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소유냐 존재냐?

최선범 교수의 신약 원어 산책 – 3

최선범 교수
침신대 신학과
신약학

얼마 전 뉴스와 신문에서 빚 독촉을 받아 온 형이 흉기로 동생의 목과 등을 수차례 찔러 죽인 사건에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 비극으로 끝이 난 형제 갈등의 시작은 우애가 돈독한 형의 사랑으로 시작됐다. 형이 로또에 당첨이 되어 8억 원을 손에 쥐게 되자, 아끼던 동생에게 집을 사주고 다른 형제들에게 당첨금의 일부를 나눠줬다. 형은 남은 당첨금으로 식당을 열었는데 경영이 악화로 문을 닫게 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사준 동생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4천 600만원을 빌렸다. 처음에 동생은 그런 형의 처지를 이해했지만 빚 독촉이 계속되자 형과 동생은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사건 당일에도 술을 마신 형이 전화로 동생과  말다툼하던 중 형이 그만 화를 이기지 못하고 달려와 흉기를 꺼내 마구 휘둘러 동생을 죽이는 끔직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신분석학과 사회학자인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그의 책 ‘소유냐 존재냐(To have or To have?)’에서 인간의 삶은 소유양식과 존재양식으로 구분하여 존재를 버린 지나친 소유욕은 인간을 우매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집트의 노예로 살고 있었던 히브리 백성들은 소유양식으로 살았다면 그들은 거친 광야에서 소유양식과 존재양식의 대립 속에 살았다. 예수님은 빵으로 사는 소유양식으로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아야 하는 존재양식의 삶을 말씀하셨다(마 4:4).


누가복음 15장에 일명 탕자의 비유로 알려진 예수님의 비유 내용에도 ‘소유냐 존재냐’란 삶의 양식의 갈등이 표출된다. 한 아버지에 두 아들이 있었다. 작은 아들이 살아있는 아버지에게 유산을 요구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물려주었다. 그러나 재물을 보는 관점에서 아버지는 재산을 자신의 존재양식으로 이해했다면, 작은 아들은 소유양식으로 이해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재산 중에 내게 돌아올 분깃을 주소서”(눅 15:12)라고 말할 때 “재산”은 ouvsi,a(우시아)로 존재를 기반으로 한 소유를 의미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그 살림을 각각 나누어” 줄 때, 살림은 bi,oj(비오스)로 “생명”을 의미한다. 이 단어에서 영어 생물학(생태학, Biology)이란 말이 나왔다. 마가복음 12장에 한 가난한 과부가 두 렙돈을  헌금함에  넣었을 때 예수님이 “이 과부는 그 가난한 중에서 자기의 모든 소유 곧 생활비의 전부를 넣었느니라”(막12:44)라고 하셨을 때 “모든 소유”는 재산을 의미하고 “생활비”의 전부는 생명을 의미하는 바로 bi,oj(비오스)이다.


아버지에게 재산은 아버지의 땀과 인생이 담겨 있는 생명을 의미한다면, 작은 아들에게는 그저 아버지의 존재로부터 떨어져 나온 소유의 대상인 재물에 불과하다. 하나님이 십자가에서 자신의 아들이신 예수의 생명을 주셨는데 우리가 그저 천국을 소유하는 도구로만 여긴다면, 우리는 아직도 물질의 소유양식을 따르는 옛 사람에 불과할 수 있다.


죽음으로 가는 길목의 끝까지 갔던 작은 아들은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을 결심한다. 아버지를 떠날 때는 소유에 집착했다면 다시 돌아올 때는 아버지의 존재를 확인함으로 새로운 관계의 삶(존재양식)을 선택한다. 죽었던 아들이 살아왔다고 기뻐하는 아버지와는 달리 형은 뜻밖의 반응을 보인다. 동생이 돌아왔을 때, 소유양식과 존재양식의 충돌은 형의 분개하는 태도에서 다시 한 번 들어난다. 왜 형은 죽었다가 돌아온 동생을 반갑게 맞이하지 못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을까? 그것은 아직도 형이 아버지의 재산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기업의 총수가 나이가 들면 젊은 아들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것처럼 예수님 당시 팔레스틴 지역에서 아버지가 죽기 전에 아들들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자신의 재산을 자녀들에게 나누어 준다하더라고 재산의 경영권을 물려준 것이지 소유권을 넘겨준 것은 아니었다. 작은 아들이 아버지에게 유산을 미리 달라고 한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재산을 팔았다는 것은 그가 경영권만 요구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로부터 재산의 소유권을 탈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생이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왔을 때 형이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진 이유가 바로 자신의 소유권에 위기가 왔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돌아온 동생을 위해 아버지가 자신의 재산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다시 재산을 분배하게 되면 그 동안 생명처럼 모아 두었던 자신의 재산 일부를 동생에게 빼앗기게 되기 때문이다. 소유의 양식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동생과의 관계를 끊어야 하고 동생과의 관계를 끊기 위해서 아버지와의 관계도 끊어야할 존재양식의 위기가 닥친 것이다.


천국은 결코 소유양식을 가진 자들이 들어 갈 수 없다. 예수님 한 분으로 만족하는 존재양식으로 시작하여 결국은 옛 소유양식으로 돌아가는 위험은 우리 곁에 떠나지 않고 유혹하는 마귀의 최고의 무기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사느냐 죽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소유할 것인가 아니면 그리스도인답게 존재할 것인가 아닐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배너

총회

더보기
위기관리위 113-1차 회의
우리교단(총회장 이종성 목사) 위기관리위원회(위원장 가순권 목사)는 지난 11월 3일 총회 회의실에서 113-1차 회의를 진행했다. 위기관리위는 이종성 총회장이 경건회에서 말씀을 전하고 회의는 신임 위원장과 서기를 선출하고 총회에서 파송한 신임위원을 받았으며 1년 주요 사업을 함께 논의했다. 이날 이종성 총회장은 안완수 목사(흥해)와 남기원 목사(의당)에게 신임 위기관리위원회 위원 임명장을 수여하고 격려했다. 이와 함께 신임 위기관리위원장으로 이재혁 목사(예수인), 서기에 구자춘 목사(신광)를 각각 선출했다. 가순권 목사는 “지난 회기 대형 폭우 피해 등으로 여러 교회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 속에서 총회와 위기관리위가 작은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하며 뿌듯함을 느꼈다”며 “차기 위원회도 위원장을 중심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교회와 목회자에게 힘이 되는 위원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임 이재혁 위원장은 “107차 총회에서 시작된 위기관리위가 그동안 천재지변을 당한 교회들에게 힘을 주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교회들의 형편을 돌아본 것을 기억하며 앞으로 위기관리위 사역이 보다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총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다”고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