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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바이러스

사모행전-3
조은애 사모
경일교회(김경배 목사)
전국사모회 회장 역임

저는 늘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 따라 항상 기도하는 소녀, 받은바 재능으로 항상 하나님을 기뻐 섬기는 소녀 등으로 불리며 부모님과 집사님들의 칭찬 속에 성장했습니다. 이런 저를 하나님이 기뻐하셨는지 방언과 신유의 은사와 영적인 리더십까지 주셔서 저의 교회 활동은 언제나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만약 제가 목회를 하면 당연히, 그것도 아주 잘 할 줄 알았습니다.     


‘오직 믿음으로!’를 외치며 교회를 개척한 지 만 1년이 지나자 교인수가 100명이 넘었습니다. 제가 받은 은사들을 교인들과 경험하며 열심을 다해 기도와 심방으로 성도들의 필요를 채우고자 분주히 오가던 나날이었습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제 열심을 인정하시고 더 많은 축복을 부어주시리라는 확신과 열정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웬일일까요? 어느 날 문득 저는 제가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주님께서는 “너는 행복하라”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행복하기는커녕 우울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더 큰 충격은 저와 남편과의 목회 방향이 너무나 다르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오직 성경 말씀을 중심으로 거룩함으로 이끌고자 했던 남편의 사역 방향과 무엇보다도 은사 중심을 앞세우던 저는 갈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와중에 저는 고집과 열심을 내세우며 조언처럼 남편의 사역을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더 나아가 저의 뜻을 하나님의 뜻으로 이해하고 남편은 영적인 부분이 약하다고 자평하기까지 했습니다. 심지어는 ‘결혼할 때의 남편은 최고의 신랑감이었는데 어찌하여 목사가 되고 나니 바보 같은가?’라는 부적절한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저는 항상 하나님께서는 가정과 교회를 똑같이 사랑하신다고 생각했었는데, 정작 저는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남편과의 관계가 나빠지니 교인들과의 관계도 나빠졌습니다. 가정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니 교회 사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건강까지 나빠져 신경성 위염이라는 병이 심해져 결국 교회를 사임하게 됐습니다. 


마침내 저는 넘치고 넘치는 열정도 저의 자아의 일부분임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리고 자아를 다스리지 못한 저를 자책하며 진정된 눈물의 시간을 지나고 나니 더욱더 맑고 깊은 영성으로 지난 시간의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저를 철저하게 다듬으시고, 엎드려 부르짖을 때마다 제 자신을 드려다 볼 수 있는 눈을 열어 주셨습니다. 


그 후부터 저는 사모님들을 만나면 먼저 그들의 아픔이 보이고 동역자로서의 동지애와 영적인 친밀감이 이전보다 더욱더 간절해짐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들의 교회와 가정과 자녀들을 위해 중보기도를 이어가게 됐습니다. 특별히 사모회를 통해 서로를 위한 내면의 축복과 나눔을 이어가며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모가 철저하게 돕는 자의 역할을 할 때 교회와 성도가 평안해지고 목회도 더욱 재미있어집니다. 무엇보다도 온전한 섬김은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합니다. 섬김이 곧 행복 바이러스입니다. 이제 아들 딸 다 잘 자라 출가하고 의사도 되고 교회도 섬길 줄 알며 부모의 목회도 격려하는 귀한 믿음의 도우미들이 됐습니다. 


목회자의 사모들 중에는 간혹 남편 목회자보다 영적 능력을 더 많이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 경우와 같이 영적인 교만으로 신학적이고 인격적인 목회를 힘들게 해서는 안 됩니다. 목회의 유익이 될 것 같아 일방통행했던 열심과 열정도 지나치면 독선적인 자아의 발로가 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겸손히 내려놓고 하나님의 손에 맡겼을 때 소낙비처럼 부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할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