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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설교와 자연산설교

“하늘 붓 가는대로”-62

내가 에세이 표제를 통조림 설교와 자연산 설교로 택한 것은 조선일보 조용헌 씨의 살롱(996, 조선일보 2015.6.29자 신문)의 표제에서 얻어 온 것이다. 조용헌 씨는 칼럼을 쓸 때에 기존자료에 있는 내용을 해석한 칼럼은 통조림이라 하면서 이것은 깡통에 들어있는 자료를 이용해서 쉽게 쓴 것이니까 값이 싸다고 하고,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서 그물로 직접고기를 잡아서 요리로 하는 것은 자연산이라 하면서 이것은 자기가 직접 채취한 것이고 또 흔하지 않기 때문에 꽤나 비싼 값이라고 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칼럼도 그런 의미에서는 통조림 칼럼일지도 모른다.


남의 설교집과 남의 예화집을 보고 설교를 작성하는 목회자의 설교는 재론의 여지없이 통조림설교자이다. 통조림은 자기가 노력해서 취득한 것이 아니라 상점에 가면 얼마든지 살 수 있어서 그것을 끌어내어 온갖 요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맛이 덜하다. 무슨 요리를 만들었든 통조림의 냄새가 풍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요사이 흔히 설교도 예화도 일체 컴퓨터에 다운을 받아서 그대로 강단에 올라가 외치는 자도 있다고 하는데 설마 그럴까하고 믿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참 목회자는 남의 설교나 예화를 결코 자기설교로 하지 않는다. 이런 목회자는 자기 성경책이 마르고 닳도록 직접 본문에서 제목을 따오고, 예화도 쓰잘데없이 주어 온 것이 아니라 자기가 목격하고 체험한 살아 있는 현장을 그대로 쓴다. 신선하다. 남이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로 부대찌개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요리는 신선하고 새롭고 자기가 만든 것이다. 이런 설교를 자연산설교라 해야 하지 않을까.


통조림설교에 입맛을 들인 사람들이 자연산설교에 익숙하기엔 시간이 요한다. 이상하게도 통조림설교가 인기를 끌고 자연산이 그렇지 못한 듯 하되 끝까지 가보면 결말이 나온다. 자연산설교 애호가는 영적건강을 유지하더라는 것이다. 바울과 바나바가 비시디아 안디옥에서 한 설교는 구약을 지나 신약으로 나와서 이 사람을 힘입어죄사함과 의롭다 하심을 얻는다고 순전히 자연산설교를 했었더니,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던가. “저희가 나갈쌔, 사람들이 청하되 다음 안식일에도 이 말씀을 하라 하더라고 했다(13:42).

바쁜 세상에 허구 많은 설교에 지친 목사들이 그만 통조림설교에 빠지지 않나 싶어 이 노목사는 연민도 한다. 조용헌 씨는 자연산칼럼을 쓰기 위해 골프사교장도 잊고 생각이 많아서 운전도 못하고 사는 현대인이 되었다고 술회했다는데 자연산설교가도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 水流(수류) 권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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