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바울과 인권
성서에 나타난 인권사상이 바울을 통해서는 어떻게 실천되었을까?
바울은 다음과 같이 인간 죄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깨닫는 자도 없고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고 다 치우쳐 한가지로 무익하게 되고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롬 3:10-2). 결국 인간은 자신의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이 부여하신존엄성을 상실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자신의 권리를 완전히 상실하고 만 것인가?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간의 권리는 회복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보이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의 형상이요 모든 창조물 보다 먼저 나신 자니”(골 1:15). 이런 의미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회복될 수 있는 것으로서 그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선물이다. 또한 바울은 모든 인간의 평등성과 통일성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우리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자나 다 한 성령으로 침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또 다 한 성령을 마시게 하셨느니라”(고전 12:13). 바울은 이 선언을 통해 모든 인간관계의 속박을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인간 존재로 승화시켰다.
바울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자나 남자나 여자 없이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라고 선언한다. 즉 그리스도 안에서 어느 누구도 예외 됨이 없이 모든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하나님 앞에서의 모든 자의 평등성(갈 3:26-28)을 선언한다.
4. 교회의 실천 방안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인권은 사회에서 교회가 책임져야 할 아주 중요한 과제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교회는 인권문제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실천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에 교회는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인권에 대한 문제들을 성서에 근거하여 적절하게 이해하는 작업과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실천 방안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 분야에 나타나고 있는 인권문제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필자는 인권의 범위가 광범위하고 또한 이번 논고의 지면의 한계로 철저한 분석까지는 이루어내지 못했지만 복음주의를 지향하는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고, 이 땅에 좀 더 하나님의 의와 평화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이에 필자는 다음과 같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제안한다.
1) 인권에 대한 가치관 정립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인권이라 하면 인간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한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자유와 민주, 종교, 결사, 시위 등등 사회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마음대로 표현하며 살아가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특별한 은혜이며 축복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들을 창조하실 때 자신의 형상을 닮도록 하셨기 때문이다. 우리는 ‘진리가 자유케 하리라’하신 예수님의 말씀대로 모든 것에서 자유해야 한다.
인권은 개인이든 사회든 국가든 어느 누구도 침해할 수도 없고, 탄압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가짐으로 세계 각 도처에서 인권이 유린되고 짓밟히고 있다. 이럴 때 인권에 대한 성경적 가치관의 정립으로 인권은 신성불가침에 관한 문제임을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2) 인권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대한 올바른 성서적 이해와 이에 대한 교육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인권에 대한 교육을 교회교육의 중심가운데 하나로 삼고 교육해 나가야 한다.
3) 각종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님 나라의 의를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고통을 받는 이들과 함께할 뿐만 아니라 고통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하나의 이론으로만 알고, 감정적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닌 실제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그들의 존엄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행동하는 양심이 필요하다.
둘째, 그동안 이분법적 사고로 등한시 되어왔던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 셋째, 사회의 법과 제도가 강제력에 의해 유지된다는 사실을 직시하면서 교회는 사회적 약자 편에 서도록 노력해야 한다.
4) 인권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백성들이다. 인권문제는 인간적인 세계관이 아닌 성경적 세계관으로 바라보고 해결해야 한다. 인권에는 보수,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으로 돌아와 인권문제를 바라보고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기도할 때 응답이 있을 것이다.
5) 교회 간의 연합과 연합된 기구들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세계화라는 엄청난 변화 속에서 인권 운동 역시 격변하고 있다. 국제인권운동 진영에서는 민중의 생존권 문제, 냉전이데올로기의 지속과 민주화과제, 인종 및 종족 간의 전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분야의 인권, 빈곤 및 질병의 문제, 테러, 안보와 전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대두되는 인권 문제로는 국가보안법 철폐, 양심수와 장기수 석방, 평화통일문제, 의문사와 양민학살 사건과 오판 등의 진실규명, 부정부패 척결, 사법권의 독립과 수사공정, 감청과 감시 문제, 현행법 개폐와 제도 개선, 노·사·정 문제, 구조조정에서 파생된 문제, 실직 및 실업자 문제, 외국인 노동자 인권문제, 장애자 및 노인문제, 동성애 문제 등이 있고, 이에 대한 인권수호와 개혁의 과제를 안고 인권단체들이 노력하고 있다. 교회는 혼자서의 힘으로 이 엄청나고 막중한 과제들을 실현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교회 간에, 연합된 기구들과의 협력을 통해 효율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비정부기구(NGO)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국제적십자사, 국경 없는 의사회, 국경 없는 기자회, 국제 빵 재단, 옥스팸 등의 국제인도주의 단체들이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실상을 알려 직접 돈을 모으고, 정부기구에 압력을 행사해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로는 국제엠네스티, 국제법률가위원회, Human Rights Watch, Free TIBET, Free Burma, FIDH, OMCT, ARITICLE 19와 에큐메니칼 국제문제위원회(CCIA) 등이 자발적 참여, 캠페인, 대정부로비, 언론홍보 등을 통해 세계에 호소하고 국제사회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한국의 인권단체로는 인권연대, 국가인권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인권위원회, 한국기독교보수교단협의회 신앙인권위원회, 한국인권재단 등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김종걸 교수
침신대 신학과
(체계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