 또는 진리에 대하여 부정적이다. 인격형성에 관한 포스트모던적 이론들은 인간 개개인의 인격형성이나 발달은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이기에 각자가 속한 사회적 상황이나 여건/조건들은 인간이해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의 측면의 예는 성별이나 인종, 권력 또는 사회경제적 지위 등을 들 수 있다. 한 개인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상황의 독특성과 밀접하게 관련된 요소는 다양성과 상이성(difference)이라 할 수 있다. 내담자의 상황적 독특성은 다양함으로 이해되는 동시에 상이점이라 이해될 수 있다.
목회상담에서의 상황적 독특성은 사회문화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간적 측면에서의 상황적 독특성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교회 안에서의 상담인가, 아니면 상담소에서의 상담인가? 이러한 공동 상황적 목회상담 접근은 상담의 상황으로서의 신앙공동체에 대한 관심의 재조명과 함께 돌봄의 대상으로서의 신앙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즉 신앙공동체에 속한 개개인에 대한 돌봄도 중요하지만 신앙공동체 전체를 하나의 돌봄의 대상으로 이해하고 돌보는 접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접근의 대표적인 이론이 오늘날 가족체계이론이라 할 수 있다.
2) 신앙공동체에 대한 교제 공동체적 이해
신앙공동체는 본질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의 교제이다. 따라서 신앙공동체의 본질 중의 하나를 교제(koinonia)공동체로 이해하는 접근은 개신교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접근이다.
신앙공동체는 특정한 지역에 위치해 있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의 가시적인 사귐의 공동체로서 관계들의 상호작용의 망(web)으로 이루어져있으며, 사랑과 수용과 용서와 헌신과 친밀감을 통하여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과 구성원들의 삶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이다.
기독교 신앙공동체는 단순한 집합적 주체가 아닌 상호의존적 인격들의 교제이다. 이러한 교제는 단순한 사회적 관계를 넘어서 상호간의 친밀한 감정과 공감적 이해를 지니는 관계를 의미한다(고전 12:26).
이러한 교제 공동체로서의 신앙공동체 이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교회의 제도적 측면보다는 삼위일체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영적 교제에 강조를 둔다.
둘째, 공동체 구성원 개인의 개별성과 그 공동체 고유의 전체적 특성 간에는 역동적인 관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관계적 존재로서의 개인은 관계망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자신의 신앙공동체가 지닌 공동체의 정체성과 계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셋째, 연합과 다양성이 인정받는 동시에 격려 받고 촉진된다.
넷째, 상호성(mutuality)에 대한 헌신이 강조된다.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한 교제 공동체로서의 신앙공동체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1) 개별성과 관계성의 공동체
인격적 존재로서의 신앙공동체 구성원의 개별성과 상호연결을 지닌 관계성은 신앙공동체를 교제공동체로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교제는 공동체 구성원 간의 교제는 물론 나아가서 삼위일체 하나님과 구성원들, 나아가서 다른 신앙공동체와의 교제도 포함한다.
예수 그리스도와 제자들과의 사랑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은 바로 신앙공동체의 기초가 된다. 교제 공동체로서의 신앙공동체의 기초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내적인 본질인 개별성과 관계성에 토대하여 있으며 이는 신앙공동체 내부 구성원들의 관계에 대한 길잡이로서의 기능을 한다 할 수 있다.
성서는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이 형성한 가정과 교회 모두가 이러한 삼위일체 하나님의 개별성과 관계성의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제 공동체로서의 신앙공동체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내적 본질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공동체로서의 관계적 본질과 아울러 이와는 구별되는 개인들이 모인 집단이라는 개별성의 두 가지 특성이 상호의존적으로 공존한다.
(2) 연합과 다양성에 기초한 헌신과 나눔의 공동체
목회상담이 그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주의에 기초한 전문성보다는 공동체에 기초한 상호의존성을 회복하여야 한다. 교제 공동체로서의 신앙공동체란 완전한 사람들의 교제가 아니라 서로 자신들의 모자람과 죄인 됨을 인지하고 동일시하며 이러한 동일시를 바탕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헌신과 나눔을 통하여 하나 됨을 경험하는 교제이다.
서로의 부족함과 불완전함을 자각한 상호의존적 교제는 단순한 친목을 넘어서 주인 되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헌신을 위해 상대의 부족함을 돌보아 주는 마음을 함께 공유하는 깊은 유대감을 동반한 사귐이다.
이러한 교제는 성령의 매개를 통하여 성부와 성자 사이의 신적인 교제 가운데 인간이 포함되어 참여하게 되는 사귐이다. 모든 하나님의 백성들은 자신들 안에 계신 성령을 통하여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귐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적 사귐의 사랑은 신앙공동체 구성원의 헌신과 겸손한 섬김을 통하여 밖으로 표현된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목회상담적인 신앙공동체에 대한 이해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속성을 닮아 개별성과 관계성을 바탕으로 본질상 상호의존적이며 상호 돌봄적이다. 이러한 상호의존과 상호 돌봄은 독립적이 아니라 항상 특정한 공동체 구조의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관계적이며 상황적인 신앙공동체에 대한 목회상담적 이해는 신앙공동체라는 특정한 사회구조의 상황 안에서 이루어지는 치유와 해석이라는 그 적용 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오늘날 포스트모던 시대에서 공동체의 핵심 가치의 형성과 전승이란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신앙공동체는 진단과 치유적 방안으로 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의 신앙생활, 신앙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의 발견과 유지 발전, 일상생활에서의 신앙적 삶의 지도까지를 포함하는 해석적 기능과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그러므로 다음에서는 목회상담적 신앙공동체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그 적용이라 할 수 있는 치유와 해석의 공동체에 대하여 살펴보고 그 목회상담적 적용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양병모 교수
침신대 신학과
(목회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