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는 씨앗들 뿌리내릴 수 있게 기어가는 벌레들 피할 수 있게 흘러가는 빗물들 스밀 수 있게 때론, 피어난 풀꽃을 보고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게 쉬어가는 벌레를 보고 피할 길 있음을 깨달을 수 있게 스며든 빗물을 보고 저 멀리 바다를 꿈꿀 수 있게 틈을 지켜주기 비움의 자리에서 조금만 조금만 더, 머무를 수 있게 돌 틈 사이에 피어난 모든 풀은 우리에게 생명의 소중함뿐만 아니라 살아갈 용기를 준다. 한줌의 흙이라도 뿌리내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날아가 꽃을 피우는 끈질긴 생명력에 우리는 힘을 얻는다 그러나 돌 틈 사이에 머무는 것들이 어찌 풀뿐이겠는가? 보도블록 돌 틈 사이에서는 사람들 발길에 밟힐지도 모를 수많은 벌레가 쉬어가기도 하고, 쏟아지는 빗방울들이 스며 지하수로 모여들기도 한다. 때론 사람들의 발길을 피해 쉼을 얻는 벌레를 바라보며 우리의 삶도 저들처럼 피할 길이 열려 있겠구나 깨닫기도 하고, 빗방울이 모여 강으로 바다로 흘러가듯 우리도 한 방울씩 스미다 보면 마침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겠구나 꿈도 꿀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이제 그 ‘틈’을 지켜야 한다. ‘비움’의 자리에 서서, 살아갈 용기와 피할 길과 이루어야 할 꿈을
아버지의 시간은 느린데 아들의 시간을 빠릅니다 농부의 시간은 빠른데 목사의 시간은 느립니다 키가 커서 기어 다니며 감자를 캤다는 아들의 키는 172cm입니다 키가 작으셔서 일까요? 아버지는 빠른 속도로 감자를 캐십니다 아버지의 키는 158cm입니다 아들을 통해 아버지가 하나님을 알아갑니다 아들을 통해 아버지가 구원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통해 삶을 배웠고 아들로 인해 영생의 선물을 받은 아버지는 그렇게 아들을 닮아 하나님께 나아갑니다 시인은 '크리스찬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와산책 회원이다. 동인시집 '누군가 네게 사랑이 시작되었다고 말할 때'가 있다
논어 양화 편에 관칙득중(寬則得衆)이라는 좋은 글이 있다 ‘너그럽게 관용하면 큰 무리를 얻는다’는 뜻이다 일흔 번씩 일곱 번까지 용서를 다 채우지도 못하고 쉽게 끝장을 보듯 갚아가며 숫자를 세는 것도 잊을까 봐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도 공자님의 말씀인 논어에도 관용에 대하여 심도 있게 말씀하고 있다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주께서 가까우시니라’ (빌 4:5) 주님처럼 사랑하고 한도 끝도 없이 용서하고 더욱더 원만하게 이해하고 가슴으로 넉넉하게 베풀어주고 너그럽게 깊이 용서하는 것은 사랑과 평화가 양대 산맥에서 지구촌 땅끝까지 흐른다 시인은 '공감예술문학'으로 등단했으며 목산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광양신금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리어카를 끌고 빈 박스를 찾아 거리를 헤맨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손에 쥔 몇 닢으로 제물국수를 삶았다 다시 전도지를 쥐고 동리를 돌려면 어린 남매를 방안에 두고 신문지를 바닥에 깔아주고 문을 잠그고 동리를 샅샅이 뒤지며 돌고 또 돈다 방안에 잠가둔 새끼들 땜에 마음이 급해 걸음을 재촉한다 국수 사려고 시장에 들어서면 쫄랑쫄랑 따라오던 아들 녀석이 이거 사줘 저거 사줘 떼를 쓴다 쥐어진 몇 닢 가지고는 택도 없는데 땅위 둥굴던 아들 우리 목사 하지 말고 집사 해 우리 목사 하지 말고 집사 해 가슴을 모질게 후벼 판다 힘들고 눈물 쏟은 세월 그래도 개척교회 시절이 추억의 발자취로 남는다 시인은 크리스챤문학으로 등단했으며 목산문학회 회원으로 섬기고 있다.
여기까지 뭘 먹고 살아왔을까 뭘 먹었다면 많이도 먹었을 텐데 아직도 배가 고픈 이유는 뭘까 공식적인 세끼 빼고 이런저런 야식이나 참까지 더하면 정말 양이 만만찮을 텐데 또 배가 고프다니 낮과 밤 같은 것일까 배가 아니라 위가 허전하고 속이 쓰린 것은 흔말 말로 애정결핍일까 그러나 그것은 밥이 있을 때 일이다 허기는 눈도 허기지게 만들고 생각도 허기지게 만들어서 보이고 생각되는 모든 것을 헛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먹고 나면 그뿐인 그것이 뭐길래 배가 조금 고프면 세상이 달라지고 사람이 달라지고 배가 많이 고파지면 도둑이 될 수도 있고 약탈자도 살인자도 될 수 있다 정말 배가 고픈데도 훔치지 않고 빼앗지 않고 살인하지 않고 스스로 굶주려 죽을 수 있는 이는 성인이다 그리고 보면 성인이 되는 일도 별것 아닌데 문제는 기꺼이 굶주려 죽을 때까지 너를 위한 삶을 살 수 있는가이다 나 같은 수준에서는 배가 고프면 새벽에라도 라면 하나를 끓여 먹어야 잠이 오기 때문이다 살면서 자발적으로 굶주림을 선택하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면 성인이 대수겠는가 밥도 먹고 라면도 먹고 빵도 먹어가면서 배고픔을 달래고 다독여가며 사는 것이 때로는 왜 이리도 힘이 드는가 배고픔이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그 길을 가야 하리니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 것 초점을 고정시킬 것 단 하나의 일탈도 허락지 않으시는 그분께 끝까지 흐트러짐 없이 나아갈 것 날마다 말씀으로 구석구석 깨끗이 닦아낼 것 병들어 아픈 부분은 빨간 약을 발라 경계할 것 결벽증 환자라고 손가락질해도 날마다 치열하게 싸울 것 이번쯤이야 한 번쯤이야 타협하지 말 것 우리의 씻어내지 못한 그 오래된 잘못됨을 그 끊임없는 잘못됨을 단번에 해결하기 위해 오신 뜨거운 내어줌, 그 사랑을 마음 깊이 새길 것 그리하여 그 길을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묵묵히 걸어갈 것 수만 수천 개의 길을 두고 하나의 길을 택하여 묵묵히 걸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힘들고 고단한 일인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한곳에 초점을 고정시키며 걸어간다는 것은 또 얼마나 많은 가지치기가 필요한 일인가. 그분이 함께 해주신다는 확신이 없었다면 몇 백 번이고 일탈했을 길…. 그러나 오늘도 주어진 그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 것은 마침내 도달점에 섰을 때, 그분의 품 안에서 듣게 될 “착하고 충성된 종아!” 그 한마디 때문, 그러기에 오늘도 내일도 걸어가야 하는 나의 길 우리의 길….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이 마음은 나를 보시는 주님의 시선이다 맨 처음 주님을 만났던 큰 기쁨 하늘의 선물 그 감격 때문에 견디어 온 날들 얼음장같이 굳어버린 마음에 작은 사랑의 꽃이 핀다 그래 작은 관심이다 얼마나 무시당했을까 얼마나 화가 났을까 세상을 향해 불화살을 당기는 아이 살아있음에 분노하는 아이는 오늘도 불면의 밤을 새운다 사랑이 통할까요 사랑할 수 있나요 나를 아시는 주님이 묻는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내 양 내 어린 양 내 잃어버린 양을 치라 시인은 목산문학회 회원으로 자유교회를 섬기고 있다.
우리에겐 마르지 않는 물샘이 있어 언제나 우리 눈은 젖어 있어요 잔잔히 스며오는 맑은 물들을 오늘도 병에 담아 님께 올리니 하늘 정원 너른 자락에 골고루 뿌려 수많은 기도별을 피워내네요 반짝이는 기도별이 밤을 밝히니 어두웠던 깊은 밤에 새벽이 와요 스러졌던 마음들이 옷을 동이고 다시 한번 다시 한번 다짐을 하니 굽어졌던 무릎마다 새살이 돋아 수많은 기도꽃이 피어나네요 ‘눈물 병’은 눈물을 담아두는 병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것을 매우 소중히 여겼다. 크기는 7~20cm 등으로 다양했으며, 바닥은 평평하고 몸통은 호리호리하며 입구는 깔때기 모양으로 눈물을 받기에 적합했다. 집안이 부유한 경우에는 얇은 유리로 만들어진 병을, 가난한 사람들은 토기로 만든 병을 사용해 그들의 애절함과 간절함을 담아내곤 했다. 마음을 움켜잡으며 통곡하는 우리의 기도가 오늘, 눈물 병에 담겼다. 오직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으므로 오직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으므로. 모든 것을 맡기는 간절한 기도가 눈물 병에 고스란히 담겨 새벽을 흔든다.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았던 깊은 어두움에 새벽이 찾아왔다. 그래. 일어나보자. 굽어졌던 무릎에 힘을 실어 다시 또다시, 다시 또다시!
바다 건너 불빛 하나를 보고 배는 떠났다 떠나온 바닷가 마을은 시야에서 멀고 푸른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데 파도의 높이는 점점 높아만 가고 산더미 같은 파도에 더, 이상 노를 저을 수도 없다 바람은 그칠 조짐도 보이지 않고 배는 넘어질 것만 같아 나 역시도 무서움에 떨고 있을 때 예수는 고물에서 잠자고 있었다 나는 그 지경에야 잠자는 예수를 깨웠다 예수가 잠에서 깨어나자 바다는 고요했다 나는 잠자는 예수를 깨우는 일만 했다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대전문인협회 이사이다. 공동저서로는 ‘삼인 시문학뜰’이 있으며 ‘문학의 실현’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입버릇처럼 아이들 병은 어른 탓이고 어른들 병은 자기 탓이라고 말한다 성인병을 잘못된 습관병이라고 하는데 나쁜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건 누구 탓할 게 아니다 맛있는 음식만 골라 먹고 편한 것만 찾다가 제 맘대로 벌컥벌컥 화를 내면 쇳덩이 같은 몸이라도 견디지 못하고 병이 생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말 꼭 병원에 가서야 깨닫게 된다 건강하게 사는 게 모두 습관에 달렸다 좋은 습관을 지키는 것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것 시인은 강원문인협회 회원이며 춘천교회 원로목사이다.