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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진이

진진이

진진이는 15년 전 쯤 우리 집에 한 가족이 되었던 강아지 이름이다. 왜 이름이 진진이라고 불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진진이가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과 불행히도 그 진진이를 사랑으로 잘 키워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미안한 마음이 들 뿐이다.

당시만 해도 우리 집은 역기능이 심한 편이었다. 성격이 정 반대인 아내와 나는 갈등이 있을 때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내면에 쌓였던 어린 시절의 상처 입은 감정들을 서로에게 투사했었다. 간단히 말해 부부싸움을 하였다는 말이다. 그러면 그와 같은 역기능의 분위기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어느 날 아이들은 친구 집에 있는 강아지를 보고 조르기 한판을 시작했다. 아내는 집 먼지나 털 알러지가 있음에도 항복하고 말았다. 대신 털이 짧은 강아지를 선택했고 먹이를 주는 일과 배설물을 치우고 목욕을 시키는 일 등을 아이들이 하는 것으로 타협을 하고 데려왔다. 사실 진진이란 이름은 촌스러운 이름이라고 느꼈다 아마도 어린 아이들이 눈에 비친 강아지를 부르려다 나오는 발음대로 불리게 된 이름이 진진이가 아닌가 싶다.

진진이는 대천에 사는 아내의 친척집에서 데려와 우리 집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무척 쾌활하고 명랑한 강아지였다. 아무에게나 꼬리를 흔들며 경쾌하게 짖으며 따라다녔다.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이들은 먹이 주는 일, 배설물 치우는 일 등의 약속을 지키기엔 너무 어렸다. 결국 털 알러지가 있는 아내가 날리는 털들 앞에서 재채기를 하며 먹이를 주고 배설물을 치우며 쌓이는 감정들을 진진이에게 표출하게 되었다. 그 행동은 한 마디의 말과 함께 빗자루로 한 대 때려 주는 것이었다. 진진이는 견공인지라 개 무엇이라 말하는 것이 욕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내 귀에는 평범한 말로도 들리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 명랑했던 진진이는 날이 가며 풀이 죽었고 주인이 아픈 자극을 줄 때마다 움츠려 들었다. 결국 진진이는 또 다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주인이 빗자루를 들었을 때 으르렁대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 주인이란 말에는 아내는 물론 나도 끼어 있었다. 아내가 먹이를 안 주면 내가 주어야 했고 냄새가 나면 배설물을 치우면서 나도 빗자루를 그 본연의 의무인 쓰레기를 치우는 것 외에 다른 용도로도 사용하였던 것이다.

부부 갈등의 역기능의 아픔을 아이들과 함께 진진이도 함께 지고 있었던 것이다. 세월이 흐르며 하나님의 도우심과 내면이 치유되며 부부치료와 가족치료로 확대 되었다. 아내와 나는 자신의 수치심을 맞닥뜨리는 일에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시간이 자나며 서로에게 용서를 구하고 사랑을 고백하였다. 물론 아이들에게도 용서를 구하였고 날마다 기도와 함께 사랑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밝아진 얼굴은 우리 부부의 사랑의 척도가 되었다. ! 그렇다면 진진이, 그 진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처음에 호기심이 많았던 아이들은 진진이에 대한 흥미가 줄어들었고 아내는 털 알러지로 고통을 받았으며, 진진이도 스트레스가 있었기에 진진이를 고향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물론 원 주인의 허락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진진이의 소식을 들었다. 고향에서 엄마와 함께 넓은 들과 푸른 산을 마음껏 뛰 놀며 행복하게 살고 있단다.

부부 갈등으로 역기능이 지속되는 가족이 있고 어린 자녀가 상처를 받는다면 건강하고 순기능적인 친척이나 학교, 또는 공동체를 찾아 유학을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그 기간 동안 부부는 최선을 다해 부부치료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이제 부부사랑의 길로 접어들었다면 유학 갔던 자녀를 원 가족의 품으로 초대 할 일이다. 그리고 하나님이 부모를 통해 사랑의 하나님임을 증명하도록 주신 자녀에게 넘치는 사랑을 쏟을 일이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면 자연스레 자녀 사랑으로 이어진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서 자녀를 사랑 한다면 자녀의 양손을 부모가 서로 나눠 쥐고 잡아당기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자녀사랑에 앞서 부부가 먼저 서로 사랑해야 한다. 이제 우리 집에 진진이를 다시 초대해서 사랑을 듬뿍 주고 싶은데 견공의 평균 수명을 훨씬 넘긴 진진이기에 기억만 할 뿐이다.

늦었지만 미안.

박종화 목사 / 빛과사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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