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삐에로 신부는 공동체인 엠마우스 공동체를 창설했다. 그의 비망록 ‘단순한 기쁨’이라는 책에 이런 글이 있다.
어느 날, 한 청년이 나를 찾아왔다. 청년은 자살 직전에 있었다. 청년은 나에게 자살하려는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가정적인 문제, 경제 파탄, 사회적 지위 등 그러면서 결론을 맺었다.
“모든 상황으로 볼 때 저는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청년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나는 대답했다. “충분히 자살할 이유가 있습니다. 일이 그렇게 되었으면 살 수가 없겠습니다. 자살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죽기 전에 나를 좀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죽으면 안되겠습니까?” “뭐, 어차피 죽을 건데 죽기 전에 신부님이 필요하다면 제가 얼마간 신부님을 돕도록 하지요.”
그때부터 청년은 집 없는 사람,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집 짓는 일을 열심히 도왔다. 얼마 후, 청년이 고백했다.
“신부님이 제게 돈이든 집이든 일이든 그저 베푸셨다면, 저는 다시 자살을 시도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제게 필요한 것은 살아갈 방편이 아니라 살아야 할 이유였기 때문입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문제가 아니다. 그 상황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의 문제이다. 수년전 개척교회 목회자 부부모임에 개척교회입장에서 참석한 적이 있었다.
첫날 자기 소개 시간에 한결같이 어촌마을이라서 어렵고, 씨족집단이 강해서 어렵고, 가난한 달동네라서 어렵고, 고급 아파트 단지라서 어렵다고 했다. 실은 나도 우리 동네는 유성온천 지역이라서 먹자판 놀자판 동네라서 어렵다는 말을 하려고 준비했었는데….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이래서 저래서 어렵다는 말만 한다면 어떻게 주님의 교회가 부흥할 수 있을까 수치심과 함께 마음속에 큰 결단하게 되었다.
오늘 이 시간 이후로 내 입에서 내 목회 현장이 어려워서 목회가 힘들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99가지 어렵더라도 1가지 가능성이 있다면 그 가능성을 주님의 능력으로 뚫고 나가야 겠다고 결심했다.
지금 내 앞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그 어려움 때문에 주저앉고 절망하지 않고 믿음의 지팡이를 든 모세처럼 홍해 앞으로 나가야겠다. 나의 믿음을 보시고 하나님은 홍해를 갈라 놓으실 것이다.
김용혁 목사
대전노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