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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맘대루 안 되네유

사모행복행전-1

겨우내 순금 집사님이 보이지 않았다. 다섯 시만 되면 어김없이 새벽기도회에 나왔는데 혹시나 ‘치매증상이 더 심해지신 건 아닐까?’ ‘하루 종일 다니시던데 어디서 삐끗하신 건 아닐까?’ ‘고부간에 늘 아슬아슬, 티격태격 하시더니 막내딸 집으로 가신 건 아닐까?’ 그렇게 보이시지 않던 집사님이 겨울이 한참 지난 5월이 되어서야 대문 앞에 멍하니 서 계신 모습을 뵐 수 있었다. 


“집사님 그동안 너무 궁금했어요. 어디 갔다 오셨나요?” 


“예!” 


짧게 대답만 하시고는 무표정하게 서 계시는 것이었다. 아니 영 딴 사람 보듯 집사님이 저를 완전히 몰라보고 계셨다. 열댓 살부터 마음 속에 쌓은 한을 그렇게 눈물 콧물 범벅으로 풀풀 풀어내시더니 이젠 전부 다 풀어내신 건지 모르겠다. 밤새 안녕이라더니, 저보다 훨씬 총기가 좋으시던 분이 갑자기 우두커니 먼 산만 바라보는 바라기가 되셨던 것이다. 


‘주님! 순금 집사님 꽃 피는 봄에 가길 소망하셨는데, 그것이 집사님 소원이셨는데 주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하긴 주님 생각은 우리 생각과 영 다르시지요? 그런데요, 그 집사님 소원은 꽃 피는 봄날이었어요.’
한 달 여 지나 6월 어느 날, 부서져라 ‘쾅쾅’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모님 계세유?” 

 

현관 앞에는 놀랍게도 꼿꼿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순금 집사님이 서 계셨다. 

 

“어머 집사님 웬 일이세요?”

 

“웬일은유? 내가 농사진 상춘데 목사님이 걸려서 왔쥬.”


“아이구 애쓰신 걸 집사님 드시지.”

 

“내가 쬐끔 산자락을 일궈 상추를 심었어유.” 


어느새 기력이 불끈 솟아 땅을 일구고 상추 농사까지 하시다니….


정신이 제자리로 돌아온 순금 집사님은 어김없이 새벽기도회에 나오기 시작하셨다. 그 분의 기도는 다시 청산유수로 예배당을 가득 메우고 쩌렁쩌렁 하늘까지 치솟아 올랐다. 


당신 아들로부터 증손자까지 눈물, 콧물이 범벅인 채로 애간장이 끊어질 만큼 애절하게 기도를 하셨다. 기억을 샅샅이 훑으셔서 하나도 모조리 찾아다 기도하시는 것 같았다. 하다못해 상추도 잘 자라게 해달라고 그리고 늙은이가 농사지은 것을 눈이 새빨갛게 해서 눈독 들이는 젊은이들이 상추밭에 들어가지 않게 해 달라고, 증손자가 깨작거리는데 밥 잘 먹게 해 달라고, 도도하고 뻣뻣한 며느리 부들부들 착한 며느리 되게 해 달라고, 아들이 제 여편네 치마폭에 놀아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하나님 왜 나는 이렇게 옛날 일이 끝도 없이 생각나쥬? 내 입을 어떻게 좀 해 주세유, 증말 지 맘대루 안 되네유.”


젊은 시절 집사님은 정말 곱고 아름다우셨을 것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고은 자태와는 가시밭길 인생을 사셔서 그런지 말씀도 가시가 되어 콕콕 찌른다. 선인장 가시 같은 말씀을 안 하시면 당신이 무너져 내릴까봐 그러시는 지도 모르겠다. 하늘나라는 언제 가시려고 계속 풀어만 내시는 것일까? 땅에 대한 미련 때문에 어떻게 눈을 감으시지? 


“하나님, 나는 왜 이렇게 끝도 없이 옛날 일이 생각나쥬?”


“내 입을 어떻게 좀 해 주세유.”


“증말 지 맘대로 안 되네요!”

 

박춘실 사모
샘터교회(김영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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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믿음으로 도약하는 ‘라이즈 업 뱁티스트’
3500여 침례교회가 함께하는 2025 전국침례교회 연합기도회 ‘라이즈 업 뱁티스트’가 지난 6월 1일 저녁 7시 30분, 대전은포교회(이욥 목사)에서 시작됐다. 이번 기도회는 6월 13일까지(6월 7일 제외) 전국 12개 교회에서 열리며,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더 큰 믿음으로 도약하라!’란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연합기도회는 대전은포교회에서 첫 문을 열었다. 대전은포교회 찬양팀의 찬양으로 시작된 예배는 대전침례교연합회 회장 임헌규 목사(자성)의 기도, 다음세대캠프 홍보 영상 상영으로 이어졌다. 총회 전도부장 이황규 목사(주우리)의 인사에 이어 총회장 이욥 목사가 환영사를, 총회 총무 김일엽 목사가 광고를 전했다. 이욥 총회장은 “올해로 5년 차를 맞은 라이즈 업 뱁티스트가 어느 때보다 말씀과 기도를 사모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3500여 교회 목회자들이 함께하면서 성령의 역사, 치유, 영혼 구원의 역사가 펼쳐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헌금 시간에는 찬양팀 ‘더 웨이’가 특별찬양을 했고, 참석자들이 함께 공동기도문을 낭독했다. 공동기도문에는 △나라와 민족 △라이즈 업 뱁티스트 △다음세대를 위한 기도 제목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