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救贖)과 구원(救援)
1970년대 말에 각 교단이 사용하는 찬송가를 하나로 통합하는 큰 작업이 시작되어서 참여 교단에서 추천받은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선곡과 가사 수정작업에 들어갔다.
그 때 제안된 의견들 가운데 가사에 많이 사용된‘구속’이란 말이 범죄 혐의자를‘구속(拘束)’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으므로 모두‘구원’으로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서 모두 고치지는 않았으나 실제로 여러 곳에서 ‘구속’이 ‘구원’으로 고쳐졌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구속하신 예수께서”하고 찬송하면서 “체포하신 예수께서”라고 생각하는 신자가 어디 있겠는가. 구속과 구원은 의미가 약간 다르다. 찬송가 뿐 아니라, 성경과 신학에서 무슨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구약성경에서
(1) 이사야 63장 9절에는 구원(가알)과 구속(야솨)이 같은 의미의 다른 표현으로 대구(對句) 형식으로 사용되었다.“ 자기 앞의 사자(使者)로 그들을 구원하시며 그 사랑과 그 긍휼로 그들을 구속하시고.”
(2) 호세아 13장 14절에서는 구속과 속량(贖良)이 같은 의미의 다른 낱말로 대구 형식으로 사용되었다.“ 내가 그들을 스올의 권세에서 속량(파다)하며 사망에서 구속(가알)하리니 사망아 네 재앙이 어디 있느냐 스올아 네 멸망이 어디 있느냐.”
이 외에도, 구약 성경에는 구속, 속량, 구원이 마치 동의어 같이 교차적으로 사용된 곳이 많다. 그것은 구약 시대에는 구속의 의미가 완성되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2) 신약성경에서
신약성경에는 구속에 죄 사함을 위한 예수님의 대속적 희생이 더해져 의미가 완성되었고, 죄의 종에서 자유인의 신분을 되찾는다는 ‘속량’ 의의미도 분명해졌다‘. 개역개정판’에서는 구속과 속량을 같은 의미로 간주하고 여러 곳에서‘구속’을‘속량’으로 수정하였다.
예: (1) “ 구속 곧 죄사함”을“속량 곧 죄사함”으로(엡1:7), (2) “구속 곧 죄 사함을 얻었도다”를“속량 곧 죄 사함을 얻었도다”로(골1:14), (3)“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구속”을“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속량”으로(롬3:23) 등.
구속(redemption)은 우리 죄를 사하시기 위해 예수께서 자신을 희생 제물로 주셨다는 의미, 속량은 그로 인해 죄의 종에서 하나님의 자녀의 신분을 얻게 되었다는 의미, 구원(salvation)은 예수의 구속(대속)으로 인한 영복을 의미한다. 구속은 우리를 위한“아들”의 희생을 상기시켜주는 은혜로운 말이므로 더욱 감사하며 봉독(奉讀)해야 할 목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