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는 부활하신 예수의 엠마오 현현 사건과 제자들에게 현현한 사건을 통해 부활의 예수를 알아보는 길과 함께 부활의 존재성 곧 부활의 존재는 신체를 벗어난 영 혹은 영혼만 있는 존재가 아니라 예수의 살과 뼈를 포함하여 나사렛 예수 전인의 부활이라는 몸의 부활 개념을 제시했다.
누가는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담긴 구원사적 의미를 부활하신 예수의 말씀을 통해 제시한다. 누가는 부활 현현 사건의 절정에서 예수의 부활은 하나님이 예정하신 구원자인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에 대한 약속(예언)의 성취이며 나아가 그 구원을 만민에게 전파하기 위한 출발점과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부각시킨다.
누가는 먼저 공생애의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교훈의 중심적 의미가 무엇인가를 제시한다: “또 그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너희와 함께 있었을 때에 너희에게 말한바 곧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과 시편에 나를 가리켜 기록된 모든 것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리라 한 (내) 말이 이것이라 하시고”(눅 24:44).
여기서 예수의 말씀의 핵심적 의미는 ‘성취하다’(plhro,w)라는 동사와 필연성을 나타내는 조동사(dei/)를 통해 표현된다. 누가는 ‘성취하다’라는 동사를 하나님이 계획하셨고 약속(말씀)하신 어떤 일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했다(눅 1:20; 4:21; 9:31; 21:24; 22:16; 행 1:16; 3:18; 13:27).
누가에게 있어서 성취는 반드시 하나님께서 말씀(약속)하신 것의 성취를 가리킨다. 그래서 누가는 이 동사의 완료 분사(수동태)를 “기록된 것들”(ta. gegramme,na) 곧 성경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했다(눅 4:17; 18:31; 20:17; 21:22; 22:37; 24:44; 행 13:29; 24:14).
누가에게 있어서 “기록된 것들”의 성취는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필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는 필연성의 조동사를 함께 사용하여 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기록된 모든 것들이 반드시 성취되어야 한다”(dei/ plhrwqh/nai pa,nta ta. gegramme,na)라는 말씀으로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에서 약속(예언)의 필연적인 성취를 부각시킨다.
누가는 “나에 관하여”(peri. evmou/)라는 어구를 삽입하여 성취돼야 할 성경의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계신다는 것을 강조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경(기록된 것들)의 중심 주제라는 누가의 신학적 입장은 사실은 신약성서 다른 저자들의 공통된 입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약속과 성취의 입장에서 보면,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들(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포함하여)은 우연히 일어난 것들이 아니라, 하나님이 성경을 통해 계시한 약속들이 성취된 사건들이다. 예수는 자기 자신의 존재는 물론 그의 사역을 구약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약속과 성취의 견지에서 이해하신 것을 보여준다.
누가는 “이것들이 내 말들이다”(ou-toi oi` lo,goi mou)라는 표현을 통해 예수께서 공생애에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교훈들의 핵심적인 내용을 성경의 성취 곧 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모든 것들의 성취와 연결시킨다.
성경을 율법과 예언자들과 시편들로 구분한 것은 일세기 유대교에서 익숙한 구분이었다. 율법은 모세의 권위에 의지하여 “모세의 율법”으로 불리어지기도 했다. 누가는 예수의 공생애 사역과 관련하여 율법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눅 2:22~24; 27, 39; 5:14; 10:26; 16:16~17, 29, 31; 20:28, 37; 24:27). 율법에는 모세와 같은 예언자가 예언되어 있다(행 3:22). 율법에는 ‘메시아’(기름부음을 받는 자)라는 칭호가 직접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메시아와 관련된 약속들이 나온다.
예언자들도 하나님의 계획의 성취와 관련하여 누가가 자주 언급한 것이다(눅 1:70; 16:16, 29, 31; 18:31; 24:25, 27; 행 3:18, 21, 24; 10:43; 24:14). 예언자들은 약속된 메시아에 관한 예언들은 물론 하나님의 구원 행동을 시작하게 하며 완결시키는 일련의 약속들을 포함한다. 누가는 성경의 성취와 관련하여 시편도 언급했다(눅 20:42; 행 1:20; 13:33). 누가는 시편에 포함된 예언적 본문들도 중요하게 다루었다(눅 13:35; 20:17, 41~44; 22:69; 행 2:25~28, 32~36; 4:25~27).
누가는 부활의 예수께서 제자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역점을 두어 하신 일이 그들로 하여금 성경을 깨닫게 하는 일이었다는 것을 제시한다: “이에 그들의 마음을 열어 성경을 깨닫게 하시고”(눅 24:45). 예수는 구체적인 본문에 대한 언급이 없이 단지 성경의 성취라는 하나님의 구원사의 원리를 깨닫게 하는 것에 집중한다.
엠마오 사건에서 부활의 예수는 제자들의 눈을 열어 부활의 존재를 알아보게 하셨다(눅 24:31~32). 여기서는 “그들의 마음을 열어”(dih,noixen auvtw/n to.n nou/n) 성경들을 깨닫게 하심을 통해(tou/ sunie,nai ta.j grafa,j) 그들이 그 때까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에 담긴 의미를 분명하게 이해하도록 도와주셨다. 그들이 예수의 공생애 시절에는 물론 십자가 죽음과 부활 전에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것들(눅 9:45; 18:34)이 이제는 분명하게 알게 된 것이다(cf. 눅 24:25, 27, 32; 행 16:14; 26:17~18).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의 성경 해설을 통해 성경들에는 인간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에 관한 것들이 기록되어 있다는 것과 그 구원의 실행자는 예수 그리스도이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모든 것들은 반드시 성취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누가는 기록된 모든 것들의 성취라는 하나님의 구원사의 원리에 입각하여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에서 반드시 성취되어야 할 하나님의 계획을 제시한다: “또 이르시되 이같이 그리스도가 고난을 받고 제 삼일에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날 것과 또 그의 이름으로 죄 사함을 얻게 하는 회개가 예루살렘으로부터 시작하여 모든 족속에게 전파될 것이 기록되었으니”(눅 24:46-47).
한글 성경에는 ‘기록되었으니’가 이 구절의 마지막에 나오지만, 원문에는 이 구절의 맨 앞에 나온다: “이같이 기록되었으니”(ou[twj ge,graptai).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에서 기록된 것은 반드시 성취되어야 하는데, 이 말씀에는 기록된 것의 중심적인 내용이 세 가지로 나온다:
첫째는 그리스도가 고난을 받는 것,
둘째는 고난을 받은 그리스도께서 제 삼일에 부활하는 것,
셋째는 고난을 받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예수)의 이름으로 죄들의 사함을 얻게 하는 회개가 예루살렘으로부터 시작하여 모든 민족에게 전파되는 것이다.
첫째는 그리스도께서 고난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눅 9:22; 17:25; 24:26; 행 1:3; 3;18; 17:3). 의인이 죄인들을 대신하여 받는 고난이 시편과 예언자들에 집중적으로 제시되었다(대표적으로, 사 53장; 시 22:31; 69:118). 죄없는 의인이 받는 고난의 주제를 위하여 시편이 중심적 역할을 했다. 이 고난은 이미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 고난의 세부적인 일들은 제자들과 누가의 독자들에게 알려진 것이다.
일세기 유대인들의 메시아 기대에서 메시아의 고난을 통한 하나님의 역사는 주목을 받지 못한 주제였다. 예수의 제자들조차 하나님의 계획에 담긴 그리스도의 고난을 이해하기 위해 씨름을 해야 했다. 그들은 성령의 감동을 통해 예수의 고난과 죽음이 인류의 죄들을 사하고 하나님의 새로운 자녀들을 그 자신의 피로 사기 위한 고난의 절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둘째는 그리스도께서 고난을 받은 후에 죽은 자 가운데서 제 삼일에 부활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부활에 관한 예수의 말씀도 마지막 날의 부활이라는 일세기 유대교의 막연하고 애매한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즉각적이며 명백한 부활 사상을 전달한다.
부활의 희망은 사도행전에서 일차적으로 시편 16:8~11과 110:1에 기초하여 제시되었다. 누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이 세대의 삶으로의 소생도 아니며 영혼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라, 공생애 예수의 존재 전체가 오는 세대의 존재로의 변형이라는 사도 바울이 제시한 몸의 부활 개념을 더 명료하게 발전시켰다.
셋째는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에 기초한 하나님의 구원이 모든 민족에게 전파되는 것이다. 여기서 누가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보편성을 부각시킨다.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마련하신 구원은 비록 유대인들을 통해 마련하신 것이지만 유대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민족을 위한 구원이라는 구원의 보편적 범위를 제시한다.
이 구원의 보편성에 관한 사상도 주로 사도 바울이 제시한 것인데, 누가는 그것을 더 충실하게 나타낸다. 누가는 ‘전파하다’라는 동사의 수동태인 ‘전파된다’(khrucqh/nai)를 사용하여 하나님의 구원의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전파되는 것도 하나님의 계획의 성취라는 필연성을 강조낸다. 수동태의 사용은 또한 구원의 복음을 전파하는 사역을 감당할 일꾼들의 중요성도 나타낸다.
김광수 교수
침신대 신학과(신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