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노익장(老益壯) 그거 조심해야 한다

하늘붓 가는대로 -155

권혁봉 목사
한우리교회 원로

거의 모든 등산객이 보통 보조로 걷고 있는 산책길인데 70이 넘어 보이는 한 영감은 체력장의 다름질 코스로 알고 있나 그냥 땀을 흘리며 달리고 있다.
그런데 같이 등산하던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그리 밝지는 못한 것 같다.
“노인답지 않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나 남이나 왜 그런 느낌일까.


모든 사람들이 등산 산책으로 건강을 유지하겠다는 젊은이 사이에 유독 소난장에 말 나듯이 독보적 행동을 해 보이는 그 영감상이 그리 예쁘게 보이지 아니했던 것 같다.
이런 현상을 “마지노선(Maginot line)”이라 한다. 마지노선을 독불전쟁에서 이 선을 넘어오는 적군이 있다면 그 나라는 망한다는 뜻에서 사수(死守)해야 할 최후의 보루이다. 이것 깨어지면 망한다.


노인이란 마지노선이 있다. 노인선 곧 마지노선이다.
나라 간의 전쟁에서는 물론 모든 인간의 행위에도 마지노선이 있다. 이 선을 넘으면 화(禍)가 된다.
 노인에게는 노인이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 있다. 그 선 안에서 노인이어야 하지 그 선 넘어서 노인이 되랴 하면 억지로 젊은이 되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신체리듬에 대한 반역이다.


노인은 노인 체력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 독보적인 노인의 벗은 몸의 울퉁불퉁한 근육은 차라리 보기에 흉스러웠다. 그것이 건강이라 하고 변명하고 나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노인은 노인다울 때 밉지 않는 법이다.
나는 때때로 왜 젊은 시절에 하던 일들이 지금은 일등이 되지 않나 해서 가벼운 좌절을 느끼기도 한다. 솔직한 고백이다.


 “이상한대, 왜 아니되는 거야” 그것은 노인이란 마지노선을 넘어 그 너머 있는 청년의 세계로 들어가서 놀자는 노욕(老慾)이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젊은 선수는 아니로되 감독이구나했다. 감독이 선수가 될 수는 없다. 이것을 슬퍼하면 선수도 못되고 감독도 못한다. 젊은 시절의 꽃이 안 핀다고 서러워할 것이 없음은 늙음의 꽃은 따로 있기 때문이었다.


늙은 꽃은 그 나름대로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었다. 노인들이 노익장하자고 맹용(盲勇)을 낸다. 그것 조심해야 한다. 노익장이란 자기가 늙었으나 더 힘을 내어 장정(壯丁)이 되자는 것인데 그것은 삶의 역행이다.
노익장하면 장(壯)도 되지 않고 그나마 있는 노(老)도 깨어진다. 차제에 청노인(靑老人)에게도 한마디 던진다. 청년인데 노인양하는 것은 목불견인(目不見忍)이다.


어떤 젊은 목사 후배가 노년목사 인양 교인들 앞에 반말을 하고 연상의 성도의 어깨를 툭툭 치는 것을 보면 그대 목회 생명도 길지 않구나 싶다. 미(美)란 무엇인가? 그 자체다움이다.
토끼는 토끼처럼 뛰는 게 미이고 거북이는 거북이처럼 느리게 걷는 게 그의 미 아닌가. 마지노선을 넘지 않고 제 길가는 피조물의 아름다움을 말한 시를 여기 싣는다.
 
새해 첫 기적


          반질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 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총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