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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선교 사역 현장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며 지난 시간들을 돌아봅니다

지난 2001년 3월 30일 밤 비행기로 처음 베트남에 왔습니다.
무지 더운 작은 방 하나에 아빠랑, 엄마랑, 저랑 천장 선풍기 하나로 3월의 베트남을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못 써본 에어컨이 한이 됐는지 이제는 에어컨 없이 1분도 못 버티는 몸이 됐습니다. 52 Giai phong. 베트남 첫 집 주소. 말 한마디 못 하던 시절 누가 뭘 물어봐도 제 대답은 항상 “남므이 하이 야이 펑”이었습니다.


아빠가 학교까지 빼 먹으며 날 데리고 선교지를 다니셨습니다. 이유는 통역 때문이었습니다. 성도는 몇 명인지, 교회는 얼마나 됐는지, 그것도 모자라 신학교 수업 통역까지…. 피아노도 못 치는데 반주도 맡기셨습니다.  어려운 단조 곡은 하지 말라고 그렇게 부탁을 했습니다.
주일마다 반주도 아빠 박자도, 매주 엉망이었습니다. 무슨 정신으로 예배를 드렸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랭귀지 학비가 없어서 중국산 오토바이를 한 대 구입해서 한인회 광고비 받으러 다니며 한 달에 100불을 벌어 등록금을 마련했습니다. 툭하면 고장나는 중국산 오토바이로 꽁화 초입부터 황화탐까지 걸어서 끌고 다니기도 하고, 씨클로랑 부딪혀 무릎이 다 까지고 비오는 날에는 속옷까지 흠뻑 젖어서 감기로 몇 일을 시름시름 고생했는지 모릅니다.


호치민대 랭귀지 1년과 사범대 4년 논문도 쓰고 졸업도 하고 거창하게 프리랜서 통역원으로 코트라를 비롯해, 금호, SK, 빙그레, 포스코, 우리은행 등 나름 이름을 대면 알만한 회사의 통역도 하고 방송국과 박람회, 중소기업 등 없는 살림에 돈 벌겠다고 일한 보람이 있어 이력서 7장을 채웠습니다.
아마 초기 통역했던 회사들은 미숙한 통역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그 때 사장님들을 찾아가 사죄하고 싶습니가. 그때는 정말 돈이 급해서 실력도 안되는 제가 설치고 다녔다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호치민이 지긋지긋 하다며 떠난 Dung Quat 첫 직장에서 김 대리에 첫눈에 반해 수시로 불러 1년 동안 쫓아 다니고 1년 연애하고 결혼까지 했습니다. 중간에 우리를 이어주신 회사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신랑한테 “동갑인데 말 놓자!”고 했더니 “공과 사는 구분하시죠”라고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결혼 1년 만에 튼튼이가 생기고 FV 출산, 4.4kg 우량아가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아기는 아기인지라 씻기는 거부터 시작해서 입히는거 바둥거리며 엄마랑 진짜 많이 싸우기도 했습니다. 백일도 지나고 돌잔치도 치르고 유치원도 가고 이젠 ‘카봇’ 노래를 부르며 흥에 겨워 점프하며 다니는 상남자로 컸습니다.
짐 싼다, 사람들 만난다, 뭐 산다, 정리한다, 정말 정신없이 시간 보내다 보니 오늘이 마지막 밤이 됐습니다.  내 마음속, 기억 속 베트남을 추억하고 정리하려니 지긋 지긋하던 베트남이 미운 정으로 가득하니 눈물이 핑 돕니다.


손꼽히는 최고 통역원도, 한가닥 하는 교민도, 부모님께 효도하는 딸도, 맛난 밥상 차려주는 마누라도, 멋진 엄마로도 못 살았지만 그래도 15년 잘 버텨 준 나 자신을 스스로 위로해 봅니다.
호적에서 안 파준 부모님께 감사하고 나를 데리고 살아준 신랑에게도 도움된 것도 없는 친구라고, 이웃이라고 예뻐해준 지인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이제는 고국으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안녕 베트남! 한국이 너무 추우면 다시 올께!

/베트남 신현우 선교사 / 딸 신은경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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