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교회에는 모두 찬양대가 있어서 주일예배를 위해 정성을 다해 준비한다. 국가적으로 음악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찬양대도 고전적 합창곡이나 찬송가보다는 새롭게 편집, 편곡된 것을 즐겨 부른다. 이번 주간에는 찬송가와 합창곡의 선택에 대해 상고하고자 한다.
찬송가 선택
필자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결혼식 축가로 <바우고개>를 부른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 노래는 지난날의 임을 그리는 내용이므로 결혼식에서 불러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찬송가 선택에도 이와 같은 경우가 흔히 있다. 목회자는 신년예배나 새학기 개강예배에서 “내 본향 가는 길 보이도다. 인생의 갈 길을 다 달리고 땅위의 수고를 그치라 하시니”(607장)를 부른다든가 어린이의 생일 축하예배에, “예수께서 오실 때에 그 귀중한 보배 하늘나라 두시려고 거두시겠네”(564장) 같은 찬송가를 선택하지 않도록 살펴야 하겠다. “내 본향 가는 길”은 땅위의 수고를 그치고 하늘나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므로 새롭게 출발하는 마당에 부르기에는 부적절하며, “예수께서 오실 때에 그 귀하신 보배”는 죽은 어린이의 영혼을 하나님께서 거두신다는 위로의 찬송이므로 생일날과는 맞지 않는다.
오래 전에 필자가 다니던 교회의 주일 아침 예배에서 한 찬양대원이 특별찬송으로 “아베 마리아”를 불렀다가 목사님에게 꾸중을 들은 일이 있었다. “아베 마리아”는 예수의 모친 마리아를 하나님의 어머니로, 또 승천하신 분으로 예배하는 가톨릭교회의 신앙을 담은 것이므로 마리아를 선택받은 인간으로 보는 프로테스탄트교회의 예배에서는 불러서는 안 되는 노래이다. 찬송가 선택은 설교 본문을 고르듯이 신중하게 해야 하겠다.
찬양대의 합창곡
근래 찬양대는 편곡한 합창곡뿐 아니라, 여러 장의 다른 찬송가를 한 두 절씩 이어서 메들리로 편집한 것을 많이 부른다.
찬양대가 헌금 찬송으로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드리네”(50장) 하고 1절을 부르면 신자들은 마음속으로, “내게 있는 모든 것을 겸손하게 드리네” 하는 2절을 생각하는데, 찬양대는 “주 예수 내 맘에 들어와 계신 후” 하는 다른 찬송가를 이어 부른다. 곡조도 편곡된 것이어서, 듣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이 원래의 곡보다 좋아 보이지 않는다. 메들리로 편곡한 찬송가는 가끔 양념으로 선 보이면 좋으련만 근래에는 찬양대의 찬양에서 온전하게 부르는 찬송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고전적 합창곡도 많고 찬송가 안에도 합창곡이 적지 않은데 굳이 편곡된 것을 선택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좋은 찬양을 올리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은 이해하지만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고 “예배대중”을 생각해서 찬송가 한 장이라도 끝까지 제대로 불러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