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우리 민족의 주 양식이다. 그래서 모든 식품 중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다. 경로 우대 대상인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분들은 대부분 매우 가난한 시대를 겪었다. 보릿고개를 경험한 세대이다. 그런 이들에게는 쌀은 여전히 아주 소중한 주 양식이다.
그래서 쌀은 진실하고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좋은 선물이 되는 것이다.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의 환경을 살펴보자. 그들의 문화를 들여다보자. 결코 짧지 않은 인생 여정을 살아오는 동안 많은 굴곡과 시련이 있었다. 이미 배우자를 잃은 사람도 있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도 많이 있다. 생활이 넉넉지 않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쌀은 정말 더 없이 중요한 양식이 된다.
어느 날 우연하게, 실버 예배에 참석하는 어르신들 중에 수원, 인천, 부천, 강서구, 은평구에서도 오시는 분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분들에게 “어떻게 그 멀리에서 오셨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어부교회에서 쌀을 준다는 소문을 듣고 왔다는 것이다.
우리 교회가 서울 강동구에 있으니 대략 2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왕복 4시간이다. 거기다가 예배 시간과 기다리는 시간, 로스 시간까지 감안하면 얼핏 계산해도 6시간은 족히 소요된다. 겨울 같으면 그럭저럭 하루해가 다 갈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먼 거리에서 매주 교회를 온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와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바로 쌀이다. 쌀은 그들에게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 교회가 실버처치를 하면서 별도로 전도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어르신들이 폭발적으로 모이게 된 이유도 바로 쌀을 드렸기 때문이다.
나도 쌀이 이렇게 파워가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실버처치 사역을 하면서 한참 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쌀을 많이 드리는 것도 아니다. 한 사람당 매주 1kg을 드렸다. 결코 많은 양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교회로 몰려온 것이다.
쌀은 정말 엄청난 파워가 있다. 내가 실버처처를 처음 세워서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따지고 보면 쌀을 나눠 드린 덕분이다. 실버처치를 세우는 교회마다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핵심 이유도 바로 매주 쌀을 드리기 때문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비록 생활이 어렵지 않더라도 쌀은 그들에게 귀한 양식 개념이 된다. 이것이 지금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들의 문화이다. 때문에 쌀은 어르신을 섬기는 우리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년 전에 할아버지, 할머니 20여 명을 모시고 첫 실버 예배를 드릴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 쌀을 나눠 드렸기 때문이다. 쌀을 드렸기 때문에 평상시 그들과 친숙한 관계를 만들 수 있었고, 이로 말미암아 어렵지 않게 첫 실버 예배를 드리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교회에서도 이웃에게 쌀을 많이 나눠 준다. 특히 성탄절이나 추수감사절 등 각종 절기에 맞춰 소외된 이웃에게 쌀을 나눠 드리는 행사를 많이 한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10kg나 20kg를 한꺼번에 드린다. 그런데 실버처치는 한번에 1kg씩만 드린다. 대신 매주 드린다. 교회에 와서 예배드린 분에 한하여 집에 가실 때 드린다.
이렇게 쌀을 조금씩 매주 나눠 드리는 것은 어르신들이 매주 교회에 와서 예배드리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교회에서 식사를 한 끼를 대접하면 어르신들은 고맙게 생각한다. 그런데 쌀을 드리면 더욱 소중하게 생각한다. 쌀은 양식이 되기 때문이다.
집에 가지고 가서 쌀 단지에 넣어놓고 때를 따라 필요한 만큼 퍼서 밥을 해 드신다. 이렇게 쌀은 양식 개념이 되기 때문에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지금 실버처치를 하고 있는 교회 중에는 과거 여러 해 동안 어르신들에게 식사나 국수를 대접했던 교회도 있다.
사모님께서 매주 식사를 준비하느라 참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이들 교회 모두 실버처치를 도입하면서 식사 대접하는 것을 없애고 쌀을 드리는 것으로 대체했다. 사실 어르신들에게 식사 한 끼 대접하려면 재정도 만만찮지만 손이 얼마나 많이 가는지 모른다.
많은 사람이 동원되어야 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에 쌀 준비는 매우 간단하다. 비닐봉지에 1kg씩 담으면 끝이다.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동원될 필요도 없다. 매우 간단하고 편하지만 효과는 만점이다.
어르신들에게 쌀을 드릴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비록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일지라도 구제개념으로 드리면 절대 안 된다. 그들이 가난하다 하여 구제의 개념으로 드리면 자칫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쌀은 주 양식 개념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매우 민감할 수 있다.
만에 하나 자존심이 상하면 어르신들은 겉으로 감사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기분 나쁘게 생각한다. 기분 나쁘면 마음을 닫게 되고, 마음을 닫으면 말씀이 들어가지 않는다. 말씀이 들어가지 않으면 그들이 예수를 만나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이 쌀로 밥을 맛있게 해 드시고 꼭 건강하시고 장수하세요.”라고 하며 쌀을 드려야 한다. 특히 쌀을 드릴 때 언행도 중요하다. 어르신들을 진심으로 공경하는 마음으로, 겸손한 태도로 드려야 한다. 또 매주 쌀을 받아 가는 것에 대하여 미안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어르신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분이 있을 때는 “여러분께 드리는 쌀은 기부를 받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쌀 받아 가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어르신들이 매주 오셔서 쌀을 받아 가셔야 우리가 계속 기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어르신께서 매주 쌀을 받아 가시는 것이 우리를 도와주는 것입니다.”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좋다.
절대 부담을 갖지 않고 모두 편하게 쌀을 가지고 가시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쌀 대신 라면을 드릴 수도 있다. 참고로 우리 교회에서는 어르신들이 너무 많이 오셔서 라면으로 대체한 지 약 2년이 됐다.
윤인규 목사
가나안정복선교센터 대표
문의) 010-3667-8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