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지난 60년의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이 시대적 상황에 영향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진보주의 진영이 정치적이고 민족적인 특성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면, 보수주의 진영은 선교적 측면에서만 통일을 이해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양 진영은 북한을 공존의 대상으로 여기고 함께 통일을 이루어 평화적으로 발전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교회의 연합된 노력을 해야 한다.
4. 통일에 대한 교회의 사명
분단이 장기화되어 갈등과 이질감으로 적대적인 관계의 남북 분위기가 미약하나마 호전되고 있는 이 시점에 한국교회는 통일을 기대하며 화해를 위한 노력에 경주해야만 한다. 특히 한국교회가 북한 복음화를 위해 통일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와 사명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통일에 대한 교회의 사명을 다음 다섯 가지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무엇보다 교회갱신의 사명이다. 이미 자정 능력을 잃은 한국교회가 사회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교회의 물량주의, 성장주의, 물질주의, 기복주의, 교권주의, 직분의 계급화 현상, 개교회주의, 파벌주의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교회에 대한 권위와 신뢰가 떨어져 통일 이전은 말할 것도 없고 통일 이후 시대에 통일 조국을 위한 교회로서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교회 연합의 사명이다. 한국교회가 진보와 보수로 양분화 되어 있는 이 현실은 남북한 통일에 있어서 교회의 역할에 장애를 가져올 것이다. 대천덕 신부는 통일의 조건으로 남한 기독교계의 불일치를 회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가 서로 연합하지 못한다면 통일 후에 북한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셋째, 통일 의식화에 대한 사명이다. 무엇보다 기독교인들의 통일에 대한 의식 고취가 필요하다. 대부분 전후 세대인 지금 왜 통일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식 전환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60년 이상 장기화된 분단 구조에 스스로 빠져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부담스럽고 혼란스러운 통일을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통일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은 북한복음화를 위해서도 큰 장애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통일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의식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통일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인식은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번영을 실현하고자 하는 우리의 소망이고 출발점이다. 아울러 통일은 경제적으로 남북의 번영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분단의 불안요인을 제거하고 과도하게 소모되고 있는 군비를 감축하여 경제에 투자하면 남북이 경제적으로 번영할 수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통일은 불신과 적대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신뢰와 사랑이 넘치는 사회관계를 유지시켜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 것이라는 의식의 전환이다. 통일은 종국에는 우리가 기대하고 소망하는 북한의 민족복음화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적극적인 나눔과 구호활동의 사명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계획 경제의 실패로 세계에서 가장 극빈국의 하나로 전락했다. 94년 냉해, 95년 대홍수, 96년 한해, 97년 해일로 인해 식량 생산이 크게 줄어들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기아지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러한 때 구호물자가 주민들에게 직접 분배되고 있는가 하는 투명성 문제로 우리는 정부와 교단, 교회 간에 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서경석 목사는 “외부에서 지원하는 식량이 군량미로 쓰이게 되면 그만큼 북에서 생산되는 식량이 북한 주민에게 전달될 것이고, 군량미로 쓰여지지 않으면 그만큼 북한의 농촌에서 생산되는 식량이 군량미로 가게 될 것이다.
어느 나라든 식량 위기가 왔을 때 군인부터 굶기는 나라는 없다. 더구나 북에서 생산되는 식량만으로 북의 군인을 충분히 먹이고도 남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보내는 식량이 군량미로 가는가 안 가는가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한 질문이 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재정적 여력은 정책만 잘 세울 수 있다면 북한사회를 기근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중요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북한의 기근에 대하여 도움의 손을 펴야 한다. 이는 북한 동포에 대한 구제와 형제 사랑뿐만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갱신과 부흥을 드러내는 것이다.
다섯째, 한국교회는 통일을 위한 전략적 사역개발을 확대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 남북의 기독교인들이 서로 적극적인 만남을 통해 상호이해를 높이는데 힘써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남북 교회 간에 신학적, 이념적 차이가 크지만 기독교 절기행사에 남북공동예배 개최, 신학자?학생간의 학술교류, 기독교서적의 지원 등도 남북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인도주의 지원 사업을 통해 남북한의 적대의식을 해소함으로써 증오와 불신을 사랑과 신뢰의 관계로 만들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 현재 한국교회는 식량과 의약품을 제공하고, 빵공장, 국수공장 운영을 비롯하여 병원과 육아원, 학교 등의 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북한에서 차별받고 있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지원은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를 개선함으로써 복음전도의 가능성을 높이는 좋은 전략이다. 또한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과 정책이 필요하다. 탈북자들은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가장 쉽게 복음을 받아들이는 집단이다.
탈북자들을 통해 통일과 북한선교를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게는 10만 명 많게는 30만 명 규모로 추산되는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높여 나가야 한다. 최근 탈북자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기독교 단체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탈북자들에게 아브라함과 같이 부르셨고 모세와 같이 동족구원의 전도자로 불렀음을 강조하며 통일의 선도적 사명자로서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김종걸 교수
침신대 신학과
(체계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