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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이다”

백동의 새벽편지-13

“다방이다” 한글학교 학생들이 진도에서 해마다 가을에 열리는 한글백일장에 가는 차 안에서 한 분이 길가에 보이는 간판을 한 글자 한 글자 읽다가 소리치는 소리다.
늦게 글자를 배워 버스를 탈 때도 글자를 읽을 수 있어 좋고, 은행에 가도 내 이름을 내가 쓸 수 있어 좋다고 하시는 늦깎이 학생들이 일 년에 한 번씩 진도에 있는 모든 한글학교 학생들이 모여 백일장을 펼치러 가는 자리다. 설레면서도 떨려 못 간다고 하시더니 막상 당일 아침에 머리에 염색도 하고 꼬까옷도 입고 나오셨다. 
교회 승합차에 가득 모시고 소풍 가는 마음으로 달려가다가 창 밖에 보이는 글자들을 하나하나 읽다가 “다방”이라고 써진 글씨를 읽다가 흥분해서 소리치며 기뻐한 것이다.
“다방, 저것이 다방이었네. 이제야 저곳이 뭐 하는 곳인지 알겠구먼.”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글자를 가르친다고 힘쓰던 보람을 느낀다. 


이제는 문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학생으로 인정받게 된다.  전국적으로 여러 곳이 이미 실행하고 있지만, 진도도 내년부터 3년의 과정을 지나면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졸업장이 먼 소용이여?” “이제 그런 거 받아서 머에 써 먹을라고?”하시던 분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80세에서 90세가 되신 연세니 당연하다. 그러나 졸업장 이야기가 나오고 난 후에 결석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시는 모습이 웃음 짓게 만든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셔야 할 때도 출석이라도 부르고 가시겠다며 “공부는 못해도 결석은 하지 말아야지.”하고 참석하신다. 일찍 배우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배울 수 있고 졸업장 받을 수 있다니 기쁘다는 설레는 마음이 담긴 것 같아 가슴이 찡하다. 


몇 년 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특별상을 받은 천여임 어머님의 “도깨비 글 창고”라는 글이 있다.
“아침에 쌓았다가 저녁에 열어보면 빈 창고, 낑낑대고 만들어서 어렵게 들여놓으면 다음날 도망가고 없는 글 창고, 영감 눈치 보고 사위 눈치 보고 손자 녀석 눈치 봐가며 열심히 만들어서 쌓아두어도 며칠 후 열어 보면 빈 창고, 그래도 언젠가 열어보면 서울도 있고 광주도 있고 농협도 있고 우체국도 있는 도깨비 글 창고.”
비록 어린 학생들처럼 배우면 오래 기억되지 않고, 다음 날이면 아니 문만 나서면 잃어버려서 빈 창고 같은 노년의 학생이지만 이제라도 학생이 되어 글을 배워 읽고 쓰고 셈을 알아가는 것에 마냥 기뻐하신다.
그리고 버스를 타도 은행이나 관공서에 가도 무섭지 않아 좋다고 말하신다.


시골 동내 목사로 동내 어르신들과 만나며 글자를 나누는 것 만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고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기도한다. 글을 핑계(?)삼아 곡 없는 찬송가를 사서 드리며 찬송을 부르게 하고, 오래 전 찬미가에 실려 있던 애국가 가사의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를 합창한다.
글자를 몰라 몇 십 년을 지나다니면서도 저곳이 뭐 하는 곳일까 궁금하면서도 부끄러워 묻지도 못하던 것을 글을 배워 “다방이구나”읽고 기뻐하듯이, 지역적 특성으로 문화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미신과 굿판이 가득한 이 지역에서 할 수만 있다면 더 많이 하나님이 이름이 불려지고 찬양되어지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글을 배워 성경을 읽고 하나님을 만나기를 기도한다.


글을 읽고 쓰면서도 성경을 배우고 여러 번 읽고 묵상하다 그 속에 숨겨진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고 나서 비로소 “아 그것이었구나.” 발견하고 감격하는 것이 배우는 기쁨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어느 은퇴하신 연로하신 목사님께서 “목사님은 성경을 잘 아시겠어요.” 말하는 후배 목사에게 “아냐, 나도 아직 성경을 너무 몰라. 그래서 계속 배우는 거야.”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분들이 말씀으로 기록된 성경을 읽으며 하나님을 만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주님, 글을 알아 세상을 밝히 보듯 말씀을 알아 하나님을 더 깊고 넓게 보게 하소서.


김태용 목사 백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