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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하여 (3)

‘도한호 목사의 목회와 상식’- 131

고전(古典)

고전은 옛 서식(書式), 옛 의식(儀式), 또는 옛 방식(方式)을 말하며, 책으로 말하자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만인에게 공감을 주는 불변의 가치를 지닌 것을 말한다.

문학, 철학, 신학 및 문화예술은 분야마다 고유한 고전을 가지고 있다. 상식적으로는 음악과 미술은 18세기 또는 19세기 초까지 활약한 베토벤과 모차르트, 반 고흐와 세잔느 등의 잘 알려진 작품을 고전이라 하고, 종교와 신학 분야의 고전으로는 독일의 수도사 토머스 아 켐피스(Thomas A, Kempis, 1380~1471)그리스도를 본받아와 같은 신자의 생활지침과 장 칼뱅(Jean Calvin, 1509~64)기독교강요’(Institutes of the Christian Religion) 같은 교의서(敎義書) 등이 있다.


칼뱅은 1536, 바젤에서 로마 가톨릭교회의 박해를 피하기 위해 루카니우스(Martinus Lucanius)라는 가명으로 기독교강요1권을 출판한 이래 평생 동안 저술을 계속해서 그의 나이 50이 되던 1559년에는 라틴어 수정증보판을 내었고 이듬해에는 그의 모국어 프랑스어 판을 출판하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칼뱅은 책 한 권의 사람이란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편, 칼뱅과 동시대에 취리히에서 개혁운동을 한 하인리히 불링거(H. Bullinger, 1504~75)는 로마교회의 미사와 주의 만찬 의식 등을 비판한 디케이드’(Decades)와 목회에 관한 저술인 하우스 북’(House Book) 등 수많은 저술을 출판했다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칼뱅의 기독교강요가 같은 기간 영어판이 불과 2판 밖에 인쇄되지 못한 것에 비해 불링거의 디케이드77, ‘하우스 북137 판을 인쇄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이렇게 많이 읽혀진 불링거의 저서는 하나같이 성서적이고 복음적 목회정신의 소산이었지만, 잘 읽혀지지 않은 칼뱅의 기독교강요만큼 영구적 가치를 지닌 고전은 못되는 것 같다.

학문과 예술 뿐 아니라 종교도 시대에 따라 선호하는 가치가 바뀌고 수요자(需要者)의 기호에 따라 건축양식과 예배와 찬송가가 달라진다.


종교 변천사를 보면 종교 역시 유행이라는 곤돌라를 타고 역사의 물줄기를 흘러내린 흔적이 보인다. 유행의 단점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것이다. 한 때 선풍을 일으키던 노래, 날개 돋친 듯 팔리던 책, 거리를 물들이던 의복이나 장신구에도 얼마 되지 않아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어진다. 유행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종교와 예배는 유행을 타서는 안 되는데 오늘날의 교회에는 찬송가도 유행을 타고 설교도 유행을 타고 예배도 유행을 탄다. 유행은 변덕스럽고, 유행은 경건과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모른다, 하나님께서는 만인을 위한 영원한 고전성경을 주셨는데 그것을 품에 안은 교회가 쉐마를 버리고 유행을 타고 까불어서야 되겠는가. 성경을 상고(詳考)하면서 하나님께서 예비해 두신 닻을 찾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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