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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있는 화내기 ②

가정회복-11

우리는 분노를 뿌리째 뽑아내고 아예 화가 안 나는 상태를 원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불교에서 아예 속세를 떠나며 평생 자신을 비워내는 훈련을 하는 이유도 우리의 평정심을 깨뜨리고 얽매이게 하는 감정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의 하나일 수 있겠다. 그러나 인간을 지으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허락하신 것이 희로애락의 감정이다.
이것을 없애려하거나 억누를 때 엉뚱한 시간에 뜻밖의 모양과 강도로 터져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분노라는 감정을 어떻게 없애는가라는 불가능한 일보다는 어떻게 잘 표출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편이 더 현명할 수 있다. 마치 결혼에서 갈등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 보다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편이 더 지혜로운 것과 마찬가지이다.


제일 먼저는 화가 치밀어 오르기 전에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더욱 분명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제를 다루었다. 마지못해 대답을 해놓고 부풀어 오르는 불만이 화로 터지기 전에 ‘Yes’와 ‘No’를 겸손하지만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이후에 분노의 폭발을 막을 수 있는 한 방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 어떻게 분노를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아니타 팀페는 ‘감정표현이 안전한 범위 내에서 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감정을 허용하고 표현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정말 화가 날 때에 자신의 분노를 발산할 수 있는 안전한 곳을 찾도록 권하기도 한다. 차 안이나 자신의 방, 혹은 바닷가와 같은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를 찾아 소리를 지르라고도 하고, 믿을 만한 친구를 찾아 털어놓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한다. 편지를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든지 춤을 추는 것으로도 감정을 발산할 수 있다. 분노 조절 프로그램에서 쿠션을 때린다거나 신문지를 찢는 방법을 사용하게 하기도 한다. 얌전하고 온화해 보이는데 의외로 격투기를 즐기거나 샌드백을 두드리는 취미가 있는 사람도 있다. 등산으로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숲으로 돌을 던진다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한 친구의 그림이 기억나기도 한다.
아이를 젖 물리는 여인의 모습이었는데 그 여인의 눈 주위에 유독 그림자가 짙고 어두웠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당시 심한 산후우울증과 부부 갈등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 친구에게는 자신의 감정들을 마음껏 쏟아내는 그림이라는 출구가 있었던 셈이다.


자기 나름대로 격한 분노를 발산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사람들은 그 격한 감정이 머무르기 보다는 지나감을 느끼게 된다. 나를 파괴시키고 부수어 버릴 것 같던 그 감정들이 어느새 지나가고 견딜 만 해지는 것이다. 감정이 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다. 그러다 보면 분노 안에 숨겨져 있는 다른 감정들과 맞닿을 수도 있다. 미움, 슬픔이나 두려움, 불안함, 죄책감, 시기심 등의 여러 색깔의 감정과 느낌을 직면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이 단계까지 갈 수 있다면 나를 분노하게 한 대상이나 상황을 이성적으로 다룰 수 있는 준비가 된다. 상대를 심하게 다치게 하거나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고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남편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 때문에 가장 친한 친구를 찾아가 한바탕 흉을 보고 나면 슬그머니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상의 끝인 것 같았던 기분도 어느새 조금 가벼워진다. 당장 끝장을 내고 싶었던 마음도 누그러들고, 내가 잘못한 것도 슬슬 생각나기 시작한다. 그러다 집에 돌아갈 때가 되면 어느새 다시 가족들을 위해서 밥 할 준비가 되는 것이다.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거나 적절한 방법이 있는 사람들은 건강한 감정의 표출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크리스천들은 이미 분노를 발산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법을 터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장 안전한 곳,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인 하나님께 가져가는 것이다. 시편을 시작하는 수많은 구절들은 분노와 불안함, 억울함으로 시작한다. 다윗도 “내가 모든 대적들 때문에 욕을 당하고 내 이웃에게서는 심히 당하니 내 친구가 놀라고 길에서 보는 자가 나를 피하였나이다”(시31:11) “내가 무리의 비방을 들었으므로 사방이 두려움으로 감싸였나이다 그들이 나를 치려고 함께 의논할 때에 내 생명을 빼앗기로 꾀하였나이다”(시31:13)라고 토로한다. 하나님께 마음껏 이르는 것이다. 무리들이 나를 해코지 하려 한다며, 그의 억울하고 화나는 심정을 그대로 쏟아낸다. 그러면서도 시편은 절망과 분노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렇게 격한 감정을 토로한 후에는 자신의 불안함을 알리기도 하고 속죄의 말을 아뢰기도 한다.


그리고는 주님께 기대며 하나님을 높이는 찬양으로 끝난다. 다윗에게는 음악과 기도라는 좋은 해소법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건강한 ‘분노 조절법’을 알고 있던 다윗은 그래서 스스로의 마음을 지킬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수많은 공격 속에서도 상처받았다고 주저앉지 않았다. 절망과 분노로 심령이 상하고 쓴 뿌리를 안고 살면서 또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주고 복수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찬양하는 사람으로 남았다.
우리 안에 쌓여있는 감정의 쓰레기들을 적절한 처리장에 잘 쏟아내 버릴 때 우리는 좋을 것으로 자신을 채울 준비가 된다. 산이든, 방이든, 상담소이든, 혹은 친구이든 우리에게는 그 처리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감추어진 분노가 폭발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처리장에서 잘 표출되고 처리되어 꽤 괜찮은 재활용품이 되어져 나오길 기대해 본다.

심연희 사모 /RTP지구촌교회(미주)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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