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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매화


제주와 부산 등 남쪽지방에서 올라오는 꽃 소식 중에 이런 소식이 있다. “남매가 노란 꽃을 피웠다남매는 무슨 꽃일까? 음력으로 12월을 섣달이라고 하는데 섣달을 한자로 나비라고 하니까 남매라고 하면 섣달, , 음력 12월에 피는 매화라는 뜻이다.

우리 선조들이 가장 사랑했고 칭송했던 꽃 매화는 많은 별칭을 갖고 있는데, 매화의 다른 이름 중 가장 친숙한 이름은 역시 매실나무이다. 매화가 꽃을 강조했다면 매실나무는 열매를 강조한 것이다. 꽃이 너무 일찍 피어 조매라고 부르고 추운 겨울에 핀다고 한매또는 동매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유명한 설중매는 눈속에도 핀다는 뜻이고, 봄내음을 전한다고해서 춘매라고도 한다. 탐매’, ‘심매라는 말도 있는데 아직 바깥 날씨가 추운데 매화를 찾아다니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이 탐매는 도교적인 의미가 있어서 많은 시서화(詩書畵)에 소재가 되었고 그중 조선시대 화가 김명국의 탐매화(探梅畵)가 유명하며 조상들이 매화를 유독 사랑했던 이유를 알 수 있는 시구절이 있다.

 

매일생한 불매향(每日生寒 不賣香; 매화는 일생을 추운 겨울에 살지만 결코 향을 팔지 않는다)

 

사람으로 말하면 고난을 해결하거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아부하거나 굽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매화가 사군자 중에 하나가 되었을 건데, 그렇다고 선비들의 꽃만은 아니었다. 여인들은 비녀같은 장신구에 곧잘 매화를 새겼고, 베개에도 매화 문양을 수놓았다고 하는데, 선비들과 같은 굳은 절개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매화라고 다 같은 매화가 아니다. 색깔도 생김도 조금씩 다르기 마련인데, 선조들이 귀하게 여겼던 매화는 겹꽃 보다 홑꽃, 가지마다 꽃을 잔뜩 매단 것보다 성글게 띤 것, 붉은색보다 흰색, 특히 오래된 뒤틀린 늙은 가지에 드물게 꽃봉우리가 맺힌 것과 눈내리는 차가운 시절에 피는 매화를 귀한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 춘매보다 동매가 더 청아하고 맑은 향을 풍긴다고 하는데, 개화기에 선비인 유길준이 쓴 시를 보면,

 

산중에 눈보라 몰아치는 밤, 쓸쓸히 책상에서 글을 읽는다

주인과 매화가 함께 웃으니 봄빛은 초가집에 벌써 왔구나

 

요즈음의 세대에서 향을 팔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까를 생각하면서 목양실에 살포시 올라오는 이름 모를 난에게 반가움과 고마움을 전한다. 난의 입장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향을 사람들이 알아주고 가치를 인정해주면 그것을 부귀영화의 밑천삼아 살아볼 수 있고 그것이 당연한데, 왜 우리 선조들은 향은 유지하고 전하되, 팔지 않는다 했을까? 한번 향을 팔지 않는 것은 그래도 흉내를 내 볼 수 있겠는데 계속적으로 팔지 않으려면 요구되는 으뜸되는 덕목이 무엇일까? 이 대목에서 악마와 손잡은 천재시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프랑스의 시인 아르튀보 랭보가 했던 말,

여명이 밝아올 때 불타는 인내로 무장하고 찬란한 도시로 입성하리라

 

바로 인내가 아닐까 싶다. 찬란한 도시로 입성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불타는 인내라는 점을 꿰뚫어 본 젊은 랭보의 혜안이 놀라운데, 인내하면 은근히 끓는 온도를 연상시키지만 찬란한 도시에 입성하기 위해서 그리고 입성한 후에도 시뻘겋게 불태울 정도로 인내해야할 때가 많다는 것을 살면서 알게 된다. 공자(公子) 또한 인내의 본질에 대해서 인내란 참지 못할 것을 참는 것이다. 참지 못할 것은 참는데 어떻게 불타오르지 않을 수 있을까? 참지 못해서 일을 그르칠 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더 기다려야 하고 더 노력해야하는데 쉽게 흔들리고 쉽게 타협하곤 한다. 불타는 인내로 무장하지 못한 탓에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변두리를 서성이게 된다.

그러니 앞으로도 어떤 길을 걸어가자 할 때 이 말을 기억해야 하겠다.

 

여명이 밝아올 때 불타는 인내로 무장하고 찬란한 도시로 입성하리라

 

주님덕분에는 살아도 주님을 팔고 살지는 않는 나의 여정이 되기를, 그리고 그 여정에 인내와 벗되어서 진중해지기를, 봄이 시작되는 길목에서 바래본다.


윤양수 목사 / 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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