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처치의 태동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은혜였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특별히 사랑하거나 실버사역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 아니었다. 주님의 은혜로 실버처치를 하게 됐고 실버처치를 하면서 실버사역의 중요성을 깨달은 사람이다. 주님께서 부족한 종에게 실버처치를 하게 하신 것은 그만큼 실버전도가 절박한 일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지금도 할아버지, 할머니를 볼 때마다, 실버예배를 드릴 때마다 영혼구원에 대한 하나님의 절박한 심정이 마음에 절절히 저려 옴을 느낀다. 이런 맥락에서 실버처치의 태동 과정을 소개하는 것도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어 간략하게 소개한다.
나는 약 10여 년 전에 교회 부설로 ‘나눔뱅크’를 설립하여 줄곧 운영해 왔다. ‘나눔뱅크’란 의식주에 관련된 모든 물품(재고품이나 상태가 양호한 중고품)을 기업체, 단체, 개인 등으로부터 무료로 기부 받아 무료로 나눠주는 시스템이다. 기부 받은 의식주 관련 생활용품들을 나눔뱅크 전지장에 전시한다.
그러면 주민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전시장을 들려서 자기에게 필요한 생활용품을 한두 가지씩 골라 무료로 가지고 가는 방식이다. 이런 나눔을 통해 주님의 사랑을 이웃에게 전달하고 관계를 맺어나가며 궁극적으로는 전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나눔뱅크를 시작하면서부터 쌀 단지 큰 것을 하나사서 ‘나눔의 쌀 단지’라 이름붙이고 전시장 한쪽에 놓았다. 누가 쌀 단지에 쌀을 갖다 부으면 또한 필요한 사람이 퍼가도록 하기 위함이다. 운영을 해보니까 쌀 기부는 그런대로 되는데 쌀을 퍼가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가지고 가기 쉽도록 비닐봉지에 1kg씩 쌀을 담아서 진열해 놓았다. 사람들이 쌀을 가지고 가기 시작했다. 살펴보니 쌀을 가지고 가는 분들이 젊은 사람은 별로 없고 주로 할아버지, 할머니였다. 쌀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매주 나눔뱅크 전시장에 방문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친숙하게 됐다.
어르신들이 한 분씩 나눔뱅크 전시장에 오시면 따뜻한 차나 과일을 대접하면서 대화를 나누다가 일대일로 복음을 전하곤 했다. 어떤 분은 복음을 받아들이지만 어떤 분은 거부하기도 했다. 또 어떤 분은 대화가 잘 되지만 대체적으로 나이가 드신 어르신들은 귀도 어둡고, 눈도 어두워서 대화가 잘 되지 않았다. 어르신들을 전도하기는 해도 왠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고 늘 아쉬움이 남았다.
어느 날 나눔뱅크 전시장에 자주 오시는 할머니 한 분에게 복음을 전하고 주일날 교회에 나오도록 권했는데 정말 주일 11시 예배에 그 할머니가 참석했다. 너무 반가워서 예배가 끝나자마자 할머니에게로 달려가 인사를 드리니까 나를 보자마자 할머니께서는 “나는 귀가 먹었으니 목사님 말을 잘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나 같은 사람은 교회에 나와도 아무 소용이 없으니 그냥 놔두세요.”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당황하여 “네~ 잘 알겠으니 점심식사나 하고 가세요.”하며 자리를 권하는 나의 손을 뿌리치고 할머니는 서둘러 교회를 나가버렸다. 멀어져가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는 나의 마음이 매우 무거웠다. 이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저 할머니께서 저렇게 사시다가 어느 날 세상을 떠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참으로 마음이 답답했다. 교회에 와서 예배까지 드렸으나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고 막상 죽어서 지옥에 떨어진다면 얼마나 천추의 한이 될 것인가 참으로 안타가운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이런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겪으면서 어르신들을 전도하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전도는 포기해야지’하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르신들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었다. 그러면 또 나도 모르게 어르신들을 전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하고 생각하곤 했다.
이런 시행착오 속에서 어느덧 여러 해가 지나갔다. 그러던 중 2011년 8월초 어느 날 주님께서 지혜를 주셨다. 당시에 나눔뱅크 전시장에 와서 매주 쌀을 가지고 가시는 어르신들은 대략 30~40명 정도 됐는데 각자 오시는 날짜와 시간은 모두 달랐다.
매주 오시는 어르신들을 모두 한 날 한 시에 모이게 하고 함께 예배드린 후 쌀을 드리면 어떨까하는 지혜가 떠오른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매주 나눔뱅크 전시장에서 만나 친숙하게 지냈기 때문에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밑져봐야 본전이니 일단은 한 번 시도해보기로 결심하고 주중에 오시는 어르신에게 일일이 “어르신, 이번 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어르신들만 모시고 예배를 드린 후 쌀을 드리려고 하는데 오실 수 있어요?”라고 권했다.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다. 삼분의 이 이상이 시간 맞춰서 오시겠다고 했다. 이렇게 하여 지난 2011년 8월20일에 어르신 20분을 모시고 역사적인 첫 실버예배를 드리게 된 것이다.
이후 참으로 놀라운 일들이 많이 생겼다. 첫 실버예배를 드린 이후 매주 인원이 늘어나 불과 10개월 만에 약 200여명의 어르신들이 모이게 된 것이다. 가히 폭발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다. 예배가 얼마나 은혜가 넘치는지 모른다. 놀랍게도 어르신들이 변하고, 믿음이 자라는 것이 종의 눈에 보인다. 예배 시작 한 두 시간 전에 오시는 분도 적지 않다. 예배 시작시간 30분 전에 이미 본당에 어르신들로 꽉 찬다. 약 70분에 걸쳐서 예배드리고 성경공부도 한다. 참으로 놀라운 영적 열매가 맺어지는 것이었다. 어르신들보다 내가 더 은혜를 받는다.
주님께서는 지난 3년 동안의 실버사역을 통하여 부족한 종에게 참으로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주셨는데 앞으로 한 가지씩 소개하고자 한다. 추상적인 이론보다는 실버처치를 해오면서 목회 현장에서 체험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부분들을 다루고 소개하고자 한다.
윤인규 목사 / 가나안정복선교센터 대표
사역 문의) 010-3667-8291 www.canaan.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