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성도들은 어떨지 잘 모르겠다만, 목회자인 내게 주일은 참으로 기쁘고 행복한 날이다. 이보다 더 좋은 날은 없다. 정말 육감(六感)이 모두 만족하는 날이다. 육신의 고단함마저 영혼의 기쁨이 죄다 이겨버리는 날이다.
우선 주일은 ‘눈’이 즐거워 좋다. 오늘도 어디서들 그렇게 몰려오시는지, 늘 보는 모습이지만 또 신기하고 또 재밌다. 어느 새 예배당을 꽉 메운 성도들, 하나님 앞에 나오는 걸음이라고 평소보다 더 잘 차려입고 나온 성도들, 그들 손에 들려진 성경찬송, 그들의 경건한 기도, 그들의 초롱한 눈망울을 바라보노라면 그 어느 화려한 무대에 서있는 가수나 배우들의 기쁨이라도 이에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참으로 행복한 주일이다.
또한 ‘귀’도 즐겁다. 오늘도 여전히 은혜롭고 아름다운 성가대와 찬양단의 찬양소리, 우렁찬 회중의 찬송소리가 교회당 담장을 넘는다. 흡사 교회 앞을 지나는 행인들의 마음까지 흔들 정도다. 물론 그 소리는 하나님의 귀에도 영광이 되리라.
그런가하면 교회학교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선생님들이 말씀 가르치는 소리, 아이들이 따라하는 소리에도 영적생동감이 넘친다. 게다가 말씀의 한 문장 한 문장마다 믿음을 고백하는 성도들의 ‘아멘’소리는 동해 바닷가의 파도소리만큼 시원하다.
‘입’도 즐겁다. 정성스런 손길로 차려진 국수 한 그릇, 물론 요즘 시대가 그런 것 못 먹고 사는 시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성도들과 함께 얘기 나누며 먹는 그 맛은 산해진미 차려진 진수성찬 못지않다. 물론 여기에는 목회자로서 말씀을 전할 수 있는 행복도 빼놓을 수 없다.
말씀을 준비하는 과정이야 남모르는 고뇌의 시간이지만, 그 결과로 얻어진 묵상을 성도들과 함께 나누는 기쁨은 그 무엇에도 비할 바 못된다. 우둔한 내 입술에 거룩한 주의 말씀을 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코’도 즐겁다. 물론 이는 여성도들에게서 풍기는 화장품 향기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성도들 몸에 밴 땀내음이다. 지난 한주간도 세상에서 열심히 삶을 살아내시면서 몸에 밴 땀내음이 왠지 오늘은 그 어떤 향수보다 더 향긋하게 느껴진다.
오래 전 군목시절, 포항 해병대 훈련단교회에서 말씀전할 때가 생각난다. 더운 여름날 빡빡 머리를 깎은 시커먼 젊은 장병들이 고된 훈련 중에 잠시 종교 활동시간이 되어 예배당을 가득 메웠는데, 강대상을 향하여 뿜어내는 그 땀내음은 정말 숨을 못 쉴 정도로 괴로웠다.
그런데 강단에서 기도하는 중에 생각이 바뀌었다. ‘이 땀내음에는 조국을 향한 헌신이 배어있다. 강도 높은 훈련을 마다않은 용감함이 배어있다’는 생각으로 바꾸니 그 내음이 그 어떤 향수보다 향기롭더라. 오늘 다시 우리 교회 성도들에게서도 그 내음이 난다.
삶을 분투하며 살아오신 지난 한 주간, 그로 인해 몸에 밴 그 땀내음이 내게는 그 어떤 여인의 화장품 향기보다 더 향기롭다. 물론 ‘손’도 즐겁다. 성도들을 위해 손을 들어 축도하고, 예배 후 성도들과 악수하면서 한 주간의 수고와 오늘 예배를 통한 감동이 손으로 전해지는 즐거움.
‘발’도 즐겁다. 주일이면 갈 수 있는 교회가 있고, 말씀전할 수 있는 교회가 있음이 즐겁다. 그 뿐 아니라 모든 주일 사역을 끝내고 사택으로 돌아오면서 오늘도 돌아가 쉴 수 있는 내 집이 있음 또한 너무 감사하다. 이 모든 행복을 인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존파이퍼(John S. Piper)목사님 말씀이 생각난다. “God is most glorified in us when we are most satisfied in Him.”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가장 만족할 때 하나님은 우리 안에서 가장 크게 영광을 받으신다”는 얘기. 난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고로 난 오늘도 그 하나님께 큰 영광 돌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