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사역자를 표현하는 명칭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 중 하나가 “일꾼”(고전 4:1)일 것이다. 일꾼은 일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사실 “꾼” 자가 붙은 말은 해당 분야에 숙달된 사람, 그것 밖에 모르는 사람, 그 일에 몰입한 사람 등 전문적인 기능을 갖춘 사람을 지칭한다. 그런데 부정적인 말이 많은 것 같다. 사기꾼, 노름꾼, 말썽꾼, 장난꾼. 긍정적인 것은 소리꾼, 일꾼 그리고 뭐가 있을까? 일꾼이란 일에 전문적인 식견과 숙달된 기능 그리고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태도로 무장된 사람을 말한다. 목회자는 어떤 일꾼이 되어야 할까?
1. 그리스도의 일꾼이 되어야 한다.
목회자는 그리스도의 일꾼이요, 하나님의 비밀인 복음과 교회를 맡은 하나님의 일꾼이며, 복음의 일꾼이고 교회의 일꾼이다.
목회자는 예수 그리스도께 부름 받고 세움 입은 사도적 사명자로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담당한다. 그리스도의 일꾼은 그리스도 때문에 살고, 그리스도를 위해 살고, 그리스도처럼 사는 사람이다. 그리스도의 일꾼은 그리스도께서 하시던 일을 그리스도의 심정으로 해야 한다. “주 내게 부탁하신 일 천사도 흠모하는 일”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그리스도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해로 여길 수도 있어야 하고, 그리스도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감당해야 한다. “내가 사람을 기쁘게 하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랴?”고 자문했던 사도바울의 질문을 우리도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 “내가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하여 일한다면 나는 그리스도의 일꾼이 아니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2.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가 되어야 한다.
목회자의 최우선 과업은 하나님의 비밀을 맡는 것이다. 하나님의 비밀이란 복음(고전 2:7~10)과 교회(엡 3:9~11)이다. 목회자는 복음의 선포와 해석 그리고 전수하는 일을 해야 하고, 교회를 온전히 세우는 일을 해야 한다. 포스트모던 사회는 다원주의를 환영하는 바 자칫 복음을 오염시키거나 변질시키는 과오를 범하기 쉽다.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에 조심해야 하며, 사람들의 말을 인용할 때도 거듭 살펴 오용이 없도록 해야 한다. 각종 이단이 판을 치는 것도 사실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비밀인 복음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회자는 하나님의 비밀을 맡는 것으로 자신의 생애를 거는 승부를 해야 한다.
3. 충성스러워야 한다.
충성이란 변함없는 열심이다. 많은 경우 충성 하면 열심과 열정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 같다. 물론 그래야 하고 지금까지 그래 왔다. 그런데 열심과 열정과 함께 “변함없는”이 강조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고전 3:5절에서 사역자를 뜻하는 디아코노이가 맡겨진 일에 대한 열심을 의미한다면, 고전 4:2절의 일꾼에서 사용된 휘페레테스는 주인에 대한 순종과 책임성을 강조한다. 일꾼은 개인의 감정이나 상황 그리고 생각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 충성은 일을 맡는 태도로서 믿음직스러운, 믿고 일을 맡길만한, 일을 맡겨도 걱정되지 않는 것이다.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충성되다(미쁘다, 요일 1:8~9)는 것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틀림없이 멈춘다는 확신이 전제된 말이다.
밟았는데 설 때도 있지만 안 설 때도 있다면 충성스럽지 못한 것이다. 충성이란 일관성이다. 일꾼은 일을 맡았으면 일관성 있게 변함 없는 열심히 밑은 일을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충성된 일꾼이 되려면 아래와 같은 지혜가 요구된다.
1) 충성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모셔야 한다(고전 4:1). 그리스도의 일꾼은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모셔야 한다. 충성이신 예수님을 따라(계 3:13) 충성해야 하고, 성령님의 충만함 속에 성령의 열매인 충성의 성품을 갖춰야 한다.
2) 사람 눈치 보지 말고 하나님 눈치를 보라(고전 4:3~5). 입법자와 재판관은 오직 한 분 하나님이시다(약 4;12). 우리 모두가 각각 자기 일을 하나님께 직고하게 될 것이다(롬 14;12). 우리 자신도 우리에 대한 판단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오직 우리를 판단하실 분은 주님뿐이다. 하나님께서 보시고 칭찬하실만한 목회를 펼쳐야 한다.
3) 말씀 밖에 넘어가지 말라(고전 4:6). 오직 하나님의 말씀이 기준이며 다림줄이다. 세상의 가치관이나 이론이 기준이 될 수 없다.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이 유일한 권위 있는 원리이다.
4) 잘못된 구별 의식을 갖지 말자(고전 4:7~8). 일꾼들은 스스로 자신이 그리스도의 일꾼임을 내세우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복종은 요구해서는 안 된다. 목회자의 권위는 인정받고 존경받는 것이지 주장하고 휘두르는 것이 아니다.
5) 특별히 고난의 때에 변치 말아야 한다(고전 4:9~13). 목회하면서 어려움을 당할 때가 있다. 충성은 그럴 때 진정성이 드러난다. 모든 것이 잘 풀릴 때는 누구나 충성된 것 같다. 그러나 어려울 때 참된 충성인지 검증된다. 사도바울은 비천하고, 주리고, 매 맞고, 정처 없고, 수고하며, 모욕을 당하고, 비방을 받고, 만물의 찌꺼기 같은 취급을 받았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했는데 일꾼은 그러한 때에도 충성됨의 일관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 아무리 어려워도 충성되어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그리스도의 충성된 일꾼이다. 이러한 자부심으로 스스로 무장하자. 어떤 상황에서도 말씀의 원리를 따라 타협 없이 하나님께만 충성하는 복음을 위한 일과 교회를 위한 일의 전문가가 되어 사역하는 일꾼이 되자. 로마의 전함 밑바닥에서 노를 젓는 휘페레테스. 둥둥 북이 울리면 노를 저어야 한다.
주님께서 북을 치시면 지체 없이 움직이는 주님의 일꾼이 되자.
이명희 교수
침신대 신학과
(실천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