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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세상을 치유하기 위한 하나님의 전략! -2

유재성 목사 침신대 상담심리학과

내가 상담사 훈련을 받던 초기에 달라스 소재 파클랜드 종합병원에서 경험한 에이즈 환자의 분노는(지난 1편에 소개된 내용 참조)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주고 있다. 하나는, 사람들의 교회에 대한 인식이다. 예수 그리스도롤 믿든 안 믿든, 교회를 다니든 안 다니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회를 사랑과 은혜가 있는 치유와 회복의 장소로 인식한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그러했다. 그리스도인이 아닌 경우에도 교회는 그래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가 파클랜드 병원에서 만난 그 에이즈 환자 또한 교회를 떠나 자기 육체의 욕심을 따라 살아가고 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그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바로 교회였다. 그의 마음의 고향, 언젠가 돌아가야 할 영혼의 본향인 창조주 하나님이 계신 교회를 본능적으로 떠올린 것이었다.


교회는 그런 곳이다. 구약시대에 이스라엘 백성의 삶의 중심에 하나님의 거룩한 성소가 있었고 그 안에 하나님의 영광이 임하였다면, 이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자의 충만으로 이 땅에 존재한다(1:23). 하나님은 사람들을 창조하시되 단순히 육신과 마음을 가진 존재로 만드신 것이 아니다. 하나님을 알고 그 임재 안에서 사랑의 교제를 나누며 살아가는 전인적인 존재로 만드셨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인하여 새로운 피조물로서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고,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치유하고 회복하며 충만케 하는 교회로 사람들을 부르셨다(고후 5:17; 3:1). 그런데 그 교회가 정말 교회의 도움이 필요할 때 문을 닫았다. 적어도 그 에이즈 환자에게는 그랬다. 물론 그 교회에선 그 시간에 정말 도우러 갈 사람이 없어서 그랬을 수 있다.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겨울의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싸늘한 달라스 시내의 음습한 뒷골목에서 몸이 얼어가는 것을 느끼며 혼자 죽어가고 있을 때 도우러 갈 사람이 없으니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라며 문을 닫은 교회에 대해 그는 깊은 분노를 느꼈다.


나는 이 부분에서 이 이야기가 담고 있는 또 다른 시사점을 본다. 그것은 바로 자기 문제는 자기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입장이다. 물론 내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며 살 수는 없다. 내 문제를 자기 일처럼 대신 해결해줄 사람은 거의없다. 그러다보니 21세기 현대인들은 대개의 경우 저마다 자기 욕구를 따라 자기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능적이고 기중심적이며 결과적으로 기적인 본자이사고방식 혹은 생활방식(lifeway)을 발전시키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개인주의적 삶의 방식이 세상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몸된 교회에도 구석구석 스며들게 되었다.

 

삶의 어려움을 대하는 두 가지 방식

나는 상담 전문가로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관련 자료들을 접한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통해 인간의 곤경을 대하는 두 가지 기본적인 방식이 존재하는 것을 본다. 하나는 자기중심적인 개인주의적 접근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방식이다. 어떤 어려움이나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자기 스스로 책임을 지고 감당해야 한다. 잠시 잠간씩 주위에서 위로의 말이나 안타까움을 표현할 수 있지만 거기까지이다. 결국 모든 것을 개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어떤 결과가 오든 그것은 자기 몫이다. 혼자 헤치고 나아가야 한다.


현대인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카카오톡 같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발달로 전 세계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어느 시대보다 더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그러다보니 어느 때보다 고립되고 파편화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의 불안, 분노지수는 하늘을 찌르고, 우울증, 자살, 왕따, 폭행 등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인간의 곤경을 대하는 다른 방식은 사람들이 연합하여 함께 문제에 대처하며 서로 돕고 지원하는 공동체적 방식이다.


사람은 본래적으로 독립적인 개별적 존재이지만 함께 살아가도록 창조된 관계적 존재이기도 하다. 하나님은 사람을 창조하시고 홀로 있는 것을 좋지 않게 여기셔서 가정을 이루고 나아가 집단을 이루어 살게 하셨다. 아브라함을 통해 이스라엘 민족을 부르시고 언약백성으로 살아가도록 하셨다. 그리고 신약 시대로부터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로서 만물을 충만케 하는 자의 충만으로 공동체적 삶을 살도록 부르셨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이 땅의 나그네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몸은 이 세상 나라에 발을 붙이고 살고 있지만 우리의 영혼은 하나님 나라에 속해 있다. 우리의 마음은 이 두 세계 사이에서 자주 방황하며 혼란스러워한다. 하나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미우리에게 임했지만 아직온전히 임한 것은 아니며, 우리 각자도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지 못하고 자주 복음의 초보 수준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관이나 가치관, 인생의 목표와 방향, 삶의 방식들이 다른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의 원리와 방식으로 살아가는 나그네 여정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수많은 도전과 모험이 기다리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원치 않는 아픔과 상처, 곤경을 경험한다.

그래서 혼자 그 길을 가는 것은 무리다. 아니 불가능하다. 하나님은 이러한 인간 현실을 아시고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구원의 방주로서 교회를 주셨다. 그 곳은 세상과 달리 자신의 약점과 한계가 드러나도 괜찮은 안전한 영혼의 쉼터이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로 상처를 감싸주며 다시 힘을 내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 생명의 공동체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나그네 여정은 교회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교회와 함께 본향을 향한 이 땅에서의 여정을 지속한다. (계속)

/ 늘사랑교회 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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