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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머리 없는 목사의 변

내가 지금 섬기고 있는 교회는 내가 신학교 학부를 졸업하기 전 4학년 말에 세워진지 11년 된 교회에 12번째 전임 전도사로 부임해 올해로 33년째 시무하고 있는 사역지이다. 목회자가 자주 바뀌어서 어떤 분은 부임 5개월만에도 사임하고 가시던 참으로 어려운 교회에 부임해 오늘까지 섬기고 있다고 하면 다들 “위대하다”고 이야기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나의 대답은 “네, 제가 위가 좀 커서 밥을 많이 먹습니다”고 대답을 하곤 한다. 지난 세월 목회를 회고해 보면 누가 뭐라 해도 전적인 주님의 은혜가 첫째요, 둘째는 주변머리 없는 내 목회 스타일을 꼽을 수 있다. 앞에 다녀가신 목사님들 대부분은 국내외에서 나름대로 활발하게 목회하시는 분들이고 나름 성공하신 분들이다. 그런데 우리 교회에서는 당시에 몇 분 안 되는 교우들과 화합하지 못하고, 정착해서 계속 사역하는 일을 접고 사임을 하고 떠나갔다. 목회자가 자주 바뀌니 허니문 같지 않겠나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교회 사정을 전혀 그러하지를 못했다. 


나라고 왜 어려움이 없었겠는가? 목회초기에는 금식도 여러 차례 했고 머리를 삭발하면서까지 장기 금식기도를 한 적도 있다. 그러면서도 대학원을 두 곳이나 졸업했고 교회를 교단에 가입하고 목사안수를 받고 오늘까지 섬기고 있으니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는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주변머리 없는 목사이다. 33년을 사역한 오늘의 교회 모습은 대지 200평의 원두막 같은 작은 예배당과 손바닥 만 한 주차장을 마련한 게 전부이다. 그것도 몇 년 전 주차장 마련하느라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이 끝나고 원금을 갚아가고 있는데 아무리 긴축 재정을 해도 매달 힘이 든다.


무식하면 용감하다했던가? 나는 목회초기에서부터 봉고차가 있음에도 교인들을 예배에 수송하는 일에는 사용을 하지 않았다. 봉고차로 교인을 태워오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그것은 나의 어린 시절 신앙생활 했던 경험에서였다. 우리 동네에는 예배당이 없었다. 외갓집이 있는 동네까지는 10리가 남짓 되는 거리인데 그곳에 자그마한 예배당이 있었다. 자동차도 없던 시절 나는 10리길을 걸어 예배당에 출석을 했다. 주일학교는 일찍 시작하기 때문에 보통 때 학교 가는 시간보다 훨씬 일찍 서둘러야 했다. 나는 교회 가는 길이 즐거웠다. 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어린 추억을 도회지 교회에 적용을 시키면서 목회를 했으니 참으로 미련하고 주변머리가 없는 목사인 것이 맞다.     


나는 하나님 사랑하면 교회 가는 길이 즐겁다고 믿는 목사다. 어떤 어려움과 장애가 있어도 시온의 대로가 항상 고속도로처럼 열려 있는 사람들이 은혜 받은 성도의 자세라고 믿는다.  
 또한 하나님을 사랑하면 자원하는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나의 목회는 하면서 기쁘게 자원하는 마음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게 한다. 헌금도 억지도, 인색함이 아닌 기쁘게 드리고 싶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다. 십일조도 부부 합의하에 하라고 한다. 그러니 재정은 맨날 부족하다.


교인등록도 강요하지 않는다. 교회는 등록교인보다 출석교인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나의 어린 시절 경험이다. 나는 여섯 살에 일학년 동네 형을 따라서 학교에 놀러갔다가 수업시간에 교실에까지 따라 들어갔다. 형이 나가라고 해도 버티고 안 나가고 형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있었다. 잠시 후에 선생님이 들어오셨는데 저보고 괜찮다고 그냥 있으라고 하시면서 의자를 하나 가져다 주셨다. 그리고 노트와 연필까지 주면서 공부하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내가 형들보다 글씨도 잘 쓰고 책도 더 큰소리로 읽었다.


집에서는 애가 없어졌다고 난리가 났는데 나는 천연덕스럽게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으니 지금생각해도 신통하다. 혹시나 하고 학교까지 찾아온 아버지한테 선생님은 내일부터 학교에 보내라고 해서 그 다음날부터 여섯 살 일학년으로 다니게 된 경험을 생각해서 교회도 그렇게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는 목사다. 교인들은 목사를 닮는다고 믿는 목사다. 진짜 우리 교인들은 목사를 닮아 주변머리가 없다. 은행 지점장이 있어도 교회 건축하고 주차장 사는데도 대출도 못 받아오고, 그나마 주변머리 없는 목사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동분서주 감당하려니 힘이 들지만 하나님이 나에게 딱 맞는 교인들을 붙여 주신 것이라 믿고 오늘도 주변머리 없는 목사 변을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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