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오늘날 한국의 침례교회들이 통치기구로서의 교회협의회라는 조직을 교회 내에 두고 있지 않거나 또는 이에 상응하는 타교단의 유사 조직을 여과 없이 교회에 받아들여 활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한국에서의 침례교회가 침례교회다운 회중정치를 정착시키는 일에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음을 주목한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침례교회의 회중정치를 정착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는 침례교회 교회협의회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밝히고 한국침례교회들에게 적합한 적용점들을 제안하는데 있다.
I. 전체 교회구조 속에서의 교회협의회의 위치
회중민주주의 정치를 중심으로 하는 침례교회는 그 전체적 구조를 다음과 같이 그릴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교회의 최고의결기관은 사무처리회이다. 교회 전체에 관계된 사안들에 대한 궁극적 결정권은 전체 회중들로 구성되는 사무처리회가 가지며 이를 위해 교회는 전체의 결정을 요하는 사안에 대하여 사전에 보다 전문적으로 연구하여 교회 전체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즉 사무처리회는 즉각적으로 언제든지 개최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향한 주님의 뜻을 바르게 분별할 수 있도록 충분히 연구하고 준비된 안건들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일을 주도하는 것이 바로 교회협의회이다.
교회협의회는 전체 교회에 해당하는 안건을 사전에 검토하고 다룸으로써 특정 사안을 사무처리회에 상정할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해당되는 교회위원회에 구체적인 시행안들을 마련하게 함으로써 사무처리회에서 전체 회중들이 분명하게 알고 일정 기간 동안 구체적으로 기도한 후 회중들이 함께 결정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회협의회는 교회위원회나 교회 교육기관 등과 긴밀한 협동사역을 해야 한다. 이러한 일을 적절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주도하고, 위탁하고, 다시 결과들을 수집하여 사무처리회에 상정할 수 있도록 하는 교회협의회는 교회의 모든 조직과 기관들을 위해 자문하고 섬기는 일을 하는 위치에 있게 된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교회협의회는 교회의 모든 조직들을 섬기는 위치에 있으면서 사실상 교회의 통제 기구로서의 역할을 한다. 마링(Norman H. Maring)과 허드슨(Winthrop S. Hudson)은 교회협의회의 감독기관으로서의 성격에 관하여 “이 대표자들로 구성된 조직은 전체 교회생활을 감독하는 책임을 위탁받았다”고 말한다.
위의 그림은 교회협의회가 전체 회중들이 결정하는 사무처리회와 교회의 모든 기관과 조직들 사이에 위치하면서 기획, 계획, 준비, 조절과 통제, 그리고 평가하는 역할을 하는 조직임을 잘 보여준다.
교회 전체가 함께 무언가를 결정하려면 교회협의회는 각 교육기관들과 각 조직들의 현 상황들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기관들의 문제나 해결해야할 사안들을 다루기 위해 협의를 하며 필요시에는 그 사안을 해당 교회위원회에 위임하여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 해결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은 후 그것들을 검토한 후 사무처리회 개최 여부를 결정하여 교회에 광고한다.
비록 교회협의회가 집행기관은 아니지만 모든 기관들의 사역 활동사항이 교회협의회에 보고되어 언제든지 필요한 경우 조절과 통제를 위한 조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의 각 기관들이 언제든지 교회협의회와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여 전체 교회 속에서의 각 기관들의 사역활동들이 교회의 목적과 사명에 초점을 맞추고 교회의 여러 자원들(인적, 물적, 재정적)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조정할 수 있게 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II. 교회협의회, 운영위원회, Board, 당회, 제직회
침례교회의 교회협의회에 해당하거나 상응하는 타 교단 교회들의 조직들로는 장로교회의 당회와 제직회(또는 교회 임원회), 침례교회들 속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운영위원회, 그리고 영어권 침례교회들을 비롯한 일부 교회들이 활용하는 협의기구(board) 등이 있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침례교회들은 이것들 중 당회를 제외한 조직들 중 하나를 택하여 교회의 통제 조직으로 활용하는 실정이다. 제직회는 장로교나 감리교 등과 같은 교단에서 활용하는 조직으로서 한 교회에서 여러 종류의 직책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의논하는 회의를 일컫는 용어로서 주로 교회에서 위임한 교회 재정을 정리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일 따위를 맡아본다.
제직회는 시무 목사, 시무 장로, 권사, 집사, 서리 집사 등 교회의 직분을 맡은 사람들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목사가 회장이 되어 부회장, 서기, 회계 등과 같은 직책을 두고 교회의 여러 가지 일을 봉사하기 위해 각 부서를 두어 제직들로 활동케 한다.
부서로는 서무부, 전도부, 교육부, 재정부, 봉사부, 경로부, 사회부, 친교부, 음악부 등과 같이 필요에 따라 세운다. 제직회는 거의 매달 첫 주일에 정기적으로 모이며 공동의회에서 결정한 예산의 집행과 일반 수지 예산 및 결산을 의결한다. 이러한 재정처리는 공동의회에서 채택된 예산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지만 제직회는 당회 감독 하에서 행해지는 조직이다.
타교단의 조직으로서의 제직회가 기능과 목적에 있어서 침례교회의 교회협의회와 겹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침례교회의 교회협의회와는 구성원들의 범위와 크기에 비해 제직회와는 다른 조직임이 분명하다.
교회협의회는 구성원이나 조직 범위로 볼 때 장로교의 당회와 동등하다고 할 수 있다. 침례교회에는 사실상 제직회와 동일하게 여겨지는 조직은 없다. 교회협의회와 거의 동등한 조직이 운영위원회나 협의기구(board)이다. 운영위원회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조직이나 기구 등에서, 운용과 경영의 실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만든 합의제 기관”이다.
운영위원회는 사실상 교회협의회와 동일한 기능을 가지지만 여타 교회위원회들 중 하나로 오해될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개의 경우 운영위원회는 각 교회위원회 위원장들로 구성되어 사무처리회에서 다루는 문제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문제들이나 사안들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일을 한다. 영어로는 steering committee, 또는 committee of rules로 불리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교회의 다양한 사역과 프로그램들을 운영해가는 책임을 진다.
한편 협의기구로서의 board는 그 기능에 있어서 교회협의회의 기능들과 거의 일치한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교회협의기구(church board)와 교회협의회(church council)을 동일한 것으로 여기고 사용한다. 오늘날 적지 않은 한국침례교회들의 경우 교회협의회라는 조직보다는 교회운영위원회, 제직회, 안수집사회 등의 조직을 구성하고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아마도 침례교회의 회중정체에 대한 이해부족이나 또는 무분별하게 타교단의 교회행정 패턴을 따라가는 결과로 생각된다. 이에 대하여는 두 가지 측면에서의 언급을 필요로 한다. 첫째, 긍정적으로 볼 때 운영위원회가 명칭만 다를 뿐 사실상 교회협의회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를 생각하게 된다.
이렇듯 기능이 분명히 교회협의회의 그것과 동일하거나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면 명칭이 큰 문제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타 교회 위원회들이 많기 때문에 운영위원회가 여타 위원회와 동일한 선상에서 교회의 어느 한 부분의 사역을 감당하는 조직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굳이 위원회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보다는 교회협의회로 명칭을 변경시키는 것이 좋다고 평가된다. 모든 위원회들과 총괄적으로 협의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둘째, 보다 부정적 관점에서 볼 때 운영위원회가 자칫 교회의 전반적인 문제를 결정하고 추진해나가는 조직으로 남용되거나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장로교회의 당회와 같은 성격으로 전락할 위험성을 가지기 때문에 그러한 의미를 담는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무엇인지를 질문하게 만든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제직회를 두고 사용하는 교회들의 경우도 그 조직이 교회의 중요한 사안들을 결정하는 장소로 오해되거나 남용될 소지가 있음을 주목한다. 안수집사회 역시 장로교의 당회와 같은 성격을 모방하거나 또는 교회의 최고 권력 기구로 만들려는 유혹과 잠재적 위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회중정치를 지향하는 침례교회로서는 교회협의회가 적절한 조직임을 확인한다.
III. 교회협의회의 구성
회중이 어떻게 조직되는가? 이러한 질문의 또 다른 형태는 회중이 자가통치(自家統治, self-governing) 목적을 위해 어떻게 조직되는가이다.
“회중이 조직되는 방식이 가치체계와 우선순위를 반영할 뿐 아니라 종종 그 조직구조가 가치체계와 우선순위를 통제한다.” 이러한 자가통치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조직의 일차적 의미이며 이러한 가치를 실현시키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직이 교회협의회라는 점에서 그 구성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교회협의회의 존재 목적 자체가 교회를 전반적인 관점에서 조정하고 통치하기 때문에 우선 구성원은 담임목사를 위시한 목회자들(교회의 staff)을 중심으로 교회의 각 교육기관과 각 위원회, 그리고 집사들을 총망라한 것이어야 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각 교육기관장들(교회학교 교장, 제자훈련부장, 형제회 또는 남선교회장, 여선교회장, 교회음악부장)과 교회위원회 위원장들, 그리고 집사장 등으로 구성될 것을 요구한다. <계속>
박영철 교수 / 침신대 (실천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