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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숙 교수의 문화나누기> 말이 아닌 음악으로... 멘델스존의 무언가

 

그렇게 뜨겁던 여름이 정말 홀연히 물러가고 가을바람이 적당히 시원한 기분 좋은 느낌으로 뺨을 스친다. 가을이 오면 누구나 조금은 감상적이고 또 조금은 자기반성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파란 가을 하늘, 청명한 가을바람과 함께하는 이 가을에 마음을 편안하게 정화할 수 있는 음악이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가을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음악으로 멘델스존(Jokob Ludwig 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1847)의 피아노 음악인 무언가(Songs without words)를 소개한다.

 

무언가, 문자 그대로 가사가 없는 노래로 피아노의 소리만으로 모든 감정과 생각을 노래하는 음악이다. 사람의 육성으로 가사를 전달하는 노래들은 뜻과 의미는 분명하게 전달 할 수 있으나 그 이상의 감성을 자극하지 못할 때가 많이 있다.

 

그러나 음악은 말이 없어도 말보다 훨씬 강력하게 감정을 전달 할 수 있는 영혼의 언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멘델스존의 작품을 들어보면 왜 작곡자가 이런 제목을 붙였는데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음악이 주는 감성의 깊이가 깊다는 뜻이다.

 

독일의 작곡가 멘델스존이 21세 되던 1830년부터 평생을 통해 조금씩 완성한 작품 무언가는 49곡의 소품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작은 곡 하나하나가 모두 낭만주의 음악의 감성을 풍부하게 담아내고 있다. 간결한 반주와 아름다운 선율에 고상한 기품을 담아낸 이 작품들은 19세기 낭만 피아노 음악의 가장 품격 있는 예술적 성취라고 할 수 있다.

 

49곡의 음악이 한편의 시를 읽는 듯한 아름다운 감성으로 가득하지만 그 중에서도 6번인 베네치아의 곤돌라와 32번이 가장 유명한 곡이다. 특히 베네치아의 곤돌라는 베니스 여행 당시 운하의 곤돌라를 보고 작곡한 작품으로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읽는 한편의 시와 같은 음악이다.

 

무언가를 듣노라면 선율의 아름다움에도 감탄하게 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말이 없이 소리만으로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음악의 힘을 깨닫게 되고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우리는 지나치게 외형적인 것에 치중하면서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을 할 때가 많이 있다.

 

의식적으로 과시하려는 마음이 없다하더라도 타인의 시선과 생각에 민감한 나머지 내용이나 진정성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말만 무성할 뿐 진정한 의도나 목표 없이 표류하는 속 빈 강정과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개인의 삶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공생하고 있는 조직에서도 이런 것들은 경계해야하는 점이다. 겉포장은 화려한데 내용이 비어있거나, 말만 무성하고 실효성 없는 정책 등은 우리들의 삶을 공허하고 피폐하게 한다. 말이 아닌 진심을 다한 행동이 우선되는 사람, 형식보다는 내용이 튼실한 정책, 말하지 않아도 믿어지고 의지가 되는 신뢰의 사회라면 세상은 좀 더 하나님의 나라와 가까워지지 않을까?

 

주위를 살펴보면 떠들썩하게 화제가 되는 일보다는 묵묵하게 일하는 작은 일들이 모여 느리지만 조심스럽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화려하고 왁자지껄한 이벤트가 아니라 조금씩 자신을 희생해가며 세상을 밝히는 작은 일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결과일 때가 많음을 기억해야겠다.

 

이번 가을, 멘델스존이 전해주는 진솔한 음악, 무언가를 들으며 우리들의 삶의 방식을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말이 줄고 마음이 커지는 세상, 거짓과 위선의 웃음보다는 아픔을 나누는 눈물이 귀하게 여겨지는 따뜻한 사회를 위해 기도해본다. 그러노라면 우리의 심정이 예수님의 마음과 좀 더 닮아갈 수 있는 가을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말이 아닌 진심어린 행동이 우선되는 일터를 소망한다.

 

최현숙 교수

침신대 교회음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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