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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산책 47> 홍시감

 

내 출생지는 아니지만 나의 어린 시절 대부분은 충남 예산면 오가면에서 자랐다. 집 앞에는 20여 그루의 감나무가 있어서 감에 얽힌 사연이 많다. 봄철 감꽃이 노랗게 피면 그 감꽃도 먹었고 감꽃을 실로 꿰어 목걸이를 하면 감꽃 향기가 온 몸에 배였다. 끔찍한 기억은 소금물에 우린 땡감을 너무 많이 먹어 진땀을 흘리며 아무리 힘을 주어도 변이 나오질 않아 엄마 엄마 소릴 지르면 어머님은 들기름 바른 나뭇가지로 항문을 후벼 배변의 문제를 해결 주신 것이다.

 

가을철 감을 딸 때면 높은 가지는 내가 다람쥐처럼 이리 저리 넘나들며 감을 따 밑으로 던지면 잘한다고 칭찬해주는 어른들이 내 발밑에서 내려다 보여 으쓱했던 추억도 있다.

 

긴 대나무 끝을 V자로 파서 감가지를 꺾어 따는데 어떤 감은 대나무가 비틀려도 꺾이지 않는 감이 있는가 하면 어떤 감은 건드리기만 하면 툭 떨어지는 홍시감도 있었다. 박살난 홍시감은 잘만 하면 윗부분은 먹을 수 있어서 안타까워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영혼구원이 감 따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영혼은 510년이 가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를 전도하다 내가 지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영혼은 기다렸다는 듯이 주님 앞으로 나온다. 스펀지가 물기를 빨아들이듯 메마른 심령에 은혜 충만 말씀 충만이다. 새벽기도회도 나온다. 곧 방언의 은사도 받아 오랜 시간 기도에 깊이 들어가 세상과 나는 간 곳 없고 구속한 주만 보이도다찬양으로 그의 심령은 간증으로 넘쳐난다.

 

감은 비타민 AC가 많아 감기 예방에도 좋고 미네랄이 풍부해 피로회복에도 좋다. 여름철 차갑게 얼려 먹는 아이스 홍시는 커피잔에 넣고 티스푼으로 파먹는 맛이 일품이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이 맛있는 홍시감을 서양 사람들은 왜 안먹는지 그게 이상하다.

 

우리 입안 가득한 홍시감의 단맛처럼 교회마다 홍시감으로 넘쳐났으면 좋겠다. 얇은 껍질 살짝 벗겨 한 입 깨물어 먹는 이 맛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김용혁 목사 / 대전노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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