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문이나 잡지 그리고 TV화면에 나타나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서 “참 잘 생겼다”라고 눈에 만족하되, 특별히 내 눈에 싹드는 두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보노라면 그냥 기분이 좋다. 평생에 실제인물을 만난 적이 없었건만 나의 식구처럼 정감이 간다.
그 한 인물은 피겨의 여왕 김연아 선수이다. 외손녀라기에도 너무 어린 소녀이지만 그녀를 보노라면 괜히 기분이 좋다. 지면에 그녀가 나타난 사진이라면 모두 가위로 오려서 나의 책상 위 유리깔판 밑에 두거나 나의 커피솦 씽크대의 찬장문에 덮게덮게 붙여놓고 즐긴다.
아내는 나의 그런 작업에 아주 못마땅해 하면서 짜증을 내다가도 영감의 취미가 그렇커니 하고 포기한 상태다. 내가 김연아선수를 예뻐하는 팬이 된 것은 그녀의 연기 중 아래로 감아 버린 그녀의 우수어린 눈매 때문이다. 이 세상의 온갖 고뇌를 땅 아래로 쏟아버리는 듯한 그 우수어린 눈매는 우수부인의 정취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 한사람은 전지현 배우이다. 나는 그녀의 사진이 나오기만 하면 역시 가위로 오려서 김연아의 사진을 붙여 놓은 자리에 가지런히 붙여놓는다. 그녀는 광고모델로 미미하게 시작된 배우이지만 무슨 커피광고에 단골전속 모델로서 나오는데 그녀가 지닌 커피 잔에는 당장 커피향이 쏟는 듯 했다. 그녀의 웃을 듯한 입가의 채 피지 아니한 미소와 맑은 호수처럼 빛나는 그녀의 눈매가 역시 나의 눈의 포인트이다.
나의 집 부엌 커피솦 씽크대 찬장문에는 김연아와 전지현의 사진으로 떡칠하다 싶이 도배질 되어 있다. 혹 찾아오는 손님이 싱크대에 가까이 왔다가 이들의 사진을 보고선 깜작 놀라면서 하는 말씀인즉 “목사님, 이들 사진을 .... ”하고 끝말을 못 맺는데 내가 그들의 마음을 모를리 없다. 목사가 고상하지 못하게 배우 아이들(?)의 사진을 즐기다니 하는 것 아닌가? 나의 모든 가족들, 아내, 아들들, 딸들, 며느리들, 손자들은 나를 이해하고도 남는다. 아버지의 낭만 그리고 할아버지의 청춘!!! 내 나이 80을 앞에 두고 있다.
노자는 항상 사람을 선하게 보다보면 못쓰겠다고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강조한다. 만인사랑! “교만한 자들과 어울려 전리품을 나누는 것보다 마음을 낮추어 낮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낫다”(잠16:19)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이 세상에 미운 놈보다 예쁜이가 더 많다고 느끼는 것은 그 사람의 보이지 않는 보화요 재산이다. 누구를 많이 사랑한다는 사람과 아무도 사랑할 사람이 없다는 사람들의 삶은 봄날씨와 겨울날씨 같을 것이리라.
미운 식구가 아무도 없다. 미운 제자가 아무도 없다. 미운 교인이 아무도 없다. 미운 이웃이 아무도 없다. 미운 친구가 아무도 없다. 모두가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그런 마음은 맑은 거울이다. 모두가 예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감정은 화원(花園)이 아닐 수 없다. 성경은 악인도 필요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여호와께서 온갖 것을 그 씌움에 적당하게 지으셨나니 악인도 악한 날에 적당하게 하셨느니라”(잠16:4)
水流(수류) 권혁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