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세상에 태어나서 고통이나 어려움을 당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불가(佛家)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백 여덟 가지 고통 중에서 세상을 산다고 말한다. 그 중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아무도 피할 수 없는 고통일 것이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피할 수 있을듯하면서도 피하기 어려운 고통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말로 인한 고통이다.
참소하는 말
필자가 미국 연구유학을 마칠 즈음 평소에 다정했던 그 대학 교직원들이 어느 날 갑자기 싸늘한 표정으로 나를 외면하는 것이었다. 이유인즉, 그들이 내가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 남아서 목회하기로 했다는 헛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사역할 복음적 일꾼을 양육하려고 장학금과 온갖 편의를 다 제공한 대학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잠언은 참소하는 사람을, “칼로 찌르는 것 같이 함부로 말하는 자”라 했고 우리 사자성어에도 촌철살인(寸鐵殺人)이란 말이 있거니와 지어낸 말보다 무서운 전염병은 없을 것이다. 참소하는 사람의 입은 터진 아궁이 같아서 태산으로도 막을 수 없다. 목회하면서 이런 사람을 만나지 않도록 기도해야 할 일이다.
무례한 말
국가적으로는 다른 나라 정상과 기밀을 전재로 회담한 내용을 발설해서 모욕에 가까운 항의를 받은 일이 종종 있었고, 최근에는 한 명망 있는 정치인이 공석에서, “대통령이 내게 00직을 맡아 달라고 했는데 내가 사양 했어요” 하고 말하는 것도 보았다. 인사(人事)는 무거운 기밀에 속하므로 누가 추궁한다고 해도 그 일이 완결되기 까지는 발설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인격을 손상할 수 있는 말은 하지 않으면 좋은 일이 아니라,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예의에는 말의 예의와 행동의 예의가 있거늘 목회자는 말의 예의부터 모범을 보여야 하 리라.
경솔한 말
한 선배 목사에게 목회자가 해서는 안 될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목회 기간을 몇 년 또는 몇 세까지만 하겠다고 단정해서 말하는 것과 설교를 통해 간접적으로 신자를 질책하거나 자신과 가족에 대한 말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목회자가 말로 인해 신망을 잃는 데는 한 번으로 족해 보인다. 나쁜 의도를 가진 것도 아니면서, “입술의 허물로 말미암아 그물에 걸려서”(잠12:13) 선량한 사람들끼리 고통을 주고받아서는 안 되겠다. 뉘라서 실수 하지 않으랴. 다만 더욱 신중해야 할 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