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규적인 교회사역을 통해 도움을 주지 못하는 두 그룹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들의 문제는 설교로 해결되지 못했고 헌신이나 기도나 성례전 등을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았다. 외적인 믿음의 표현으로 기도를 하고 헌금을 드리고 죄를 자백하는 일은 계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더욱 깊은 회의와 절망으로 빠져 들어갔다.”(데이빗 A 씨멘스)

한국교회의 21세기 목회는 가정중심 목회와 치유상담 목회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실제로 한국 사회의 현대 가정들은 사회적, 경제적, 교육적, 종교적인 차원에서도 위기를 맞고 있고 이혼과 별거, 폭력, 가출, 일 중독, 알코올 중독, 성 중독, 이혼, 자살, 청소년 비행 등으로 역기능 가정들이 심각하게 늘어가고 있다. 교회지도자 가운데 가정사역과 가족 상담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막상 교회 안에서 가정사역을 시작하고 싶어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것이 현실이다.

교회와 가정은 결코 분리할 수 없으며 서로 공생적인 관계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건강한 가족으로 구성된 가정이 행복하고, 행복한 가정이 모인 교회가 힘이 있다. 교회안의 가정사역에는 교육적인 접근과 치유 상담적인 접근이 모두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아물지 않은 상처”를 안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치유상담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는 기분이 좋으면 쉽게 ‘성령충만 받았다’고 하거나 ‘은혜 받았다’고 말하고 혹은 누가 화를 내거나 신경질을 내면 마귀의 역사다, 귀신들려 그렇다고 단정 짓는다. 이렇게 감정의 문제를 쉽게 이분화 시켜 이야기 하면 곤란하다. 물론 신앙생활은 믿음에서 출발한다(롬1:17). 구원은 오직 믿음으로 받는데 그 믿음의 출발은 의지이다. 그래서 자신의 입으로 시인하고 고백하는 의지적인 면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롬10:9~10). 그러나 의지가 신앙생활의 전부는 아니다. 신앙생활에서 의지적인 면이 너무 강조되거나 종교적인 행위가 강조되다 보면 우리 마음의 상태(정서적인 면)를 무시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 신앙에 있어서 의지적 믿음과 종교적 행위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보이지 않는 무의식의 세계와 감정의 문제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하고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또한 우리는 쉽게 종교적인 행위와 신앙생활의 결과만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신앙을 평가하려고 한다. 예수님이 오셨을 당시에 하나님에 대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열심은 그 누구보다도 대단했다. 특히 메시야를 사모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오신 예수님을 그들은 처참하게 처형했다. 왜 일까? 당시의 백성들은 지나치게 의식적 혹은 외적 차원만의 메시야와 하나님 나라를 갈구했기 때문이었다.

예수님은 당시 아무도 도전할 수 없었던 율법을 부수어 버리시고 율법의 외적, 의식적 차원에서 내적인 차원으로 확장해 가셨다. 하나님 나라도 외적으로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라 너희 안에 있다고(눅17:21) 내적 차원을 강조하신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마5장의 산상수훈). 예수님은 당시의 외적인 기준을 허무시고 내적인 세계를 드러내심으로 내적 가치관으로 접근하셨다.

이로 인해 당시의 많은 백성들과 종교인들이 많은 혼란을 겪게 됐던 것이다. 내적 회복과 내적 선교 없이 외적 선교에만 몰두하다 보면 내적 질서와 평안의 파괴로 외적 활동이 얼마든지 붕괴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구원은 외적에서 내적으로 확장되어 가야 한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자기 과시적인 면에 의해서나 남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헌신이 자신의 열등감을 보상받으려는 마음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물론 열심인 그 동기가 순수하게 하나님께 있지 않음을 본인도 모를 때가 많다. 심지어 종교중독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외견상으로는 특심한 신앙인으로 보이기도 하기에 더욱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들은 어려움이 닥치면 그 병적(무의식적)인 동기가 드러난다. 그래서 고난은 건강한 신앙을 갖게 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인 것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인 동기와 본질은 못보고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으로 신앙을 평가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흔히 신앙의 겉 부분을 중시하다 보면 내면의 상태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한국 사람들은 유교적인 영향으로 자기 감정대로 그 느낌을 표현하는 것을 천박하게 여기고 죄악시 해왔다. 그래서 자기 감정을 정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숨기거나 다른 것들로 덮어 버리는데 익숙해 있다.

교회 안에서도 속과 겉이 다른 모습으로 살고 ‘성령충만’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인해 억지 웃음을 웃고 다닌다. 신앙 안에도 때로는 슬픔이 있고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 예수님도 눈물을 흘리시고 기도하시고 고뇌에 차서 괴로워 하셨다. 교회에는 괴로운 사람들, 슬픈 사람들, 고민있는 사람들, 죄인들이 많이 나와야 하고 교회는 이런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줘야 한다. 인간은 가정을 통해 도구적 지원과 애정지원, 정체성의 지원까지 받으며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데 오늘날 한국사회는 급격한 사회 변동과 정치, 경제적 환난으로 말미암아 가족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고 가정의 터 자체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기독교인들의 가정도 예외가 아니다. 가족 간 다양한 갈등의 문제를 경험하면서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구체적인 해결 방식을 모르고 있고 목회자들도 평신도들의 가족 문제에 대하여 대부분 일상적인 조언과 권면은 있지만 체계적인 가족 문제를 상담하고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기독교 내적 치유는 인간의 무의식 속에 묻혀있는 과거의 상처들을 발견해 정직하게 직면하게 하고 그 상처들을 치유해 더 이상 현재의 삶에 악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용서와 사랑으로 과거의 모든 삶(대인, 환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건강한 가족관계를 맺으며 살도록 하는데 있다.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수많은 상처들을 받으며 살아간다. 특히 인간관계 속에서 서로 부딪치며 충돌하면서 생긴 상처들이 소멸되지 아니하고 계속 인간의 무의식 속에 깊이 남아 여러 가지 형태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괴롭게 하고 있다. 상처 많은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은 대단히 큰 모험이다. 신체적 불구보다 더 힘든 것이 심리적 불구이기 때문이다. 치유 받지 못한 병든 부모로부터 갖은 상처를 받으며 자란 자녀는 역시 이웃과 배우자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나아가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또 자신의 자녀들에게 대물림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이러한 인간관계속에서 형성된 상처들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설정하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내적치유는 사랑과 용서의 장이 되어야 할 가정 안에서 갈등과 거부와 상실감으로 상처 입은 가족을 치유하여 하나님이 계획하신 행복과 평안을 누리며 살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치유는 본질적으로 지식을 통해 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치유는 상처받은 인간의 마음에서 일어난다. 언제나 세미나를 할 때면 조심스러운 것이 있다. 혹시 치유를 머리로만 이해해 진정한 내면의 치유를 방해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치유는 치유를 사모하는 사람들이 모여 말씀을 나누고 삶을 나누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성령의 역사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예수님은 씨뿌리는 농부의 비유(마13장)에서 씨만 뿌리면 될 것 같지만 밭, 즉 나의 마음에 따라 씨는 자라나는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말씀하셨다. 나의 마음에 따라 잘 자랄 수도 있지만 나의 마음이 병들어 있으면 중도에 시들어 버리기도 하고 죽어 버리기도 한다. 하나님 나라가 자라는데는 나의 마음의 상태에 따라 열매를 맺을 수도 있고 시들어 버릴 수도 있다는 말씀인 것이다.

아무리 좋은 씨앗이 떨어져도 내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으면 자랄 수가 없다. 마음속에 가시들이 많아 상처가 많고, 무거운 돌멩이들로 마음이 메마르고 무겁다. 이런 상태에서는 열매를 맺을 수가 없다. 돌멩이를 들어내고 가시를 다 쳐내고 딱딱한 부분을 일구어 옥토로 만들지 아니하면 우리들의 마음에 천국이 자라날 수 없다는 말씀이다.

하나님의 나라가 자랄 수 있도록 마음밭을 일구어 내는 작업, 이것이 곧 내적 치유이다. 내 마음에 말씀이 들어왔지만 뿌리를 못 내린다.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진리는 수없이 듣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의 밭을 가꾸는 농사는 하지 않음으로 하나님 나라가 꾸준히 자라지 못하는 것이다. 마음 밭을 옥토로 가꾼 사람에게는 말씀 하나만 떨어져도 절로 자란다. 자신이 변화되고 가정이 변한다.

아무리 좋은 씨를 얻으면 무엇 하는가? 마음이 돌짝 밭이요, 가시덤불 밭인데, 이런 신앙인들은 전도는 커녕 자신의 가시와 돌멩이로 인해 오히려 사람들에게 상처만 주게 된다. 이러한 마음밭이 딱딱한 사람이 어떻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파하는가? 그래서 내적치유는 중요하다. 이제 우리의 교회는 치유 공동체로 만들어 가야 한다. 마음이 어려울 때나 슬플 때 외로울 때 누구든지 와서 위로받고 평안을 얻고 기쁨을 얻는 장소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