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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국 목사의 회상록> 41년만의 무죄

 

김태욱 목사, 오늘 (23) 점심대접은 잘 받았는데 여기 온 김에 한번 가볼데가 있어요” “목사님 어딘데요? 저는 오후엔 시간 낼 수 있어요” “옛날 서대문에 있던 서울구치소가 공원이 되었다고 해서 그곳에 들리고 싶어우리는 공원 앞에 들러 서울지방회장 김태욱 목사가 주차하는 동안 나는 앞산을 바라보니 대머리 총각 인왕산이고 왼쪽산은 안산인데 여전히 머리 숙인 여인처럼 오랜만에 만났다고 다소곳이 반기는 것 같았다.

그 땐 가끔 구치소 창살을 잡고 두발을 올려 하염없이 좌우로 바라보던 두 산봉우리는 41년이 지나도 여전히 변함이 없건만 그 때 같이 이곳에 돈 안주고 보리밥 먹는 하숙을 같이 했던 아롱거리는 파란옷 입은 수많은 인걸들은 온데 간데 없구나!

김 목사, 사실 나는 옛날 서대문 구치소인 이곳에서 8개월을 살았어. 그런데 지난 111일 대법원에서 32명 모두가 무죄선고를 받았고 26일에는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어! 아버지 시대에 죄인이 된 내가 그의 딸의 정권시대에 무죄로 40년만에 풀려났어!” “목사님, 그런 일이 있었든가요!” 나는 그 때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197417일 기독교 지도자들의 유신헌법 반대성명이 나가자 시국을 직감하여 9일 긴급조치가 발동되었고, 나는 218일 수영공항에서 평생처음 비행기를 타고 서울 남산 중정으로 압송되어 19일까지 이틀간 문초를 받았고 수사관의 강요대로 진술서를 쓰고 풀려났으나, 또 다시 310일 압송되어 중정을 거쳐 젊은 검사 앞에 서서 항변했지만 그날 저녁 여기 9사상(舍上) 1호실에 수감되었다네!” 나의 감회 깊게 손가락질 하는 것을 본 김목사와 공원안내원은 갑자기 숙연해졌다

 “옛날의 1-8사까지 여덟 개의 붉은 벽돌 구치소 건물들은 다 없어졌는데 마침 내가 투옥된 9사와 10사 두 건물만은 왜 남겨두었지요?” 안내원은 두 건물에 큰 태극기를 달아놓은 것을 가르치며 일제 때 애국지사들이 투옥된 역사 깊은 건물이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대문짝만하게 1면 모든 신문에 났다는 315일에 나는 24호실 작은 독방으로 옮겨져서 4개월을 재냈고 다시 7호실로 합방하여 5명과 4개월을 지냈는데 오른쪽 방에는 김동길 교수, 왼쪽 방엔 데모한 죄로 서울대 철학과 학생으로 조금 있다가 살인수가 들어와서 우리들 셋은 가슴 이름 위에 붙인 죄목 표시 색깔이 달랐다. 김교수는 국가전복 반란음모죄로 노란색, 나는 반공법 보안번 위반으로 빨간색, 그리고 살인수는 붉은 딱지를 붙였다. 따라오며 설명을 듣던 김목사는 눈시울을 닦았다.

지나가다 보니 우리가 매일 오후에 인분차가 올 때 방구석의 변기통을 들고 내려와 차량에 붙고 또 운동시간에 유심히 보았던 작은 건물, ‘기념으로 보존하고 있다는 사형장 건물이 보였다. 어느날 아침 밥이 늦게 들어오고 매우 숙연하고 음습적막한 아침이 있었는데 그날은 인혁당사건의 주범들이 바로 사형집행하던 날로 기억이 떠올랐다.

그 후 간첩단 사건 주범들과 사형수들이 줄줄이 저곳에서 사형되었구나!’ 생각이 스쳐갔다. 막사를 둘러보고 안내원을 따라 내가 8개월 하숙했던 기도원 방을 보자고 해서 들어가보니 반평짜리 골방기도실에서 40번이상 씹어먹은 보리밥에 가끔 소 닭 돼지가 걷고 지나간 무 콩나물국 잘 먹고 세수 설거지물 붓고 똥 오줌 싸서 모은 플라스틱 변기통 친구와 마포종점노래소리에 일어났고 또 전기불 끄면 잠들어야 했던 온갖 옛날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안내원을 따라 모퉁이를 도니 벽에 걸린 사진들은 모두 애국지사들의 얼굴이었다. 나는 부끄러운 생각도 스쳐갔고 억울한 사연이 가슴을 두들겼다. 그런데 그 당시 투옥된 김동길, 이철, 장영달, 류인태 등등 유명인들의 사진은 없었고 사진중에 김근태씨의 사진만 보였다. 서울교회 예수잔치 행사에 여러번 와서 맨 앞자리에 앉아 설교를 잘 듣던 김근태 의원이었다.

우리는 안내원에게 인사를 하고 김목사와 헤어진 후 내평생 잊지 못할 특별기도원이었고 전도소였고 인생대학교였으며 하숙비 없이 8개월 국가의 신세지고 행복하게 지낸 붉은 담장을 뒤돌아보며 아래와 같은 소감에 눈시울을 적시고 새로운 감회의 글을 적어본다.

 

특별기도원의 회개

구치소 이층 독방에서 첫날 너무나 추워 떨었다. 평생 파출소도 안가본 내가 중정과 검찰청을 거쳐 서울구치소에 와 죄수복을 갈아입고 11시에 입소하니 비닐 창문은 떨어져 세찬 눈바람이 들어왔고, 솜이불은 참외 토마토 덩어리같이 뭉쳐졌고, 이불에서 DDT가루약은 먼지를 일으켰고, 내복이 너무 엷어서 추워 잠 못자며 떨었고, 먹기 싫은 꽁보리밥 한덩어리와 짠 국그릇에다 소화불량으로 계속 설사, 마음의 불안과 미움에 억울한 분노와 보복의 심경에 울분이 오르락 내리락했다.

그러다가 성령의 감화로 소지와 의논하여 구치소에 성경이 있는 것을 알고 우선 사과 10개를 주문하여 성경있다는 건너방에 6개를 주고 기드온 성경을 받았고 소지에게 심부름 값으로 2개주고 나머지 2개를 꿀먹듯이 껍질과 씨채로 먹으면서 성경을 읽어갔다.

산상보훈을 (5-7) 정성드려 30번 읽으니 암송하게 되었고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5:44)는 말씀에 부딪혀 중정부장 신씨와 수사관 안씨와 젊은 검사를 용서하게 되었다. 돌아보고 살피고 회개의 역사가 일어났고, 나 자신부터 말씀을 새롭게 읽으면서 그렇게 소화제를 먹어도 낫지 않던 설사도 멎었다.

왜 나에게? 왜 하필 내가 무슨 죄를!”등의 수 없는 질문들은 성령님의 감화로 말씀에서 깨닫게 되었다. 요셉의 죄없이 감옥살이 2년에서 그의 종국이 어떻게 되었나? 나도 감옥살이를 매일 매일 충실히 해야겠다. (119:71) 예레미야 선지자는 하나님의 회개의 멧세지를 계속 전하다가 감옥에 밥먹듯이 들어갔으며 멸망하여 애굽에 도망친 민족을 따라가서 예언하다 돌에 맞아 죽기까지 했다.

침례 요한은 마지막 선지자로 회개의 침례를 베풀고 예수님은 메시야로 증거한 후 헤롯왕의 죄를 지적하고 회개를 촉구하다 투옥되어 목베임을 당했다. 예수님도 하루 저녁 감옥살이 후 불법 재판으로 십자가형을 받았다. 베드로와 사도들도 투옥되었으나 천사의 도움으로 나왔으며 바울과 실라도 여러번 투옥되었으나 기적으로 나왔으나 바울은 가이사랴에서 2년 감금후 로마 감옥살이에서 결국 참형으로 최후를 마쳤다.

대학시절 초대 산업은행 총재였던 농민학원장 배민수 박사 댁에 가끔 들러 들은 말씀이 떠올랐다.

일반대학 4, 군대대학 3, 인생대학 2년으로 3개대학 중에 지나고 보면 인생대학 2년이 가장 훌륭한 대학이요 박사 과정이었다고 하신 말씀대로였다. 죄명이랴 뭐라하든 나에겐 상관이 없고, 36년 살아온 죄들, 목회선상에서 잘못한 것들, 사람사이에 잘못한 것들, 나의 언행심사의 죄들, 특별히 하나님 앞과 사람과의 관계 및 신앙양심에 잘못된 것들을 들추어 회개하고 결단하게 되니 아래의 말씀으로 위로의 새 힘을 주셨다.

자기의 죄를 숨기는 자는 형통하지 못하나 죄를 자복하고 버리는 자는 불쌍히 여김을 받으리라”(28:13)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고전10:13)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8:28)


한명국 목사

BWA전 부총재

예사랑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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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차 총회, KT·금융결제원과 손잡고 ‘스마트 목회 환경’ 구축
우리교단 114차 총회(총회장 이욥)는 지난 6월 19일 여의도총회빌딩에서 KT(대표 김영섭), 금융결제원(원장 박종석)과 함께 ‘스마트 목회 환경 구축을 위한 3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디지털 기술과 신앙이 결합된 새로운 목회·선교 생태계 조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전국 3750개 침례교회와 산하 기관을 대상으로 △스마트헌금 키오스크 △침례교 전용 플랫폼 △스마트 카페 복합공간 등을 도입해 디지털 기반의 목회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서, MZ세대와의 소통, 기부 문화의 신뢰성 제고, 친환경 사회 공헌 확대 등 다방면에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협약에 따라 각 기관은 다음과 같은 역할을 맡는다. 총회는 교회 및 기관의 스마트 인프라 도입을 위한 행정 지원과 참여 기반을 조성하고, KT는 통신 및 디지털 전환(DX) 기술을 바탕으로 플랫폼 개발과 키오스크 설치, 유지보수를 책임진다. 금융결제원은 결제서비스 및 기부 시스템 연동 등 금융 인프라를 제공해, 신도들이 손쉽게 스마트 환경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날 협약식에서 이욥 총회장은 “이번 협약은 복음 전파 방식의 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