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공동체를 통한 치유의 과정
치유공동체는 구성원 각자의 고통과 상처의 의미를 재정의하며 동시에 기존 공동체 구성원과의 동일시를 통하여 공동체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즉 치유공동체의 구성원들을 통하여 각자는 이제까지 부정적으로 간주되었던 자신의 삶의 경험들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여 재해석할 수 있다.
또한 치유공동체는 개인들로 하여금 고착된 부정적(병적인) 자기 역할을 벗어나 자신이 진정 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렇게 될 때, 상처 입은 구성원은 치유자로서의 역할까지도 담당할 수 있게 된다.
치유공동체는 이전에는 부정적으로 인식되었던 개인의 행동이나 태도를 공동체 내에의 규범과 신앙체계라는 관점에서 재구성하여 낙인찍혔던 행동이나 태도의 의미를 긍정적이고도 새롭게 인식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공동체 내에서의 치유의 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입 또는 참가의 단계이다. 문제를 지닌 개인은 치유공동체에 구성원이 되어 공동체 내에서의 규범을 받아들이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에 적응한다. 이 과정에서 공동체의 힘은 그 개인은 더 이상 치유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 내에서 자신이 치유의 주체로서 책임이 있음을 깨닫게 하여 자존감과 소망의 가능성을 찾게 만든다.
둘째, 신뢰형성의 단계이다. 공동체 내에서의 고백과 카타르시스(정서적 정화)를 통하여 개인은 수동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태도를 지니게 된다. 고백의 과정은 죄책감의 해소와 용납을 경험하게 하며, 카타르시스는 감정적 정화를 통하여 당사자로 하여금 공동체 전체와의 동질감을 갖게 만들며 동시에 공동체 구성원들은 그 당사자가 자신들의 한 부분임을 확인하게 만든다. 이 과정이 신앙공동체 안에서는 소위 신앙적인 회심이 일어나 새로운 정체성(또는 자아)을 발견하게 되는 단계이다.
셋째, 일치의 단계이다. 공동체 내의 개인은 모방을 통하여 공동체의 새로운 규범을 배우며, 동일시를 통하여 새로운 정체성을 지니게 된다. 즉 모방과 동일시를 통하여 공동체의 규범과 역할기대를 내면화(internalize)한다. 넷째, 마지막으로 몰입의 단계이다. 개인은 공동체 내에서 헌신을 통해 그 공동체와 하나 되는 통합의 과정을 겪는다. 이는 계속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이며 호혜적으로 공동체 내에서 서로 상호작용을 통하여 관계의 발전을 이뤄간다.
IV. 해석공동체로써의 신앙공동체의 목회상담적 적용
목회상담에서의 신앙공동체는 해석공동체로서 또한 그 구성원들의 삶에 매우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삶에서 의미는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관계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구성원들에게 의미의 새로운 맥락을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하는 해석공동체로서의 신앙공동체는 개인의 삶의 의미 발견과 정체성 형성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신앙공동체에 속한다는 의미는 해당 신앙공동체의 인식과 규범의 틀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새로운 인식과 규범의 틀은 삶의 새로운 관점에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서 새로운 정체성과 의미체계, 또는 가치체계의 형성을 촉진한다. 이때 해석공동체인 신앙공동체는 기억과 소망의 매개체로서 구성원들의 자아의 발전을 촉진시키는 동시에 구성원들이 지닌 관점의 새로운 방향설정에 영향을 미친다.
신앙공동체에 속한 각 개인은 자신이 속한 신앙공동체의 역사 속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임으로 공동체의 해석 체계에 합류하게 된다. 또한 과거 하나님께서 이루신 일에 나타난 하나님의 성품과 능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현재 이야기를 해석하게 되며 나아가서 자신이 속한 소망의 공동체로서의 신앙공동체에서 말씀 가운데서 약속하신 목표들을 향하여 나아간다.
1. 해석공동체로써의 신앙공동체 이해의 기본 전제
해석공동체로써 신앙공동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첫 번째 기본 전제는 인격적이고도 자율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이해이다. 즉 인간을 결정론적이고 숙명론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유의지를 지니고 자기의 이야기를 스스로 해석하는 능력을 지닌 존재로 이해한다.
사건과 경험은 이미 주어졌지만 인간은 그러한 사건과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여 만든 이야기를 통하여 자신과 자신이 존재하는 세계를 만들어 간다. 물론 이러한 의미부여는 의식적이고도 자주적인 경우도 있지만, 종종 중요하다고 여기는 주변 사람들이나 집단에 의해서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해석의 틀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즉, 비록 나의 이야기이지만, 내가 해석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해석한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이 이처럼 새로운 공동체의 해석의 틀을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 해석의 유효한 틀로 받아들일 때, 공동체의 해석 틀은 새로운 구성원이 살아온 이야기를 그 신앙공동체의 이야기의 패턴을 따라 근본적으로 재해석할 것을 요구한다. 이때 그 개인에게는 정체성 위기가 발생한다.
해석공동체로서의 신앙공동체의 역할은 하나님과 인간이 함께 엮어가는 이러한 해석적 상호작용의 과정 속에서 좀 더 분명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게 하거나, 과거의 사건과 그 사건 속에 담긴 의미들을 분명하게 만들며, 현재를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다.
또한 신앙공동체의 역할은 가치체계형성과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 개인이 고유한 가치체계를 지닌 새로운 공동체와 만나고 공동체 내의 상호관계를 통하여 그 공동체가 지닌 고유한 세계관이나 가치체계를 자신의 세계관이나 가치체계로 받아들이게 될 때 비로소 그 공동체의 온전한 구성원이 된다.
이러한 한 개인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궁극적 목적은 당사자 자신의 깨달음이나 변화뿐 만이 아니라 새롭게 재구성된 그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 이웃을 변화시킴으로 신앙공동체를 넘어 하나님 왕국의 확장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해석공동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두 번째 기본 전제는 사회심리적 사실(reality)을 절대적이거나 객관적이기보다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포스트모던에서의 지식이란 객관적이라기보다 상호주관적인 대화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즉 사람들은 자신들의 지식을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하여 검증하고 쌓아간다. 따라서 앎이란 사회적인 동시에 상호주관적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사실이란 충분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사실이라고 동의한 것이 되는 것이다.
이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통계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오늘날 심리치료와 정신과적 진단의 판정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IV이다. 따라서 해석공동체를 통해 개인은 사실이라 믿고 있는 자신에 대한 내용들을 새로운 공동체의 해석 틀을 통해 검증하고 재해석할 수 있다.
양병모 교수 / 침신대 신학과(목회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