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 이야기 :
어떤 소가 이 세상 살다가 하늘나라에 갔다.
천사가 세상에서 어떻게 살다가 왔느냐고 물으니
牛公曰 “맨탕 풀만 먹고 합숙(合宿)만 하다가 왔습니다. 그런데 노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 놈의 농기계란 놈들이 등장해서 우리들의 일거리를 다 빼앗아간 거죠 뒤죽뒤죽 살만 찌고 있었는데 어느 날 추럭이 오더니 우리를 싣고 서울 구경시켜 준다기에 앗따, 그거 참 좋구나 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왔네요”〈理性的牛公(이성적우공)〉
어떤 누렁개 이야기 :
수개와 암개가 한참 사랑 交尾놀이를 하던 중
암개 曰 “여보, 숫개양반 지금 우리가 뭣하고 있는지요”
수개 曰 “사랑놀이하고 있지 않소”
암개 曰 “사랑놀이 그칩시다, 사랑은 달지만 그 열매는 쓰답니다. 우리새끼 낳아 보았자
사람들의 몸보신 재료 밖에 무엇 한답니까.“
수개 曰 “그렇군요”
그들은 사랑놀이를 그쳤다.<理性的犬公(이성적견공)〉
어떤 암탉 이야기 :
김씨네 암탉이 동 우리에 알 한 개를 빠져 놓고 온 동네 떠나갈 새라 “꼬꼬댁 꼬꼬, 내가 알 한 개를 낳았답니다”하는지라 옆집 박씨네 암탉이 말했다.
“이 암탉 여편네야, 제발 방정스럽게 떠들지 마소. 사람들이 곧바로 그 알을 끄내어 깨어먹지 않게소.”
김씨네 암탉 “듣고 보니 그렇군요”〈理性的鷄公(이성적계공)〉
또 어떤 땅개 이야기 :
주인의 사랑을 자식만큼이나 받는 아주 작은 땅개가 목줄을 달고 주인 따라 산보를 나왔는데. 산보 도중 전봇대나 가로수나 담벽을 만나면 다리를 버쩍 쳐들고 방뇨를 하는 것이다.
왜 그러느냐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학설이 있단다. 귀가할 때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자기 오줌냄새를 맡겠다는 안전귀가설이 있고. 또 하나의 학설은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영역확장설이다.
주인의 손에 이끌려 오는 주제에 안전 귀가설은 설득력이 없고, 주인집 한 기둥이 개집이 온통 자기 영역 전부인 즉 영역확장설도 설득력이 없기는 매한가지. 〈本能(본능) 따라 사는 犬公(견공)〉
水流(수류) 권혁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