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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국 목사의 회상록> 손수레 끄는 할머니


수년전 신당동 버스 정류소에서 기다리다보니 오르막 골목길에 들어선 작은 손수레가 비가 온 뒤에 길이 미끄러워서인지 전지 후퇴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아주 작고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땀을 흘리고 있어서 뒤를 가볍게 밀어주어 쉽사리 올라가게 되자 가게 앞에서 땀을 닦고 뒤를 돌아보며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머물러 섰다.

전도의 기회라는 생각이 떠올라 할머니와 대화를 나눴다. 다른 때는 좀 쉽지만 오늘은 비맞은 종이와 종이상자가 무거워 힘들었다고 했다. “하루에 얼마나 벌어요?” “오늘 같이 궂은 날은 3,000원쯤 벌지만 보통 5,000원 넘게 벌 때도 있어서 평균 한 달에 15만원 쯤 벌지요” “그래요. 집에 앉아 있으면 뭘 해요. 나이가 들수록 움직여야 건강하지요.”

사실 며느리나 자식들에게 푼돈 달라고 손 안 벌리게 되니 좋고, 남이야 뭐라 하든 일하는 것이 좋고, 폐품 종이와 상자를 모아주는 가게 사람들이 늘어나서 좀 더 큰 손수레를 마련할 생각이지요.” 나는 웃으며 그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 평생을 열심히 일하신 나사렛 목수 예수를 소개하고 일요일은 가까운 교회에 나가 신앙생활을 권면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전번 국무총리 후보에서 자퇴한 이유가 전관예우로 받은 10억 넘는 돈 때문이었는데 위의 노파가 1년에 200만원 번다고 해도 500년을 일해야 하니 세상에! 또 다른 후보는 DNA가 게으른 민족이라 했는데 그가 언제 조사를 해보았는지?

어릴 때 부친을 비롯한 이웃 사람들이 한 말이 별보고 일나가서 별보고 집에 들어온다는 속담 같은 말도 못 들었는가? 얼마나 부지런한 배달민족이 아닌가!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살후 3:10)

 

나도 일한다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5:17)고 예수님은 대적자들에게 대답했다. 12세가 된 소년 예수는 처음으로 부모의 손을 잡고 당시의 수도 예루살렘에 올라가 유월절 절기를 마치고 성전에서 선생들과 앉아 듣고 물었다.

3일만에 다시 만난 부모에게 한 대답은 내가 내 아버지 입에 있어야 될 줄을 알지 못하셨나이까”(2:49)라고 놀랍게 말했다. 소년 예수는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육신의 부모 앞에 고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는 한가지로 내려가사 나사렛에 이르러 순종하여 받드시더라”(51)고 성경은 말씀한다.

순종하여 받드신일이 무엇인가? 30세까지 본격적으로 아버지 목수 일이었다. 학자들 말대로 요셉이 일찍 돌아갔다면 어머니 마리아를 모시고 야고보, 요셉, 유다, 시몬과 누이들로 적어도 여덟 가족들을 돌보는 장자인 목수로 나사렛 작은 시골에서 얼마나 고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였을까?

베드로를 위시하여 일꾼 노동자를 제자로 삼으시고 공생애 3년 동안도 어떤 때는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아 식사 먹을 겨를도 없이”(6:31) 복음 사역을 이루셨고 마지막 십자가의 인류구속을 다 이루셨다”(19:30) 그리고 집짓는 목수 노동자 예수는 우리를 위해 처소를 예비하러 천국에 가셨고 예비되면 다시 오시마고 약속하셨다(14:1-3)

 

밤낮으로 일하면서

예수님의 발자취를 가장 잘 따르며 죽기까지 복음을 전한 바울 사도는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와 같이 천막 만드는 일(18:3)을 하면서 자비량 선교를 했다. 그래서 오늘날 선교역사에 “tent maker” 선구자로 알려졌다. 바울은 이 손으로 나와 내 동생들의 쓸 것을 당하여”(20:34),

수고하여 친히 손으로 일을 하며”(고전4:12), “밤과 낮으로 일하면서 복음을 전파하였고”(살전2:9) “오직 수고하고 애써 주야로 일함은 너희 아무에게도 누를 끼치지 아니 하려 함”(살후3:3, 고후10:13, 11:7)이었다. 나아가 복음전도자가 마땅히 복음으로 말미암아 살 것이나 죽을지언정”(고전9:14-15)그런 권한을 쓰지 않았고, “어떠한 형편에 처하든지 자족”(4:12)하므로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13), 대승리를 구가했다. 밤낮으로 일하면서 유라시아 지역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편만하게 전한(15:19) 전무후무한 대사도 바울과 함께 묵상해 보며 미자립 전세 개척 동역자들에게 대담한 용기와 활력으로 승리하기를 기도한다.

또 너희에게 명한 것 같이 종용하여 자기 일을 하고 너희 손으로 일하기를 힘쓰라”(살전 4:11)

 

알바 집청소 6만원

손수레 끄는 할머니 기억뿐만 아니라 교회 중에는 식당 운영과 종업원으로 막노동을 해서나 길가 포장마차로 또는 밤새 치킨 배달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헌금이나 십일조까지 내는 성도들, 노동일 때문에 주일을 지키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매주일 목격하고 기도하면서 저들의 고충을 체험하고 생애 30년 목수 노동일로 나이 30의 예수님을 오십이 못된”(8:57) 사람으로 보일만큼 초췌하신 목수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하루 알바 일자리를 알아보았다.

분당 정자동 빌라 2층을 약속한 1시에 찾아 올라가니 소개자와 같이 일할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모자를 눌러쓰고 작업복 차림으로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60평이 넘는 이사간 집을 청소하는데 유리창과 창틀 및 복도를 맡았다. 태풍 때에 큰 유리창에 붙인 강력 접착테이프 찌꺼기가 딱 말라붙어 있어서 벤젠을 구해 달라했더니 모기약 방충제 한 통을 대신 갖고 와서 그것을 유리에 뿌리고 싫은 냄새를 맡으며 닦아내는데 두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페인트 찌꺼기 자욱과 유리청소등을 땀을 흘리며 두 시간 걸려 마쳤으나 돈줄 사람이 오지 않아 창틀과 복도 현관을 깨끗이 청소하고 6시에 만났다. 원래 오후 1-5시까지 4시간에 5만원 약속을 했는데 한 시간 더 일했다고 반나절 일당 6만원을 받아왔다.

주일에 5만원은 선교와 주일 헌금을 내고 만원은 아내에게 주어 특별헌금으로 모두 교회에 헌금했다. 막노동으로 땀 흘린 돈을 도저히 내가 쓸 수 없어 노동의 스승 나사렛 목수님께 모두 바쳤다.

옛날 개척교회 시절에 혼자였을 때는 먹을 것이 있으면 쌀, , 보리, 감자, , , 라면, 무엇이든 주는 대로 먹고 없으면 굶지 않고 금식기도 하니 참 좋았으나 결혼 후 애기가 생기니 바울 사도를 따라 자비량으로 이사벨 여중 영어선생, 여고 성경교사, 부산 신학교 목회상담학 교수 및 서달수 선교사 한국어학 선생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한 일이 3년 있었기에 요즈음 굴지의 장로교단에서도 이중직 목회자가 수 천명에 이른다고 하니 미자립 전세개척교회 목회자들의 고충을 환하게 이해한다.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로 가서 그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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