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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산책 89> 지갑

 

10여년 전 집사님 한분이 동남아 여행을 다녀 오시면서 작은 지갑하나를 선물로 주셨다. 평소 볼 수 없었던 붉은 빛을 띤 이상한 표피의 지갑이였다. 책상 설합에 넣어 둔채 몇 년이 지난 뒤 태국을 여행하면서 이 지갑이 가오리 가죽으로 만든 고급 지갑인 것을 알게 되었다. 웬만한 칼로도 잘리지 않는다는 튼튼한 가오리 가죽.

 

그동안 천대했던 지갑에 미안하고, 집사님에게도 죄송한 마음을 갖고 그때부터 애용한 지갑이 지금은 내면이 너덜너덜하여 내용물이 빠져 나오려 한다. 매년 이제는 바꿀 때가 되었다 하면서 벌써 15년 가까이 내 신사복 안주머니에서 나의 주민등록증, 신용카드, 현금등을 소중하게 감싸고 있다.

 

금년들어 난 이 지갑과 이별하려고 한다. 지갑을 선물할 때는 속에 돈도 넣어 주어야 한다며 받았던 새로운 지갑을 펼쳐놓고 하나 하나 소지품을 옮기는데 마치 오래 살았던 집을 떠나 이사 가는 기분이다. 현대인들은 전자지갑으로 모든 것을 대신한다. 스마트 폰 속에 들어 있는 이것 하나면 시내버스, KTX, 은행업무등 웬만한 일상의 업무를 다 처리할 수 있다.

 

너무 빠르게 모든 것이 변하니 전혀 딴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다. 편리하고 쉽고 빠른데 인간미가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어딘가 모르게 허전하다. 전에는 그리움이 차곡차곡 쌓여야 이민 간 친척과 큰 맘 먹고 전화한번 하는데 지금은 당장이라도 화상통화를 공짜로 할 수 있다.

 

얼마큼 기다리면 가능해 질까? 천국에 계신 어머님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지갑만 아니라 내 삶이 정리되는 날이 오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아쉽지만 붉은 빛 가오리 지갑은 내 안주머니에서 떠나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북동쪽 알라메다(Alameda) 해안 도시에 2차 대전 중 16대의 B-52 폭격기를 싣고 미드웨이 해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던 퇴역 항공모함 호넷(Hornet)이 정박해 있다. 오랜 세월 나와 함께 했던 지갑을 교체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남은 날들을 계수해 보라는 모세의 시편처럼 최선을 다한 뒤 나도 호넷처럼 정박하리라.

 

김용혁 목사 / 대전노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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