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교회가 있을까? 성가대는 없는데 찬양이 살아있는 교회, 새벽기도회는 없는데 기도가 살아있는 교회, 구역은 없는데 교제가 살아있는 교회, 부교역자 하나 없지만 주일학교가 살아있고, 청소하는 사람 따로 두지 않아도 언제나 깨끗한 교회. 진짜로 이런 교회가 우리나라에 있을까? 있다. 전라도 고흥에 있다.
게다가 그 교회는 30명 고아들까지 받아 함께 살며 어엿한 사회인으로 키웠다. 교회의 든든한 일꾼으로 세웠다. 얼마 전엔 담임목사님이 폐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그 뒤에도 새로운 목회자 청빙 없이 사모님을 그냥 담임목회자로 세웠다. 성도들 대부분은 토요일부터 교회에 온다. 그렇게 아예 1박을 하며 교회를 섬긴다. 그러면서도 행복이 넘친다.
그 교회에 매년 3000만원 이상을 헌금한다는 장로님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분이 그 교회에서 제일 겸손하단다. “헌금을 많이 할수록 말은 더 없어야 한다”는 것이 그분의 철학. 참으로 은혜로운 장로님이다.
그런가하면 전라도 순천의 한 교회. 그 교회 목사님은 벌써 그 교회가 네 번째 목회지이시다. 알고 보니 이분은 쓰러져가는 교회에 부임하여 교회를 일으키시는 게 사명인 분. 교회가 성장하여 안정되면 그 교회를 후배에게 물려주고 당신은 또 어려운 교회를 찾는다. 그렇게 다시 교회를 세우면 또 옮겨 어려운 교회를 일으킨다. 지금 교회도 5명 남았을 때 부임하셔서 80명이 되었단다.
물론 주변에선 말린다. “왜, 목사님은 안정만 되면 가시느냐”고. 그럴 때마다 그 목사님의 답변은 한결같다. “이런 안정된 교회는 누구라도 오려 하지만, 저런 힘든 교회는 누구 하나 가지 않으려 하니 제가 가야지요”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목사님이다.
그런가하면 전라도 광양의 한 교회. 그 교회 목사님은 입양을 사명으로 아시는 분이다. 원래 친자녀가 있지만 셋을 더 입양하셨다. 물론 그들을 향한 사랑도 친자식 이상이다. 사모님도 목사님도 얼마나 천사 같으신지, 언제 뵈어도 큰 형님 큰 누님 같은 분들이다.
그런가하면 전라도 목포의 한 교회. 목포 시민의 2%가 다니는 교회다. 물론 시설도 좋다. 하지만 그 교회의 매력은 영향력이다. 교단을 초월하여 많은 목회자들이 찾아가 배우고 싶어하는 교회다.
심지어 최근엔 근처 성당에 다니는 천주교 신자들이 대거 개종하여 등록했단다. 게다가 절의 승려도 찾아와 “목사님 존경한다”며 책과 선물을 드리고 갔단다. 자신은 이 교회 다닐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난 지난 주, 이런 전라도의 몇 교회를 방문하면서 얼마나 가슴이 뛰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아무리 교회가 욕을 먹어도 아직은 더 교회의 희망을 말하고 싶어졌다.
그런 감동으로 돌아와 내 고장도 보았다. 역시 이곳에도 한 교회가 눈에 띈다. 그 교회는 시민의 1%가 다니는 교회다. 최근 2년간 이 도시에선 가장 크게 부흥한 교회다. 하지만 그보다 더 주목할 일은 역시 영향력이다.
단적인 예로 市 주최 ‘노인의 날’ 행사도 다른 덴 맡길 데가 없다며 간곡히 부탁할 정도. 성도들 중엔 교회의 무료급식이나 사랑의 도시락, 목욕봉사에 참여하지 않은 성도들이 거의 없고, 예수 안 믿는 택시기사도, 미용실 아주머니도, 세탁소 아저씨도 “좋은 교회 하나 소개해 달라”면 어김없이 먼저 꺼내는 교회다.
얼마 전엔 온 성도들이 마음을 모은 1,000일간의 기도로 또 하나의 성전도 세웠다. 자칫 불편할 수도 있는 두 성전체제를 시너지로 극대화시키며, 영상으로 드려지는 예배에도 전혀 그 간절함이나 뜨거움이 줄지 않는다.
그래서 난 믿는다. 이런 교회와 목회자들이 이 땅에 있는 이상, 한국교회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엘리야 시대 7,000의 남은 자처럼 실제로 이런 멋진 교회와 훌륭한 목회자는 많다. 그러니 섣불리 우리가 먼저 한국교회의 절망을 말하지 말자.
김종훈 목사 / 오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