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 오츠는 목회자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한 교회의 대표자”라고 했다. 즉 한 교회의 영적 지도자이면서 동시에 행정적인 책임자요 총괄자임을 강조한 것이다. 행정이라 함은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도록 조직과 구성원들을 이끌어 가는 과정이다.
즉 목회자는 교회로 하여금 교회의 사명을 성취하도록 교회를 관리하며 움직이도록 하는 지도자이다. 성령님께서는 교회 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하여 은사를 주시는데 그 중에 다스리는 은사가 있다(고전 12:28; 롬 12:8). 목회자는 “다스리는 사람”이다.
“다스리는 사람”은 관리인 또는 지도하는 사람으로 공동체의 키잡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행 27:11; 계 18:17). 목회자는 회중의 키잡이로서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지도하는 행정 담당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목회자는 회중의 인도자 역할을 하는 특별한 은사를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배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여러 기능이 필요하다. 노 젓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망루에 올라 바다를 살피는 사람도 있어야 하며, 음식 만드는 사람도 필요하다. 그런데 지도자는 방향타 즉 키를 잡고 배의 나갈 방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목회자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한다. 배가 나갈 추진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방향을 잘못 잡기 때문이다. 맹인이 제대로 걷지 못하는 이유는 걸을 수 있는 다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볼 시력이 없기 때문이다(절대로 맹인을 폄하하는 의도가 아님을 독자께서 이해하기 바랍니다).
시력이 회복되면 힘차게 걸을 수 있다. 목회자는 마치 눈과 같아야 한다. 비전이란 믿음의 눈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영적 시력이다. 베드로 사도는 성령님의 감동으로 구원받은 성도가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함으로 신앙의 성숙을 이루지 못하면 맹인이 되어 멀리 보지 못한다고 경고했다(벧후 1:9).
그러므로 목회자는 교회의 방향을 잡고 안내하는 키잡이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지혜를 얻어야 한다.
1) 교회의 사명을 인식하라. 교회는 존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명을 위해 존재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교회는 사명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missional church)가 돼야 한다. 목회자는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지 교회의 사명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교회들에게 적용되는 교회의 총괄적 사명을 정리하고 개 교회의 시대적, 지역적, 사회적 특성에 비추어 교회의 특별한 사명을 수립해야 한다. 목회자는 교인들과 상의하여 교회의 사명선언문을 작성해야 한다.
2) 교회의 사명을 인식시키라. 사도 바울이 사랑하는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잘 다스리는 장로들은 배나 존경할 자로 알되 말씀과 가르침에 수고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리할 것이니라”(딤전 5:17)고 당부했다. 잘 다스리는 장로란 목회자를 의미한다. 목
회자는 말씀과 가르침에 수고함으로 잘 다스려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말씀과 가르침을 통해 교회의 특별한 사명에 대하여 이해시키고 인식시켜 온 교회가 목적있는 공동체가 되게 해야 한다. 설교를 통해, 성경공부 시간에, 제자훈련 모임에서, 교회의 여러 프로그램과 모임을 통해 교회의 사명을 인식시켜줘야 한다.
그리고 포스터나 주보 등을 통해 교회의 사명을 지속적으로 접하게 함으로 교인들의 마음과 생각에 배어들게 만들어야 한다.
3) 목회협력자들과 목표를 공유하라. 사명은 목적을 설정하게 하고,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목표를 수립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업계획을 마련한다. 사명-목적-목표-사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교회의 사명은 구체화되고 가시화 된다.
목회자는 이러한 과정에서 교회 스탭들과 평신도 지도자들과 목표를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즉 교회를 이끌고 나가는 견인그룹이 먼저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느헤미야는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하기 위해 먼저 무너진 성벽 현장을 “몇몇 사람과 함께” 정찰하고 성벽 재건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나눴다(느 2:12).
사도 바울은 마게도니아 사람 환상을 본 후에 그가 본 환상을 동료들에게 이야기 하고 그들은 바울이 본 환상을 공유하며 아시아를 떠나 유럽으로 건너가는 것이 성령님의 뜻이라고 인정하고 실행에 옮겼다(행 16장). 담임목회자와 부목회자 그리고 안수집사, 목장 인도자, 교회 각 기관 지도자, 등등 교회 지도자들과 비전을 나누고 목표를 함께 품어야 한다.
4) 목회자는 부지런히 교인들을 살펴야 한다. “다스리는 자는 부지런함으로”하라고 했다(롬 12:8). 부지런하다는 것은 말 그대로 열성과 열심을 품은 근면함이다. 목회자는 소 떼와 양 떼를 부지런히 살피고 돌봐야 한다. 방향을 따라 움직이는 양이 있는가 하면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양도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낙오한 양이 있으면 챙겨주어야 한다. 교인들이 교회의 사명을 위해 움직여 가도록 동기를 부여해주고,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해야 한다.
5) 목회자는 정기적으로 과업 성취를 평가하고 목표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상황은 지속적으로 달라진다. 좋은 목표를 세웠더라도 상황이 변하면 목표도 달라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목회자는 교회의 과업 성취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점검하고, 재조정해야 한다.
계획은 바꾸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조정이 요구 될 때는 겸허하게 상황을 살피고 주저 없이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재조정을 잘 하려면 평가가 정교해야 한다. 대체로 은혜롭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하게 평가하고 추후 계획을 세울 때 근거자료로 삼아야 한다.
목회자는 키잡이다. 교회가 나갈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목회자가 방향을 잘못 잡으면 교회는 방황하고 교회의 에너지를 헛되이 낭비한다. 목회자는 교회의 행정적 최고 책임자이다. 막중한 책임감으로 키잡이 역할을 잘 감당하기 바란다.
이명희 교수
침신대 신학과
(실천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