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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틀니 이야기

하늘붓 가는대로 -151

권혁봉 목사
한우리교회 원로

80고령 나의 친구들은 이미 60대에 틀니 신세를 졌다고 하는데 나는 80이 넘어서야 틀니를 넣고 다니게 됐다.
따라서 틀니와 나와의 친숙 관계는 매끄럽지 못하다. 어느 때는 틀니를 집에다가 빼어놓은 채 집을 나섰다가는 뒤돌아 와서 다시 틀니를 착용하곤 한다.


그때 틀니는 외롭게 주인을 불러도 주인은 말없이 제 가실 길 가시다가 되돌아와서 다시 그를 알아 모실 때 틀리는 외롭지 않단다. 틀니의 존재 이유는 나 아니고는 도무지 찾을 수 없다. 밤낮 틀리는 내 생각에 자고 깬다. 내가 입에 넣어주지 않으면 틀리는 보기도 흉측스럽고 따분하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틀니를 아주 달갑게 여기지도 않는다. 아직 그것 이용에 서투른 만큼 밤에 빼어 뒀다가 아침에 착용할 때마다 이놈의 외계물이 왜 입에 틀어 와야 하느냐는 심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사실 착용한 지가 몇 개월밖에 안 되어서 그 틀니가 들어올 때마다 기분이 썩 좋지 않는다.


다른 생니들도 이질감을 느낀다. 그러나 틀니도 이런 감정들을 알지만 자기의 존재 이유가 천래(天來)의 생니 사이에 보존 역을 해야 한다는 치공 틀의 제조 목적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싫어도 들어와야 되고 미워도 다시 한 번 미움 받아도 들어와야 했던 것이다. 틀니의 자리는 나의 하나님이 주신 천래(天來)의 생니와 함께하는 것이었다.


틀니는 무던히 인내의 삶을 산다. 생니들에게 항상 뒷전 처리를 받으면서도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 완수에 성실히 임한다. “두고 보라 그래도 내가 돕지 않으면 안 될 것”하고 버티는 틀리다. 나의 틀니는 어금니를 대신하여 들어온 틀니다. 앞니가 썰어서 밀어주면 어금니 틀니는 무던히 받아서 가루를 만들어준다.


틀니는 뿌리가 박혀 있는 것이 아니라 잇몸 위에 얹혀놓은 것이기에 혹 자리 이동을 할까봐 자리 지키기와 아울러 씹는 작업을 하랴. 다른 생니보다 신경을 배로 써야 하는 수고가 있다. 생니는 밤에 잘 때도 내 입에 그대로 있건만 이 틀리는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 밤에 잘 때는 어김없이 퇴근에서 어둠 컴컴한 고독 컵 속에서 숨을 죽이고 살아야 한다.


자기 몸을 깨끗이 함은 다른 생니에게 오염할 일이 없도록 몸조심을 하는 틀니의 예의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틀리는 나의 지체의 한 부분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주인의 필요에 의해 입양됐다고나 할까.


기왕에 틀니로 태어난 그는 자기 존재의 의미를 확실히 인지하고 있으니 “목사님 도와 드리겠습니다. 고기도 씹으시고 사과도 깨물어 드시고 콘도 바삭바삭 가루 내어드리오리다. 부디 소화 잘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다른 생니로부터 그런 격려의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사용하시는 틀니다. 그래서 나는 틀니 이야기가 생각났었다.
주인의 입 안에서 떠나지 말자는 틀니의 고백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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